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발루

다음 투발루는 어느 나라일까?

by 인해 한광일

탄소 제로 혹은 탄소 중립을 위한 세계적인 노력과 동조와 호소가 더욱 긴박해졌다. 그런 뉴스를 볼 때마다 투발루가 떠오르곤 한다. 2001년 쯤의 소식이었을 것이다. 일부러 물댄 논바닥처럼 투발루 시내가 바닷물에 잠긴 장면이 정말 충격적이었다.

UN기후변화협약이 아니더라도 이젠 뭘 좀 연구한 인사들은 너나없이 지구 온난화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며 경고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도 탄소제로를 위해 풍력과 태양광에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잖아도 요즘들어 더 자주 폭우, 이상 고온 , 지독한 가뭄, 홍수와 산불 등의 재앙이 잦아경고를 실감하곤 한다.


2001년. 남태평양에 위치한 섬나라, 인구 수 1만여 명의 입헌 군주국 투발루가 국토를 포기해야할지 모른다는 학자들의 경고가 있었다. 연구에 의하면 기후 온난화로 인해 해수면이 지속적으로 명백하게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2001년에, 기후 학자들은 2050년이면 투발루가 완전히 바다에 잠길 것이라는 망할(?) 예언을 남겼다. 투발루는 세계 기후 학자들의 망할 예언의 50년 중 벌써 20년을 넘게 살아왔다. 예언(?)에 따르면 투발루에게 남은 시간은 이제 20여 년 뿐이다.

우리는 어쩌면 국토에 관한 한 우리 나라 사람들이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의 애국자들 일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의 지난 역사가 죽음으로 나라를 지켜 온 전력으로 점철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약 1400여 년 전 거대한 해일처럼 밀려들어왔다던 수 ․ 당으로부터 조국을 지켜냈다는 고구려 조상들, 7년의 임진란을 끝내 이겨 낸 조상들, 끝내 독도를 지키고야 말 우리들 자신이 아닌가. 그러나 애국심이란 것은 실은 인류 공통의 감성이다. 2,000년 만에 나라를 되찾았다는 이스라엘 이야기를 잘 알지 않는가? 사막을 사랑하는 아랍인들, 그리고 지금 현재도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의 대러시아 국토 회복 전쟁도 같은 정서의 소산이 아닐까? 국토애, 그것은 투발루에 있어도 마찬가지 일것이다. 기가 막힌 것은 싸울 상대가 총을 쏘아 물리칠 수 없는 기후 온난화 현상이라는 것이다. 투발루는 누구의 멱살을 잡아야 하는 것일까?

투발루는 누구에게서 빚을 받아야 할까? 남극의 빙하가 녹고 이상기온이 빈발하고 해수면이 높아지는 주요 요인은 이제는 상식이 된, 이산화탄소의 배출이 도를 넘어서라지 않는가. 원인이 밝혀진 이상 투발루는 빚은 받을 권리가 있지 않을까? 태평양의 비 공업국가나 아시아, 아프리카의 저개발국가 외에 몇 나라나 투발루 사태에 대한 면책 국가가 될 수 있을까?

선진국들과 UN은 날아 갈수록 더욱 더 높은 목소리로 이산화탄소 배출 경감에 동참 하라며 호소하고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인류에게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이 닥칠 것이라 경고한다. 종종 뉴스에 드러내는 선진된 나라의 학자들과 UN의 대표들이 온통 인상을 찡그리며 탄소 감축활동에 동참을 요구하곤 한다. 그러나 그런 장면을 볼 때마다 그들은 진즉에 좀더 진지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치밀곤 한다. 2001년의 물에 잠긴 투발루가 긴급히 건져달라고 했을 때, 긴급 이민을 요청했을 때 뉴스에 방영된 그들의 태도가 생생하다. 호주도 미국도 투발루의 이민을 받아들이지 않았댔다. 뉴질랜드는 소수의 경제적 가치가 있는, 젊고 학력 있는 투발루 인들만 받아들였댔다. 그러니 뉴질랜드의 이민 수용정책도 생색에 불과했다. 어려울 때의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자란 가슴으로는 미국은 물론이고 투발루 주변국들 역시 투발루의 진짜 친구가 아니라는 것만이 분명하게 드러났었다.

셰계가 다 함께 지금 당장 탄소배출을 줄이는데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인류에게 커다란 불행이 닥칠 거라 경고는 거듭되고 있다. 그러나 주장이 호소력을 얻으려면 행동이 동반되어야 하는 거 아닐까? 저들은 왜 지금 당장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투발루를 건져 올리지 않는가? UN의 눈에도 선진국의 눈에도 투발루 국민들의 젖은 발목은 또렷이 보일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외면하고 있다. 그들은 단지 몇 년 후 혹은 몇십 년 후, 자기들의 발목이 젖을까 봐, 세계에 호소할 뿐인 것이다. 우리가 잠기면 너희도 잠길 것이라는 협박으로도 들릴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큰 오해라 해도, 그것은 그들이 당장 행동해야 할 위기를 외면하고 있는 까닭에 설득력이 팽팽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이다.

미국과 영국, 중국과 일본, 그리고 독일과 프랑스는 '가까운 미래의 인류는' 이라고 말하는 동시에, '벌써부터 투발루는' 이란 말로 행을 바꾸어, 지구 온난화로 인해 커다란 불행을 겪고 있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기후 협약은 기후 위기를 널리 홍보하는 동시에, 지금 당장 함께 투발루를 구하자고 촉구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전에는 UN기후변화협약이 아무리 탄소제로 운동을 펼치더라도 물젖은 약소국에게는 의미없는 늪 밖의 메아리일 뿐인 것이다.


우리 속담에 ‘바른 소리 하는 사람 귀염 못 받는다.’ 는 말이 있다. 혹 그래서 말을 못하고 있는 것이라면 우리나라도 참으로 못난 소국이다. UN인권 이사회 이사국 지위에 까지 있었던 책임 있는 나라의 자세가 아니다. 우리나라가 만약 UN에 분담금을 내고 있다면, 우리의 눈에 투발루가 보인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나우루, 키리바시가 투발루에 이어 저지대도 벌써부터 바다에 침수되기 시작된 모양이다. 뒤늦게나마 해상 부유도시로 묘수를 찾아보려는 부산은 미국보다는 낫다. 중국, EU보다 기특하다. 그래도 그것으론 부족하다. 침묵의 행동이 아니라 입을 함께 열어야 한다. UN에 말해야 한다. 당장 투발루를 구하자고.

수조 달러를 들여 중국과 경쟁하고 테러 세력과 전쟁벌이고 있는 미국은 그러나 투발루를 사랑하지 않는다. 영연방국가라면서 투발루를 어깨동무를 했던 영국은, 그러나 다시 투발루의 어깨에 팔을 두를 생각이 없다. 다만 바닷물에 완전히 잠기는 그날까지 투발루를 지키겠다는 투발루 국민들과 투발루 정부, 투발루만이 투발루를 사랑한다.


(2022년 늦여름. 파키스탄이 빙하 녹은 물과 폭우로 1/3이나 되는 국토가 물에 잠겼다. 세계가 당장 무슨 대책을 내놓고 행동을 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긴 해야 한다. 그리고 당장은 흙탕물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파키스탄을 건져 올리는 일이 급선무가 되었다. )










까치집



처음엔

버려진

나뭇가지들이었어


엄마까치가

우릴

물어다 놓기 전엔


처음엔

높디높은 나무꼭대기

몹시도 어지러웠어


바람이 세찰 땐

하마터면

서로 꼭 쥔 손

놓칠 뻔 했어


우리의 맞잡은

손과 손이

누군가의

집이라는 것

알고부터는


까마득한

어지럼증도

참아낼 수 있었어


우리의 손과 손을 믿고

엄마까치가

뽀얀 점박이 알

안겨주었을 땐

뛸 듯이 춤출 듯이

정말 기뻤어


우린

엉성한 둥지이지만

세찬 바람은 걸러내고

햇빛은

노랗게 담아낼 줄

알게 되었어


아기까치가 깨어날 때까지

우리 맞잡은 손

둥근 어깨동무

절대로 놓치지 말자는 약속

꼭꼭 지켜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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