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60, 비로소 보이는 것들』첫번째 글
아침에 눈을 뜨면, 예전처럼 급하게 시계를 보지 않는다.
거실과 방의 창문을 열고 바깥의 공기를 접하며, 창문 너머로 스며드는 햇살을 잠시 바라본다.
늘 있던 풍경인데도, 요즘 들어 더 눈길이 간다.
나이 예순이 되니, 소소한 것들이 더 크게 다가온다.
젊은 날엔 놓치고 지나쳤던 것들이, 이제야 비로소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10여 년 동안 직장의 사무실과 회의실에서, 그리고 25년 동안 컨설턴트로 수많은 클라이언트의 문제를 해결하며 살아왔다.
늘 마감에 쫓기고, 보고서에 눌리고, 성과라는 무게 속에서 숨 가쁘게 달렸다.
그렇게 달려온 시간이 내 인생의 전부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예순이 되고 보니, 그 모든 시간이 결국 ‘쉼 없이 버텨낸 여정’이었다는 걸 인정하게 된다.
예순에 들어서 가장 크게 자리 잡은 단어는 ‘쉼’이다.
젊을 때는 멈추면 안 된다고 믿었다.
그러나 지금은 잠시 멈춰야만 비로소 보이는 풍경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마치 숨 고르기를 해야 더 멀리 뛸 수 있듯, 쉼은 패배가 아니라 삶의 한 부분이었다.
세상은 여전히 변하고 있다.
컨설팅 초기에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로 나름의 기회와 나름의 생존 방식을 만들어왔다.
어쩌면 25년이라는 컨설팅시장에서의 생존의 핵심은 새로운 변화에의 대응이었을 것이다.
최근의 AI라는 새로운 메가트렌드는 또 다른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고 새로운 모델을 창출할 것이가 과제를 던지고 있기도 하다.
과거라면 며칠 밤을 새워야 가능했던 분석이나 보고서를 AI는 순식간에 내놓는다.
효율과 속도의 세계다.
그럼에도 시간과 에너지를 바로 줄여주는 건 아니다.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경험하고, 새로운 깊이를 더하기 위한 고민과 활용은 더 많은 과제를 던지고 있다.
그리고 배워야 할 부분이 더한다는 부담도 존재할 것이다.
배움이란 책상 앞에서만 하는 게 아니었다.
꽃이 피는 걸 지켜보는 것도, 낯선 기술을 배워보는 것도, 새로운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도 다 배움이었다.
물론, 그동안과는 다르게 치열한 학습과 배움보다는 보다 편안하고, 즐거운 학습과 배움의 마인드로...
그래서 앞으로의 10년, 20년은 더 많은 성과보다는 좀 더 편안하고 깊은 경험에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하고 싶다.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그것을 내 지난 경험과 섞고 융합해보는 일. 실패와 성공을 나누는 대신, ‘이런 길도 있었다’는 이야기를 남겨두는 일. AI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만의 감정과 통찰을 담아내는 일 말이다.
예순이 되고 보니 관계도 달라졌다.
화려한 인맥보다 손에 잡히는 몇 사람의 온기가 더 소중하다.
수많은 자리보다 가족과 함께 집 앞을 산책하고 나누는 시간이 더 오래 남는다.
그렇게 작은 것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시간이 늘어간다.
나는 이 브런치북 연재를 통해, 예순의 눈으로 바라본 일상과 깨달음을 나누고 싶다.
거창한 철학도, 특별한 성공담도 없다.
다만 “나도 그렇다” 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소소한 이야기들.
인생 2막을 앞두고 불안한 이들에게는 위로가 되고, 젊은 세대에게는 부모와 어른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창이 되었으면 한다.
나이 예순, 문득 돌아보니 인생은 정답을 찾는 여정이 아니었다.
끝까지 배우고, 끝까지 살아내는 과정이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스스로에게 조용히 묻는다.
“나는 어디쯤 와 있을까?” 답은 알 수 없지만, 담담히 웃으며 이렇게 말하고 싶다.
- 멘토 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