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과 45살의 떡볶이 싸움
식탐에는 가족도 안 보인다
5시에 둘째 아이 학원에 넣어놓고 집에 오는 길, 첫째에게서 떡볶이와 순대를 사 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떡볶이와 순대, 김말이까지 사들고 집에 가 아이에게 얼른 같이 먹자고 했다. 둘이서 열심히 분식을 먹고 있는데 첫째가 눈물을 글썽이며 엄마가 그만 먹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왜냐고 물으니 엄마가 먹는 속도가 너무 빨라 자신은 조금밖에 못 먹는다나?
기분 좋게 먹고 있다 뒤통수를 맞는 나는 순간 내가 자식을 너무 이기적으로 키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엄마는 맛있는 게 있으면 너랑 같이 먹을 생각을 하는데 너는 너 혼자만 먹겠다고 하는구나. 너도 너랑 똑같은 아이를 낳을 것이다. 그 아이도 아빠는 먹지 말라고 하고 자기만 먹겠다고 할 것이다"라고 서늘하게 말해주었다.
내가 이야기를 마치자 아이는 안 먹겠다며 젓가락을 내려놓더니 자기 방에 들어가 통곡을 한다. 나도 마음이 상할 대로 상해서 젓가락을 내려놓고 안방으로 들어왔다.
'학교에서도 저러려나? 내가 잘못 키웠나?'별의별 생각이 다 드는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