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60, 비로소 보이는 것들』 두 번째 글
스무 살 무렵에는 시간이 참 느리게 흘러가는 줄 알았다.
서른이 될 날은 멀게만 보였고, 군대 시절의 하루는 도무지 끝나지 않는 것 같았다.
마흔이 되었을 땐 “아직도 한참 남았지” 했는데, 쉰을 지나고 나니 예순은 금세 찾아왔다.
예순이 되고 보니, 시간이란 게 사실 늘 같은 속도로 흘렀는데, 내가 달려온 걸음이 달랐던 것뿐이라는 걸 알겠다.
젊을 땐 앞만 보고 뛰느라 시간이 더디게 느껴졌고, 지금은 조금 느긋해졌기에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진다.
컨설턴트로 살던 지난 25년은 늘 시간과의 전쟁이었다.
마감일은 늘 코앞이었고, 밤을 새워 보고서를 쓰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그때는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몰랐다.
그런데 지금은 이상하다.
특별히 한 일을 하지 않아도 하루가 훌쩍 지나간다. 커피 한 잔 마시고, 글 몇 줄 쓰고, 산책하고 업무보다 보면 벌써 저녁이다.
시간의 속도가 이렇게 다르게 느껴지는 건 아마도 내 마음 때문일 것이다.
젊을 때는 시간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기에 더 빨리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제는 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드릴 일도 없고, 아이들이 결혼해 손주를 보여줄 날도 아직은 멀다.
그래도 덕분에 내 시간을 온전히 나를 위해 쓸 수 있다.
새로운 걸 배우고, 책을 읽고, 계속해서 새로워지는 AI 도구들을 만져보며 “아, 세상이 정말 많이 달라졌구나” 하고 감탄한다.
자료 리서치와 보고서를 써주는 AI를 보면서, 옛날 같았으면 머리 싸매고 고민했을 일을 몇 분 만에 끝내니 놀랍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하다.
하지만 덕분에 새로운 시간에 또 어떤 일들을 할수 있을지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시간은 여전히 빠르게 달린다.
하지만 그 빠름을 붙잡을 수는 없다.
대신, 그 안에서 내가 무엇을 보느냐가 중요하다.
아침 햇살이 조금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지, 길가에 핀 들꽃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잠시라도 바라보는지, 그 차이가 시간을 다르게 만든다.
예순이 되고 나서야 깨달았다.
시간은 늘 똑같은 속도로 흐른다.
그러나 마음이 머무른 순간은 오래 남는다. 그리고 그 순간들이 모여 내 삶의 진짜 속도를 만들어준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다짐한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도, 나는 그 속에서 조금 더 천천히, 내 삶을 새겨가겠다고.
-멘토 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