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유효 청중
중3 아들은 엄마에게는 반말을 하지만 나에게는 존댓말을 쓴다. 집에서는 투정 부리는 아이지만 밖에서는 예의 바른 아이로 통한다. 누구인가, 어디인가에 따라 아이는 본능적으로 말투와 태도를 달리한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으라는 옛말이 있다. 여러 의미로 해석되겠지만 상황에 맞게 행동하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새로운 가치를 찾는 브랜딩에서도 이러한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새로운 가치를 찾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새로운 가치를 누구에게 제안할 것인가를 정하는 것이다.
누구에게 제안할 것인가에 따라 새로운 가치는 달라질 수 있다.
세스 고딘은 "모두를 타겟으로 삼으면 결국 누구도 타겟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최소유효청중(Minimum Viable Audience)을 찾아내고, 그들이 원하는 가치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늘날의 소비자는 더 이상 제품의 기능적인 장점만을추구하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믿고, 공감할 수 있는 가치를 가진 브랜드를 원한다. 따라서 우리가 정의해야 하는 타겟은 단순히 나이, 성별, 지역과 같은 전통적인 데모그래픽 지표를 넘어서야 한다. 30대 여성이라는 타겟은 직업, 결혼여부, 자녀유무에 따라 삶의 방식에 큰 차이가 있다. 데모 타겟의 접근만으로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파타고니아나 올버즈 같은 브랜드는 자신들의 유효청중을 지속 가능한 패션에 관심이 있는 소비자들로 정의했고 '친환경 패션'이라는 가치를 제안했다. 올버즈와 파타고니아는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고 탄소 배출을줄이기 위한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제품을 제작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올버즈는 신발과 의류에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며 지속 가능성을 강조하고, 파타고니아는 '지구를 구하는 사업'이라는 철학 아래 리사이클링 소재와 윤리적 생산 방식을 채택했다. 이들은 환경 문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반영하여, 지속 가능한 소비를 장려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제안했다. 이러한 접근은 환경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으며, 두 브랜드 모두 단순한 패션 브랜드를 넘어 지속 가능성을 지지하는 브랜드로 자리잡게 만들었다.
반려동물 제품 브랜드인 바크박스(BarkBox 후)는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을 타겟으로 삼아,반려동물을 위한 맞춤형 장난감과 간식을 배송하는 구독 서비스를 제공했다. 바크박스는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반려동물과 보호자 간의 즐거운 경험을 창출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는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소비자들에게 특별한 가치를 제공하며, 단순한 반려동물 용품 브랜드를 넘어 가족의 일원인 반려동물을 위한 브랜드로 자리 잡게 만들었다.
글로시에(Glossier)는 화장품 선택에 있어 투명성과 사용자 경험을 중요시하는 소비자들을 타겟으로 삼고 고객과의 소통을 기반으로 제품을 개발하며, 소셜 미디어를 통해 사용자들이 원하는 것을 직접 반영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 브랜드는 소비자와의 소통과 투명성을 통해 신뢰를 쌓으며, 단순한 화장품 브랜드를 넘어 개인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우리의 타겟을 패션, 아웃도어에 관심 있는 3~40대 고객이나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 2~30대 여성 고객이라 정의할 경우엔 위와 같은 가치들을 찾아낼 수 없다.
이처럼 새로운 가치를 찾기 위해서는 타겟을 정밀하게 정의하고 그들이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 과정은 단순히 '20대 여성'이나 '중산층 가정' 같은 전통적인 타겟팅을 넘어, 소비자의 심리적 니즈와 가치관을 이해하는 깊이 있는 분석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최소유효청중을 정하고 그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 가치를 제안하는 것은 고객에게 새로운 제안해야 할 새로운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사전 작업이며 새로운 가치 브랜딩의 성공에 중요한 열쇠다.
세스 고딘이 "가장 작은 충성 고객 집단에 집중하라"고 조언한 것은 이처럼 모든 소비자에게 어필하려는 시도보다, 브랜드가 명확한 가치를 제안하며 특정 청중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훨씬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사이먼 시넥(Simon Sinek)도 비슷한 맥락에서 "왜(Why)를 먼저 정의하고, 그 이유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찾으라"고 강조했다. 이 역시 소비자들이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목적과 가치를 공유할 때 더 깊은 연결이 형성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듯 새로운 가치를 찾기 위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유효한 타겟이다. 유효한 타겟팅을 위해서는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넓은 표면적 가치의 테두리 안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분석하고 깊이 있게 탐구해야 한다. 타겟 인사이트를 통해 그들이 갈망하는 가치를 제안하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가치 브랜딩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