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

by 코알라

나는 아이를 시골학교에 보내고 싶은 꿈이 있었다.

어릴적 지역의 변두리에 살기는 했지만 어쨌든 도시생활만 하고 살았던 나는 방학 동안 보냈던 외가에서의 생활이 평생 기억속에서 잊혀지지 않기 때문이다. 외가는 작은 산골동네였다. 그때 당시엔 여전히 아궁이에 불을 지펴 구들장을 덥혀 난방을 하던 곳이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면 산골의 청명한 기운을 비집고 들어오는 나무 때는 냄새가 그렇게 좋았었다. 마당이 매우 넓어 외양간, 토끼장을 한쪽에 두었는데 그 앞에선 시간가는 줄 모르고 먹이를 먹는 녀석들의 주둥이를 보는 게 낙이기도 했다. 여름엔 사촌오빠들과 개구리를 잡고, 밤에는 반딧불이를 잡아 셔츠 앞주머니에 넣어 밤길을 싸돌아다녔던 기억도 난다. 겨울엔 그렇게 눈도 많이 왔었는데 그땐 추워도 추운줄도 몰랐고 하루종일 비료포대로 눈썰매를 타도 지치지도 않았다. 수박서리를 하고, 옥수수를 구워 먹고, 심지어 여름밤 마당에 모깃불을 피워도 도망가지 않는 모기들이 오히려 지독하게 옷을 뚫어 쏘아대서 살이 퉁퉁 부을 정도였는데 그런 기억까지 잊혀지지도 않고 다시 추억해 보아도 행복한 기억들이다. 단지 방학만 보냈을 뿐인 외가에서의 기억인데 이렇게 평생을 행복하게 기억하는 것을 보면 시골에서 사는 것은 얼마나 더 행복할까 싶었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들은 결혼을 꿈꾸는 시점에서부터 아이를 시골에서 키우고 싶다는 생각으로 더욱 번진 것 같다.


나의 바람대로 아이는 초등학교 시기를 지역의 시골학교에서 보내게 되었다. 처음부터 보내진 못했고 시골에 집을 알아보다가 겨우 월세집 하나를 얻어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을 때 전학을 했다. 학교가 도심에서 가까워 굳이 학교 근처로 이사를 가지 않아도 되기는 했지만 아이의 생활이 학교생활에서 귀가까지 자연스레 이어지기를 바랐다. 그렇게 해야 하교 후에도 친구들과 어울려 놀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학교에 학급 수는 학년 별로 한 학급이 전부였고, 학생 수도 한 반에 10명 남짓한 수가 대부분이었다. 어울릴 또래 친구가 생각보다 많지 않았고, 그마저도 친구들의 집은 각자 조금 떨어져 있어서 하교 후에도 매일 어울려 노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도시의 학교와는 다르게 수업이 끝나면 운동장에서 실컷 놀 수 있었고,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같은 학년의 아이들 모두 계속 같은 반 친구들이라 아이들끼리의 관계는 돈독해질 수밖에 없었다.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기 힘들면 동생들과 어울려 놀 수도 있었다. 전체 학년 수가 썩 많지 않았기 때문에 동생이든, 형님이든 모두 알고 지냈고 서로 친밀했다. 처음엔 또래가 많지 않은 것이 조금 아쉬웠지만 모든 연령의 아이들이 허물없이 어울리는 것이 아이들에게 더욱 좋아보였다. 무엇보다 이 학교는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넓고 운동장엔 잔디가 깔려 있어 모래먼지도 날리지 않을뿐더러 철마다 아름다운 꽃과, 사시사철 푸르른 나무가 아이들 옆을 지켜주어서 참 좋았다.


시골로 이사하고 나서 뜻하지 않게 2년 후 이혼을 했다. 그 바람에 아이는 힘들었겠지만 생활환경은 변함없이 그대로였고, 항상 보던 친구들과 변함없는 일상을 살아서 하루하루를 적응하는 데 조금은 덜 불안해 했다. 이혼한 첫 해 내 직장생활도 아이의 등교시간과 하교시간에 맞춰 이뤄져서 아이와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넉넉했기에 그것 또한 아이가 조금 안정적으로 그 시기를 보낼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처음엔 시골의 작은 학교가 좋아서 이사를 왔지만 아이와 함께 살아가면서 작은학교는 아이와 내게 참으로 필요했던 곳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가 작으면 아이도, 부모도, 선생님들도 모두 다 아는 사이가 된다. 봄날 학교 운동회를 하면 온 동네 어른들이 모여 전을 부치고, 박터트리기도 같이 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손에 비누며, 효자손이며 들고 빈손으로 돌아가는 사람이 없다. 가을날 학예회는 전 학년이 모여 학교 축제처럼 진행이 된다. 방과후에서 배운 것들을 뽐내기도 하고, 춤도 추고, 연극도 한다. 어른들은 각자 자신의 아이들을 보며 뿌듯해하기도 하지만, 내 아이의 친구들이 더없이 사랑스럽고, 대견해 보이기도 한다. 각자의 집을 놀러 가고, 놀러 오는 것이 매우 자연스럽고 가끔 밥도 같이 먹고, 잠도 같이 잔다. 도시에서 살면 마을공동체를 일구기 위해 일부러 마음을 내야 하는 순간도 많은데, 시골에 살면 공동체 생활은 그저 자연스럽다. 작은 공동체이고 서로 끈끈하다 할 수는 없지만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환경에서 주위에 사람이 있다는 것은 매우 힘이 되는 일이다. 작은 시골학교를 선택했던 계기가 이혼때문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작은 학교 생활은 아이에게나 나에게 가장 적절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