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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학나경 Jul 15. 2022

왜 학교, 나이, 경력 외의 것을 보고 싶었나

운영진의 변

1. 운영진 김지연


꼭 직무면접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자신을 소개할 때 자신의 이력을 들먹이는 일이 유행이 되었다. 영어로 된 그럴 듯한 직업명은 화려한 삶을 상상하게 하고, 소속된 회사의 규모는 노력의 양을 가늠하는 지표가 된다.


나는 나의 커리어로써 나를 설명하기에는 충분치 않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나는 내 직업이 자아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아가 직업을 도구로써 선택하는 삶을 살고 싶었다.


누군가는 자신을 직업과 동일시할 수도, 직업의 귀천에 따른 위계가 자신의 위치를 결정짓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모두가 자신이 만족할 만한 직업과 일자리를 구하기는 매우 어렵다. 나도 그랬다. 어릴 때 듣던 누구나 꿈꾸던 대로 될 수 있어, 라는 말을 믿기에는 너무나 순진하지 못했다. 삶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고, 일이나 경력은 더더욱 그렇다.


자아와 일 사이의 부조화 속에서 나는 나 자신을 일에 맞추어 변형시키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곧 일이 되고, 나는 나의 직업으로써만 설명되는 사람이 되지 않길 바란다. 나를 대변하는 한 가지가 나의 직업이 된다는 것은 어쩐지 슬픈 일이다. 직업의 타이틀만으로는 한 사람이 추구하는 가치와 삶의 방식을 엿볼 수 없다.


나는 내가 원하는 일과는 아주 정반대의 일을 하더라도, 나는 나일 것이다. 나는 내가 바랐던 일과는 아주 거리가 먼 일을 하더라도, 나는 계속해서 내가 되기를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어떤 방식의 일을 하건, 어떤 성격의 하루를 살건 간에, 나는 내가 지향하는 삶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 중이라고 믿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뿐만이 아닐 거라고 믿는다. 그래서 @haknakyung 을 만들어보았다.



2 . 운영진 손로운


자기소개엔 포맷이 없다. 뭐가 들어가든 자신을 가장 잘 소개할 수 있으면 그만이다.


3년쯤 전부터, 나를 소개할 키워드를 고민하게 됐다. 영화부터 시작한 키워드는 요리, 카메라, 보드게임을 거쳐 칵테일까지 추가됐다. 그 중엔 건무화과도, 로운어워즈도 있었다. 자기 소개는 나를 기억하게 하는 수단이었다.


일종의 공략법마저 있는 취업용 자기소개도, 새로운 자리에서의 간단한 자기소개도 마찬가지다. 가장 나 다운 모습만 있으면 충분하다. 그 모습이 직업이나 나이, 사는 곳에 갇힐 이유는 없다.


적지 않은 경우로 일은 생계 수단이다. 나이는 점점 경계가 무의미해지고 사는 곳은 쉽게 바뀐다. 객관적인 사실엔 본인의 색깔을 담기 어렵다. 색깔 없는 자기 소개는 곧잘 잊힌다.


난 앞으로도 더 많은 키워드로 날 소개하고 싶다. 29살 퍼포먼스마케터보다는 칵테일 만드는 건무화과처돌이가 좀 더 재미있다. ‘이해는 하지만 동의는 못하는’ 사람이 독산동 광고인보다는 좀 더 손로운같다.


한 사람은 학교, 나이, 경력 그 이상의 존재다. 그럴듯한 직업과 사는 동네 정도로 자신을 규정하기엔 그 세계가 너무 아깝다. 더 많은 나를 담고 있는 이야기를 고민했으면 좋겠다. 나를 대변할 수 있는 건 정해져 있지 않다.


난 명함과 주민등록증 너머의 ‘사람’들이 궁금했다. 그래서 알아보기로 했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누군가가 있는지, 또 내 주변 사람들은 어떤 ‘사람’일지. 그래서 @haknakyung 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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