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들은 타인이 보기에도 최상위 레벨로 키우기 힘든 아이였다.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정말 멋진 분이셨는데 아이에게 보내신 편지에 '어머니께서 너를 위해 애쓰고 계신 거 알지? 어머니 말씀 잘 들어라'라는 금쪽같은 글을 써주셔서 읽는 내내 눈물이 핑 돌았던 기억이 있다.
오늘 새벽부터 일어난 큰아들은 엄마폰을 보다 본인이 보고 싶은 영상이 있다며 봐도 되냐고 물어봤다. 나는 아침에 엄마폰 보지 말라고 이야기한 후 아침식사 준비를 했다. 마음이 상한 아이는 아침밥을 거부하며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6월 말부터 시작된 기침은 9월인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자주 가는 소아과에서 둘째 진찰을 하던 의사 선생님이 큰아이도 아직 기침을 하면 데리고 오라고 하셨는데 병원을 안 가겠다고 고집을 부려 병원도 못 데려가는 상황. 엄마보다 더 무게가 나가는 녀석을 물리적으로 끌고 가기는 불가능하다.
둘째 학교 데려다주고 집에 가는 길. 밥 한 숟가락 안 뜨고 학교 가는 큰아들의 뒷모습을 보며 그럼에도 잘 다녀오라고 손을 흔들어주고 집으로 가고 있는데 촉이 온다. 녀석이 학교에 잘 가는지 뒤를 돌아봤는데 아이가 학교를 안 가고 상가로 들어간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뒤따라갔더니 뿌요소다 2병을 사서 계산을 하고 있다. 이미 비만인 녀석은 집밥은 안 먹고 불량식품을 주식으로 살고 있다. 녀석이 어디에 돈을 사용하는지 알고 있기에 용돈을 안 주는데 할아버지께서 주신 용돈으로 또 불량식품을 사 먹고 있었다. 밥 먹고 간식 사 먹는 거야 이해를 하지만 병원 안 가고 단식투쟁하며 탄산만 먹는 아들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