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제게는 이런 친구들이 있습니다

곱하기 삶

by 페트라


지금까지 저를 지탱해온 것은 <인간관계>였습니다.

가정에서의 관계에서부터 또래집단에서 사회에서, 직장에서 등등등.

직장생활을 마칠 즈음 그리고 앞으로의 날들을 그리면서 그 것을 다시 규정하고 그렇게 되고 싶다는 다짐을 합니다.

'인간관계에 있어 중요한 것은 곱하기'라고.




진정한 인간관계는 항상 곱하기를 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기쁨 두 배’, ‘기쁨 세 배’.

흔하디 흔한 말이지만 저는 누구를 만나면서 이 말을 수시로 쓰곤 합니다.

무수한 만남에서 서로간에 좋은 일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게 되고 때로는 기대치 않은 제곱 이상의 일까지 만들어 냅니다.

그러나, 나의 불성실로 제로나 마이너스의 관계를 하면 그 답 또한 제로이거나 마이너스 상태가 되고 맙니다.




인생은 곱셈입니다.

어떤 선인이 다가와도 그리고 일생일대의 기회가 와도 내가 제로 상태라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인간관계가 곱하기와 같은 이유는 각 사람 간의 관계가 단순히 더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좋은 기운을 전하고 그 영향력을 곱하면서 증폭시키고 더욱 깊어지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인간관계가 쌓일수록 더 큰 힘이나 효과를 낼 수 있으며, 다양한 인격과 경험이 서로에게 새로운 시너지를 주는 것을 곱하기의 연속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 제가 맺은 몇 가지 인연을 자랑해보렵니다.

물론 제게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고 저를 아껴준 또래나 선배, 후배들은 무수히 많습니다만 가나다순으로 다섯 분만 자랑하겠습니다.




저는 당구를 매우 좋아합니다.

당구를 즐기기 위해서는 일정 요금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게임에 앞서서 일종의 ‘출전비’ 쯤으로 1만원씩을 지불하고 게임에 임합니다.

제 절친 K는 저의 출전비를 항상 내줍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내기 복식’에서 우리가 지더라도 제게 계산할 여유를 주지 않고 먼저 계산하곤 합니다.

제 절친은 그리고는 말합니다.

같이 어울리며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좋다고...




그 친구 프사는 어느 상담심리사님의 글처럼 ‘인생을 숙제하듯 살지 말고 축제하듯 살아가자’입니다.

저의 절친 K는 친구들은 위하여 기꺼이 자기 돈을 쓰는 따사로운 친구입니다.

아울러 프사에 실린 말에 맞게 살아가는 멋진 친구입니다.




두 번째 친구는 또다른 두 명의 K들입니다.

이 친구들은 제 고충과 필요를 알고 같이 고민해 준 고마운 친구입니다.

저는 계급 정년이 있는 조직에 몸담아 왔습니다.

때는 2012년 쯤 제 계급 승진연한이 거의 목전에 다가온 때였습니다.

그 해가 지나가면 시쳇말로 ‘잊혀진 인물’, ‘제껴진 군번’이 될 위기에서 저는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고, 머리도 식힐 겸 고향의 부모님과 친구들을 만나고 왔습니다.

중학교 동창이던 두 명의 K들은 제가 고충을 털어놓던 관계인지라, 저의 갑작스런 만남 제의에 대해 “아! 이 친구가 드디어 짤리는구나”라고 생각하고 약속장소에 나왔답니다.

이 친구들은 제 장래에 대해 여러 가지 얘기를 해줬고, 명확한 솔루션을 주지는 못했습니다마는 하여튼 그 다음 해에 한 단계 진급함으로 인해 승진연한 문제가 깨끗이 해결되었습니다.




2013년 직장내에서의 제 생명이 연장된 그 일이 있은 뒤로 오래 전 황 희 정승과 관련된 책에서 읽었던 문구가 생각났습니다.

‘네가 잘 되는 것은 너를 아는 누군가의 공덕일 것’이라는 글.

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저의 노력과 관운 뭐 이런 것이 있겠습니다마는 제 고충을 알아주고 제 미래를 위해 빌어주는 분들 덕이기도 합니다.




세 번째 친구는 직장동료 D입니다.

이 친구와의 연은 물론 입사교육 때부터였지만, 30대 초반쯤 두 가족이 우연하게 동해안 여행에서 만나던 때부터 굳어졌습니다.

모두 잠수함을 같이 타고 나서, 심한 구토를 하던 기억부터 서로 공유한 기억과 공간이 무척이나 많았습니다.




그러한 연이 같은 부서에서 네 번이나 같이 근무하게 되었으며, 언젠가는 일본 단기연수 여행단에 같이 편성되면서 잊혀지지 않을 기억들을 많이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 친구와 저는 본사에서의 세 번의 같은 공간에서의 근무 이외, 지방 근무조차도 같은 시기에 하게 되었습니다.

지방 근무시 저의 직속 상관이었습니다마는, 그에 개의치 않고 제게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특히 자신의 인맥을 소개시켜줌으로써 지금도 이어가고 있는 제 인간관계에 있어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 친구로 인해 평생을 같은 직장에서 근무한 분들과의 만남을 지금도 갖게 되는 등 넓은 인맥과 화끈한 성격으로 제게 많은 깨달음을 주고 있는 친구입니다.




네 번째 분은 제가 잊었던 인연을 다시 선사해 준 분입니다.

저에게는 오래 전 가깝게 사귀다가 존재 자체를 거의 잊고 살아가던 제주도에 거주하고 계시는 고교 선배님 J가 계셨습니다.

거의 10여년을 서로가 잊고 지내던 차에 어느 날 갑자기 그 선배님이 제주의 명물 당근과 감자를 연속 보내주셨습니다.

아마 그 선배님은 본인이 농사지은 물품을 지인들에게 나누는 기쁨 속에 사시는 분이었던 것같고, 제가 그리는 ‘마음이 가장 부유한’ 분이었습니다.




저는 보내 주신 물건을 받고 사진을 찍어 장문의 글을 써서 반응을 보임과 동시에 별도의 통화를 통해 정을 나누었습니다.

J 선배님은 오히려 저에게 감사하며 보람을 느끼는 반응이었습니다.

“자넨 반응이 쩔어. 하찮은 것이지만 보낸 보람이 있네”

이로써 한 동안 잊혀졌던 저희의 관계는 화려하게 부활하였습니다.

그 뒤로 서로의 정을 확인하는 선물들이 오가며 우리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지고 있습니다.




다섯 번째 친구는 고교 동창 J입니다.

이 친구는 사실 고등학교 때는 서로 몰랐습니다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난 친구입니다.

이 친구는 부모님의 옛 가옥을 멋스럽게 꾸며 ‘세컨 하우스’를 가진 정감 있는 친구입니다.

저는 수시로 이 친구 부부의 초대를 받아, 때에 따라 커피 대접 또는 식사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이 친구 집에 처음 초대되어 갔을 때 저는 농담삼아 “내가 세컨 하우스가 없다면 세컨 하우스가 있는 친구를 사귀면 되지!”라며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이 친구 집에 다녀오면 우리 부부는 그야말로 힐링을 하고 옵니다.

저와 제 아내 프사에는 ‘그 곳에 가면 힐링이 있다’라는 글과 함께 그 친구의 겨울날 처마에 걸어놓은 곶감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쳐다보기만 해도 힐링입니다.

힐링.jpg


마음도 얼마나 넉넉한 지 매 해 옥수수와 감 등을 푸짐하게 싸 택배로 보내주는 것은 물론이고, 저희가 들를 때면 뭐라도 손에 쥐어 보냅니다.

그리고 수시로 “엄나무순 나왔다. 먹으러 와”, “토종닭 사놨으니 꼭 와”라며 저희를 초대합니다.

이 외에도 저에게 기운을 불어넣어 주는 지인들은 무수히 많습니다.




저는 오늘도 선물로 주어진 후덕한 많은 이들과의 ‘곱하기 삶’을 즐기며 살아갑니다.

keyword
화요일 연재
이전 09화부러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