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에 진행된 도브의 Real Beauty 캠페인은 꽤 오래된 캠페인이며 광고 마케팅의 역사에도 중요한, 성공적인 캠페인이다. 주니어 마케터였던 당시 나는 도브의 새로운 캠페인을 보면서 소름이 돋았던 기억을 갖고 있다. 과장과 현란함을 무기로 제품을 있는 것보다 좋게 보이게 하는데 주력하던 많은 광고 캠페인 사이에서 광고가 소비자에게 줄 수 있는 진정성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들었던 캠페인이었다.
오랫동안 뷰티 업계는 완벽함과 이상적인 미를 추구해 왔다. 하지만 도브(Dove)는 이러한 고정관념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들은 단순한 화장품이 아닌, '자신다움'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팔기로 한 것이었다.
도브는 1957년 설립 이후 오랫동안 순한 비누로 알려져 있었다. 도브 역시 피부관리의 기능적 가치를 강조했던 브랜드다. 하지만 2000년대 초, 그들은 브랜드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유니레버의 광범위한 연구 결과, 전 세계 여성 중 단 2%만이 자신을 아름답다고 생각한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도브는 '진정한 아름다움 캠페인(Real Beauty Campaign)'을 시작하며, '자신다움'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전면에 내세웠다.
리얼뷰티 캠페인을 시작으로 도브는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도브는 과장되고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사회가 규정하는 '이상적인' 외모를 벗어나 다양한 나이, 체형,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 모두 아름다움을 가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 캠페인이 마케팅 업계나 소비자에게 환영받을 수 있었던 이유에는 '자신만의 아름다움'이라는 가치를 지속적이며 다양한 활동으로 전파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데 있다.
2004년 캠페인을 시작한 이래 도브는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다. 도브는 뷰티 업계에서 보지 못했던 모델을 전면에 내세웠다. 전문 모델이 아닌 다양한 체형, 나이, 인종의 일반 여성들을 광고 모델로 기용한 것이다. 또한 광고에서 모델의 모습을 포토샵으로 보정하지 않고 모든 여성을 있는 그대로 아름답게 표현하겠다는 서약을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전 세계적으로 여성과 소녀들의 자아 존중감을 높이기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후 2013년에 'Real Beauty Sketches' 캠페인을 선보였다. 이 캠페인에서는 FBI 스케치 화가가 여성들의 자기 묘사와 타인의 묘사를 바탕으로 각각 초상화를 그려, 여성들이 자신을 실제보다 덜 아름답게 인식한다는 점을 드러내며 여성의 자아 인식과 미의 기준에 대한 사회적 토론을 촉발시켰다.
이 캠페인은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며 1억 8천만 이상의 유튜브 조회수를 기록했다.
장기간에 걸친 리얼뷰티 캠페인은 많은 여성들에게 감동을 주었고 Dove의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도, 그에 따른 매출 상승에 기여했다. 'Real Beauty' 캠페인 시작 후 10년간 매출이 2배 이상 증가했고, 뷰티 업계 전반에 '바디 포지티브' 트렌드를 확산시켰다.
화장품 회사들이 갖고 있는 기능적 가치에는 사실 큰 차이가 없다. 도브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도브는 여성 소비자가 갖고 있는, 사회적 편견으로서의 미의 기준 때문에 상실된 자존감을 회복해 주는데 앞장섰다. 소비자들은 도브 제품을 사면서 이러한 가치에 동의하고 그 가치를 구입했을 가능성이 크다.
도브는 '자신다움'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성공적으로 상품화했다. 그들은 단순히 화장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을 제공했다. 이는 완벽함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가치를 정확히 포착한 결과였다.
도브의 성공은 현대 사회에서 '자신다움'이라는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이를 일관되게 실천할 때 어떤 비즈니스 기회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탁월한 사례다. 도브는 뷰티의 정의를 새롭게 내렸고, 이는 전체 산업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도브가 단순히 자신들의 상품을 기능적 가치만으로 팔고자 했다면 지금 만큼의 성공을 거두기 힘들었을지 모른다. 제품에 숨겨진, 소비자가 바라는 가치를 찾는 일은 어려운 일이지만 그만큼 중요한 일이다. 광고가 단순히 표면적 가치를 전달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또 다른 새로운 가치를 찾는 도전의 수단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