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60, 비로소 보이는 것들』세번째 글
스무 살 무렵, 나는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 시절은 모두가 조금은 큰소리를 치며 살았다.
‘나는 이런 일을 하겠다, 저런 인생을 만들겠다’ 하고 앞날을 마음껏 그려냈다.
그때의 꿈은 지금 생각해보면 다소 무모했고, 현실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그 무모함이 있었기에 청춘은 빛났다.
대기업에 입사했을 때만 해도 내 인생은 순조롭게 굴러가는 듯했다.
빠른 승진을 꿈꿨고, 더 큰 프로젝트와 성과를 이루고 싶었다.
그러나 조직은 늘 내 뜻대로 흘러가 주지 않았다. 경쟁과 구조 속에서 나의 작은 이상은 조금씩 닳아갔다.
결국 안정된 울타리를 떠나 컨설턴트라는 길을 택했을 때도, 나는 내 안에 여전히 남아 있는 ‘젊음의 꿈’을 믿고 있었다.
컨설턴트로 산 지난 25년은 화려해 보이기도 하지만, 실은 끝없는 문제해결과 보고서의 압박이었다.
클라이언트마다 다른 고민을 품고 찾아왔고, 나는 늘 “답을 내놓아야 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많은 기업의 변화를 돕고, 누군가의 길을 함께 걸으며 보람도 느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묻곤 했다.
“내가 처음 품었던 꿈은 지금 어디쯤 있는 걸까?”
젊은 날의 꿈은 화려한 무대나 이름을 알리는 성공에 가까웠다.
그러나 예순이 된 지금 돌이켜보면, 그 꿈들은 대부분 흩어졌다.
계획처럼 이룬 것도 있지만, 절반은 내 손을 벗어나 버렸다.
다만 이상한 건, 그 흩어짐이 아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흩어진 자리마다 새로운 경험이 남았고, 그 경험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이다.
가끔은 생각한다.
‘내 젊음의 꿈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다른 모양으로 변해온 게 아닐까?’ 하고.
한때는 세상을 바꾸겠다고 했지만, 지금은 한 사람의 삶을 조금 덜 힘들게 돕는 일이 더 소중하게 다가온다. 예전엔 성과로만 평가받던 일이, 이제는 사람의 표정과 한마디 고마움으로 충분하다.
예순의 눈으로 보니, 꿈이란 꼭 지켜져야만 의미가 있는 게 아니었다.
흩어지고 바뀌고 줄어드는 그 과정이 결국 내 인생을 채워왔다.
청춘의 큰소리는 이제 사라졌지만, 그 대신 담담히 웃을 수 있는 여유가 남았다.
AI라는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면서, 또 다른 꿈을 품어본다.
이제는 내가 세상을 바꾸겠다는 욕심보다는, 새로운 기술과 경험을 내 삶에 녹여내며 또 다른 배움을 이어가는 꿈이다.
그 배움이 언젠가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젊음의 꿈은 어디쯤 흩어졌을까.
아마도 길 위의 여러 갈림길에서 조금씩 흩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 흩어진 자리마다 발자국이 남았고, 그 발자국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이다.
결국 꿈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모습으로 내 안에 살아 있었다.
나는 이제 이렇게 말하고 싶다.
“젊음의 꿈은 흩어졌지만, 그 조각들이 모여 내 인생이 되었다.”
- 멘토 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