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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 – ‘너답게’

『시니어 창업 해! 말어! 그 사이에서_2』육십번째 글

by 멘토K

창업을 오래 상담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있었다.

“그래서, 창업을 해야 할까요? 말아야 할까요?”


이 질문에는 두려움과 기대가 함께 섞여 있었다.

지금의 삶이 지루하고 답답하다는 생각, 그러나 동시에 또 한 번 실패할까 두려운 마음이 공존했다.

나는 그럴 때마다 단호하게 말했다.

“창업은 해도 좋고, 안 해도 좋습니다. 중요한 건, ‘당신답게’ 사는 겁니다.”


시니어 창업은 단순한 경제활동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인생을 다시 정의하는 과정이었다.

남들이 다 하니까, 퇴직했으니 뭔가 해야 할 것 같아서, 그런 이유로 시작하면 금세 방향을 잃기 마련이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는 왜 이 일을 하려는가?’였다.

이 질문에 솔직해질수록, 그 사람의 창업은 오래갔다.


예전에 만났던 한 60대 창업자는 평생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퇴직 후 카페를 열었다.

하지만 6개월도 안 되어 문을 닫았다.

그는 말했다.

“손님이 없는 게 아니라, 마음이 없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모르고 그냥 유행을 따라갔던 것 같아요.”


반면 또 다른 50대 후반의 여성은 오히려 ‘창업을 하지 않기로 한 용기’로 자신을 지켰다.

그녀는 주변에서 ‘요즘 다들 카페 하더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지만, 대신 평소 관심 있던 지역문화 활동에 뛰어들었다.

지금은 작은 마을축제를 기획하며 마을의 어른으로 존경받고 있었다. 그 역시 ‘창직’의 한 형태였다.


이처럼 창업은 정답이 아니었다.

그것은 선택지 중 하나일 뿐이었다.

시니어에게 진짜 중요한 건 ‘새로운 형태의 일’을 찾는 것이었다.

그 일이 꼭 돈을 버는 일이 아니어도 좋았다.

의미와 보람을 주는 활동이라면 그것도 훌륭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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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시니어들이 착각하는 게 있었다.

“창업은 대단한 사람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 반대였다.

오히려 자신에게 솔직한 사람들이 창업에 성공했다.

남의 기준이 아닌, 자신만의 속도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 오래갔다.


내가 만난 어느 시니어 창업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야 알겠어요. 젊을 때는 돈을 따라갔지만, 지금은 마음을 따라가야 오래 버틸 수 있다는 걸.”


그의 말 속에는 30년 직장생활보다 깊은 통찰이 담겨 있었다.

시니어 창업은 돈보다 ‘나’를 중심에 두는 여정이었다.


창업을 하든, 하지 않든, 중요한 건 스스로의 삶을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퇴직 후의 인생은 남은 시간을 버티는 게 아니라, 다시 써 내려가는 과정이었다.

이 시기에 필요한 건 결단이 아니라 방향이었다.

내 삶의 가치와 맞지 않는다면, 굳이 창업을 고집할 필요도 없었다.

대신 내가 가진 경험을 다른 방식으로 녹여내면 충분했다.


창업을 한다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했다.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시장과 현실을 직시할 수 있어야 했다.

돈이 아닌 지속 가능성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했다.

그리고 그 판단의 중심에는 언제나 ‘나답게’가 있어야 했다.


반대로, 창업을 하지 않기로 했다면 그것 또한 훌륭한 선택이었다.

남들처럼 하지 않는다고 해서 뒤처지는 게 아니었다.

시니어의 삶은 이미 ‘경쟁’이 아니라 ‘완성’의 단계로 가는 길이었다.


나는 종종 이런 말을 했다.
“창업은 인생의 연장이 아니라, 자신과의 대화입니다.”


그 말의 뜻은 단순했다.

창업을 통해 스스로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는 뜻이었다.

수익이 조금 덜 나도, 속도가 느려도 괜찮았다.

중요한 건 자기 자신과의 합의였다.


이제는 시니어 창업을 ‘성공과 실패’의 프레임으로만 보지 말아야 했다.

그것은 자신을 새롭게 이해하고, 세상과 다시 연결되는 과정이었다.

해도 좋고, 안 해도 좋았다.

다만 그 어떤 선택을 하든, 반드시 ‘너답게’ 해야 했다.


세상이 빠르게 변해도, 자신답게 사는 법은 변하지 않았다.

인생 2막의 핵심은 돈보다 태도였다.

그리고 그 태도의 중심에는 언제나 이런 말이 있었다.
“나는 나답게 살기로 했다.”


그 한 문장이, 시니어 창업의 출발점이자, 동시에 인생 2막의 진정한 완성이었다.


- 멘토 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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