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봉낙타 Jan 13. 2024

프롤로그: 외국인 오빠

<기록하기로 했습니다>의 김신지 작가는 글쓰기와 기록은 '하찮하게 시작하기'가 중요하다고 했다. 무언가 대단한 이벤트를 만들어 쓰려고 하기보다는 루틴하게 하는 일이나 만나는 사람이나 오브젝트에 대해서 쓰기 시작하면 그게 모여서 나한테는 소중한 역사가 되고, 다른 사람들한테는 공감 가는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그래서 생각해 봤다. 나한테 가장 하찮으면서도 가장 많은 시간을 대화하는 사람은, 우리 남편이었다 ^_^ 리야드에서 3일, 두바이에서 2일 일하는 남편은 요즘 사우디에서 한국 문화와 한국 사람에 대한 관심이 엄청나다며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유난히 많이 한다. (사우디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생긴 지 좀 된 거 같은데, 우리 남편이 알게 된 게 얼마 안 돼서 신가 한가 봄) 아, 우리 남편은 외국인, 싱가포르 사람이다. 


한국말은 오빠, 아빠, 어머님, 아버님, 잘 먹었습니다, 나이스샷, 음식 이름 정도 안다. 한국말을 배워야겠다는 의지가 별로 없다 사실. 나 만나기 전에는 한국에 대한 관심도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남편은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You Koreans - "  하는 한국 사람들, 한글, 한국 문화, 음식, 정치, 역사 등에 대한 코멘트를 하거나, 질문을 한다. 내가 알아서 (대충) 대답해 주는 것도 있지만, 관련 내용을 찾아봐서 설명을 해줘야 할 때도 가끔 있다. 그리고 나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걸 남편이 물어봐서 한국 사람들과 한국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때도 많다. 


이건 꽤 오래전 에피소드인데, 내가 가위로 고기를 자르는 걸 보며 깜짝 놀라며 자기는 고기를 가위로 자르는 사람은 처음 봤다고, 가위는 보통 박스나  테이프를 자를 때 쓰는 거 아니냐며 깔깔 웃어댔다. 나는 김치도 가위로 자르면서, 도마 안 닦아도 되고 얼마나 실용적이냐며 한국 사람들은 원래 현명하다며 잘난 척하면서, 부스러기 안 떨어뜨리게 도넛도 가위로 잘라서 줬더니 여기서 진짜 컬처 쇼크를 받은 듯! 


그 이후로 보는 사람마다 자기 와이프는 고기랑 도넛도 다 가위로 잘라먹는다고 말하고 다녀서 좀 난감했지만, 그 다음부터는 자기도 잘라먹는다. 풉 


우리는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두바이에 살고 있는 우리 싱가포르 남편의 시각으로 본 독특하고 또 멋진 한국에 대한 동시대의 기록을 하려고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