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EP.71 강진->완도 28km

2,700km 전국일주 여행기

by 조삿갓

고금대교와 장보고대교를 지나 완도에 도착했다. 청해진이 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 완도는 내게 특별한 기억이 있는 곳이다. 2020년 11월, 아이들 소원기금을 모으고자 이곳에 도착했다. "놀이동산에 가고 싶어요."라는 말 한마디에서 시작된 모금이었다. 코로나19가 갑작스럽게 발병했다. 갑갑해하는 아이들을 위해 작은 희망을 주고 싶었다. 사실 국토종주는 이러한 거창한 목적으로 계획하지 않았다. 계약직 기간이 끝나고 국토종주를 떠나고 싶었던 개인적인 이유였다. 그러다 기왕 하는 김에 소원기금을 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설 기관에 있는 동안 아이들이 보여줬던 마음에 보답하고 싶었다.


부설기관에 있는 동안 정말 행복했다. 일하면서 행복하기가 쉽지 않은데 그땐 그랬다. 아이들을 위한 고민조차도 즐거웠다. 긴 고민 끝에 만들어낸 수업을 진행하고 나면, 반응을 살피느라 조마조마했다. "재밌어요!"라는 말을 듣기 위해 열심히 했다. 그리고 주체성을 길러주기 위해 노력했다. 어른 말에 그냥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제일 기억에 남는 수업은 아이들과 함께 수업 내용을 정한 기억이었다. 공부방 주변 쓰레기를 치우고 싶다는 의견에 따랐다. 아이들도 본인 의견이 실현되니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에너지를 감당하지 못해 힘들 때도 있었지만, 웃음소리가 들리면 금세 피로가 사라졌다. 맛있는 것이 생기면 챙겨주고, 함께 놀자며 떼쓰고, 수업이 재밌다며 히죽 웃는 그 모습이 좋았다. 밝고 순수한 마음이 고마웠다. 그래서 소원을 들어주고 싶었다.


공교롭게도 현재 전국일주 하면서 모금활동을 하고 있다. 그것도 한 아이를 위해서 말이다. 함께 나누는 행위야말로 가장 인간다운 모습이 아닐까. 나눔은 전염된다. 걷기만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점이 감사하다. 큰 나눔이 아니어도 좋다. 가진 것을 나누어줄 수 있다면 한 번 나눠보면 어떨까. 나에게서 누군가로, 누군가에서 누군가로 퍼져나가 언젠가 되돌아올 것이다. 잊고 살다가 내가 돌려받았을 때를 상상해 보자. 기분이 어떤가. 보답받기 위해 나누기보다 함께 나눈다고 생각하면 좋겠다. 그럼 무언가를 받을 때 부담되지 않을뿐더러 편안히 나눌 수 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