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0km 전국일주 여행기
어젯밤 비가 내렸다. 젖은 땅은 흑빛으로 어둡게 물들었다. 미세먼지 경보가 사실이었는지 하늘이 뿌옇다. 바람은 또 왜 이리 격하게 부는지 올백머리가 됐다. 소중한 머리카락이 많이 날아가면 어쩌지 하는 걱정부터 앞섰다(집안 대대로 탈모 집안이다). 보성으로 가는 길은 어제보다 길고 높은 오르막이었다. '후웁, 후웁, 하~' 직업군인이었던 친구에게 배운 호흡법이다. 나름 호흡이 안정됐다. 언제 끝날지 모를 오르막길에 눈앞이 깜깜했다. 더 이상은 안 돼라고 생각하던 때 평지가 나타났다. 곧장 내리막길이 시작됐다. 한숨 돌렸다. 보성호를 보기 위해 돌아왔던 길은 꽁꽁 언 곳이 있고, 물길이 흐르는 곳도 있었다. 흐르는 물을 보며 걷다 보니 보성읍에 가까워졌다.
어제 자기 계발 크리에이터 '드로우앤드류' 영상을 보았다. '매년 1월마다 꼭 하는 3가지'라는 주제로 이뤄진 영상이었다. 세 가지는 콘셉트 잡기, 목표 세 가지, 자기암시 열 문장이었다. 흥미롭게 봤다. 영상을 보면서 올해 내게 어떤 모습이 필요할까 꾸준히 고민했다.
콘셉트 [말과 행동에 자신감 있는 사람]
직장을 그만두고 전국일주를 택했다.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전국일주를 통한 자기 확신을 얻길 원했다. 새로운 도전이었다. 여행 크리에이터로서 도전에 필요한 것은 '자신감'이었다.
[목표]
1. 유튜브 영상 50개 이상 올리기
2. 조헤미안 브랜딩 하기
3. 120일 기록, 초고 완성하기
[자기암시]
1. 나는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다
2. 말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이다
3. 유튜버가 된다
4. 글을 잘 쓴다
5. 나 자신을 믿는다
6. 용기 있는 사람이다
7.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8. 할 수 있다
9. 멋진 사람이다
10. 최고다
자기암시에는 동경이 담겨있다. 그것은 숨기고 싶은 열등감이다. 누군가 내게 자기암시와 반대로 말한다면 부끄러워서 화부터 낼 것이다. 자신감이 넘치지도, 용기 있지도, 멋지지도 않은 사람이 맞으니까 말이다. 이때만 해도 나 자신 그대로를 사랑할 줄 몰랐다. 사람들이 말하는 멋지고, 대단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 줄 알았다. 주위의 사랑이 곧 나를 사랑하는 지표였다.
인간은 산꼭대기를, 파도의 드넓은 움직임을, 드넓은 강의 물결을, 강을 둘러싼 대양을, 천체의 운행을 보면서 지칠 줄 모르고 감탄한다. 그러나 정작 제 자신을 보고 감탄할 줄은 모른다
- 성 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
전국일주를 끝내고 돌아보니 그랬다.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기준을 버리면 생각보다 괜찮았다. 그렇게 잘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못나지도 않았다. 사람과 대화할 줄 알고, 좋아하는 것이 있고, 싫어하는 것도 있다. 뭐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지금은 내가 무엇이 되어야 하는 자기암시를 버렸다. 멋지지 않으면 어때, 용기 있지 않으면 어때, 자신감 좀 없으면 어때. 매사에 멋지고, 용기 있고, 자신감 있기는 힘들다. 그냥 살다가 가끔 보여주는 정도가 내겐 충분하다. 이런 솔직함도 참 멋있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