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 아프면?
파트너가 귀 때문에 병원에 갈 일이 생겼다.
Ear wax removal를 귀에 넣었는데 너무 많이 넣어서 그랬는지 귀에 압이 차는 느낌이 들며 귀가 막혔다.
막힌 귀를 뚫어보자고 면봉으로 휘적거렸는데 그게 더 독이 되어 귀에 있던 피부 각질과 귓밥들이 안으로 더 들어가 진짜 귀가 막혀 버렸다. 안 들리고, 어지럽고, 물속에 빠져 귀에 물이 찬 것처럼 먹먹하게 되었다.
3군데 정도 Audiologist가 있는 이어 클리닉을 갔었는데 다들 병원을 가라고 했다.
여기서 궁금했던 건 그럼 클리닉을 무엇을 하는 곳인가 이다.
오디올로지스트는 의사가 아닌가?라는 궁금증과 의사가 아닌데 진단을 내릴 수 있나? 등 궁금증이 있었다.
아무튼 궁금증을 가지고 밤에 응급센터를 가서 접수를 하고 30분 정도 기다린 후 간호사한테 불려 갔다.
의사를 만나기 전, 간호사가 이 환자가 응급 상황인지를 판단하고 다음 과정으로 보내주는 듯하다.
우리가 만난 간호사는 귀 상태를 보지 않고 구두로만 설명한 것을 듣고서는 이어 클리닉을 가라고 해주었다.
이어 클리닉에서는 병원을 가라고 하고 병원에서는 이어 클리닉을 가라고 하면, 도대체 어디를 가야 하는가?
이어 클리닉에서 귀에 염증이 있으니 병원을 가라고 했다고 설명을 했지만 그렇다면 다음날 아침에 오라고 한다. 아무튼 오늘 밤은 안된다고.. 그렇게 그냥 돌아갔다.
왜 GP한테 안 갔냐 하면, 아직 등록을 안 했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에서 여기로 GP 이전을 해야 하는데 신청했지만 바로 되는 것도 아니고, 됐다고 한들 당일날 바로 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근데 GP한테 가도 가정의학과 같은 개념이라 한국에서 가는 병원보다 불만족스럽다. 주변에서 이야기 들어보면 어디가 아프든 간에 파나돌 처방해 주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는 코감기 걸리면 진료 후에 코 치료도 받고, 귀 아프면 귀 치료도 받고 이것저것 해주는데 말이다. 한국처럼 내과, 이비인후과, 안과 등등 병원이 개별적으로 있지 않아서 불편한 점이 있다.
다음날 귓속의 이물질을 제거해 주는 이어 클리닉을 갔다.
다행히도 여기서는 이물질을 제거해 주었고, 안 들리던 소리가 잘 들리기 시작했다.
여기서 항생제 역할을 하는 액체 타입의 약물을 주었는데, 이걸 넣고 나서 다시 귀가 먹먹해졌다.
액체를 넣어서 먹먹해졌는데 또 액체를 넣었으니 다시 먹먹해질 수밖에 없었나 보다.
귀 안이 빨개서 염증이 번질까 봐 걱정이 되어 GP 등록을 한 병원을 가보았지만 당일은 안된다고 하고, 이비인후과 외과 전문이 있는 병원을 갔는데 이곳은 수술만 전문으로 한다고 한다.
결국 또 허탕을 치고 돌아와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다.
며칠이 지난 지금, 다행히 다시 정상적으로 회복되었다.
뉴질랜드 의료시스템에 대해 궁금증이 계속 있지만, 아프면 일단 GP한테 가서 더 큰 병원을 가도록 레퍼런스를 받거나 후속 조치를 취하는 것이 뉴질랜드 방법인 것 같다. 병원 다니는 것만큼은 한국이 1등이라고 하는데 직접 겪어 보니 왜 그런지 알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익숙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