제 3의

2026/01/29

by 나무느을보

야트막한 벽담 아래를 걷는다. 그 모든 장면을 응망한 그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검붉은 웅덩이 속엔 동생이 있다. 어디론가 늘 쏘다니는 그의 동생이다. 곧 많은 사람들이 오간다. 사내는 자신의 집의 비극을 각본대로 풀어낸다. 그는 거짓말에 능숙하다. 아무도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조차 못한다. 그는 깨끗한 사람이고 겉으로 보면 멀끔하게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그의 미심쩍음은 쉽게 발견될 수 있다. 그는 구태여 숨겨놓지 않기 때문이다.


“집에 무슨 일이 있는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험한 일이 있을 줄은 몰랐네요.”


그는 지금 단상에서 무엇인가 말을 하듯이 하고 있다. 경관들은 그의 진술을 토대로 간병인인 여자의 신분에 대해서 조사하고자 한다. 곧 그의 너저분한 동생의 과거와 얽힌 인물임이 드러날 것이다. 여자는 범행 직후, 시신을 은폐하려다 수포로 돌아가자 곧장 도주하려고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시골길은 좁고 어둡다. 근처 농기를 운반하던 트럭에 치여 중태에 빠졌다.


“가급적 빠른 사건조사 후 연락드리겠습니다.” 사건은 급격하게 종결될 것이다. 명약관화하다. 여자가 앙심을 품고 벌인 일이다. 분명 오래전부터 사건을 계획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래 계획한 것치곤 섣부른 구석이 있다. 가택에서 범행을 저질렀더라면 모든 것들이 손쉽게 은폐가 가능했을 것이다. 그런데 여자는 그러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사내의 행동은 조금 지나치게 초연한 구석이 있다. 그것이 미덥지 못하다. 경관들은 부지런히 주어진 일들을 처리한다. 곧 혼수상태였던 여자가 깨어날 것이고 모든 것들은 쉽게 이뤄질 것이었다.


그리고 여자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침묵은 숨을 끄르듯이 아주 길게 이어졌다. 그녀는 아무런 말도 않았다. 모든 혐의가 돌아가도 수용하겠다는 의미기도 했다. 사건은 그렇게 끝이 날 것 같았다. 사건이 있었던 집은 허물어졌다. 그런 집에 살고픈 사람은 없을 터이니 당연할지 모른다. 집의 주인이 된 사내가 내린 판단이었다.


그 남자는 정신과 의사라고 했다. 부지런하게 사는 사람 같았다. 아내를 두었고 자녀들은 없었다. 아내는 키가 작지만 걸음이 빠르고 행동이 바지런한 사람이었다. 사건에 대해서는 마음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괴이쩍을 정도로 조용한 집안에 조용했다. 그 작은 사람은 살림을 살았고, 허물 같은 것은 없어 보였다. 나는 그 이야기를 모두 듣고 비로소 끝맺기로 했다. 미심쩍은 기분이 들었지만 별 수 없었다. 밀린 부지는 곧 농지로 팔렸다. 깨끗하게 팔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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