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9/10

영화를 통해 들여다본 세상

by 마지막 네오

스포일러가 엄청납니다. 원치 않는 분은 읽지 않으시길 추천합니다.

007.jpg ©네이버영화


09.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오래전에 케빈 코스트너의 <늑대와 춤을(1991)>이 개봉했을 때 이런 경험을 했다.

영화가 끝난 후 엔딩 크레디트가 끝까지 다 올라갈 때까지 관람석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이게 뭐냐? 그래서 백인이 인디언이 됐다는 거야 뭐야?”, “길기만 하고 정말 재미없네!”


여기저기에서 투덜거리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갔지만, 나는 텅 빈 객석에 앉아 그제야 흘러내리는 한줄기 눈물을 닦아냈다.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백인들의 만행에 분노하느라 잊고 있었던 감정이, 종영 후에는 영화 전체에서 이해된 느낌으로 공감되며 뒤늦게 쓰나미처럼 밀려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 <브로커>라는 영화도 바로 그런 영화였다.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숨겨진 꼭지들을 쫓느라 바쁘다. 그러나 마지막 엔딩 후에는 쉽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설 수 없는 영화였다.




기억에 남는 몇 장면을 꺼내 보자면,


인천 월미도에 간 일행이 대관람차를 타는 장면이다. 대관람차 내에서 동수와 소영의 대화 장면이 나온다.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에는 그저 평범한 가족을 갖는 것이 그 무엇보다 간절한 소망임을 볼 수 있다.


소영이 툭 내뱉는 “그렇게 다시 시작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대사 뒤에 우성이를 안고 있는 동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그 몇 초의 순간, 이들에게도 정말 그런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며 기도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리고는 눈물을 보이는 소영, 가만히 그녀의 눈을 가려주는 동수.

소영은 “아무것도 안 보이니까 무섭다. 이상하게...” 그렇게 말하면서도 손을 내리려는 동수의 손목을 붙잡는다.

그런 소영을 바라보며 동수가 말한다.


“널 보면 내 마음이 조금은 편해지는 것 같아”

“어째서?”

“우리 엄마도... 어쩔 수 없이 날 버려야 했던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그래도 자식을 버린 엄마를 용서할 필요 없다는 소영의 말에 동수는


“그래서… 대신 소영이 널 용서할게”라고 말한다.


또 재미있는 장면으로는, 수진이 동수를 체포하는 장면에서 정말 적절한 타이밍에 하품을 하는 아기 우성이의 모습이다. 베테랑 연기자도 아마 맞추기 힘든 타이밍이었을 것이다.


또 기차에서 꼬마 해진과 소영이 ‘해진(海進)’이라는 이름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장면이 있는데 문득 배우 유해진이 떠올랐다. ‘바다로 나아간다’는 뜻인데, 언젠가 ‘삼시세끼’에서 자신의 이름에 대해 말한 적이 있으며 같은 의미로 설명했던 것 같다.


아마 현실 세계에도 축구선수가 꿈인 꼬마 해진이가 많을 것이다. 그들이 훗날 바다 너머 멀리에서 손흥민 선수처럼 날개를 달고 마음껏 달리는 모습이 현실로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10으로 이어집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