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3. 칭찬에 인색한 리더와의 거리두기

『知彼者 心安也』 열세 번째 글

by 멘토K


직장 생활에서 의외로 많은 사람이 “칭찬 한마디가 그리웠다”고 말한다.


성과를 내도, 밤을 새워도,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없이 무표정하게 지나가는 상사.


그 앞에서 직원들은 마치 ‘투명인간’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낀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서운함이 쌓인다.


한 중견기업에서 5년 차 대리가 말했다.

“팀장님은 단 한 번도 칭찬을 안 해요. 보고서 잘됐다고 하면 ‘원래 그 정도는 해야지’라고 하시죠.

실수하면 바로 피드백하시고요. 결국 다들 의욕이 떨어져요.”


이 팀장은 결코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책임감도 강하고, 업무 처리도 정확했다.

하지만 문제는 ‘감정의 전달력’이었다.


그에게는 ‘칭찬=나태함을 부르는 것’이라는 오래된 신념이 있었다.

“너무 칭찬하면 직원들이 해이해진다.” 이건 1990년대식 리더십의 잔재였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칭찬에 인색한 리더는 크게 세 유형으로 나뉜다.


첫째, 통제형 리더.

칭찬이 관계의 균형을 무너뜨릴까 두려워한다. “내가 직원에게 잘하면, 나중에 말을 안 듣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늘 권위와 거리를 유지하려 한다.


둘째, 완벽주의형 리더.

자신이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웬만한 성과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그건 기본이지”라는 말 속에는 상대를 향한 비난보다, 자신이 만든 ‘높은 기준’이 숨어 있다.


셋째, 불안형 리더.

칭찬을 하면 상대가 자신보다 빛날까 두려워한다.

리더십의 불안감이 ‘칭찬 절약’으로 나타나는 경우다.

이들은 구성원이 성장하는 걸 보면서도 ‘내 자리가 위태로워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한 글로벌 기업의 사례를 보자.

이 회사는 ‘피드백의 문화’를 바꾸는 실험을 했다.

“회의를 끝낼 때, 반드시 한 가지 칭찬으로 마무리하자.”


불과 석 달 만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구성원들이 서로의 노력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 덕분에 실수나 문제를 말하는 것도 더 편해졌다.


칭찬이 ‘결과 보상’이 아니라 ‘관계의 신뢰’를 만드는 역할을 한 것이다.


흥미로운 건, 이 실험에서 칭찬을 잘 못하던 리더들도 점점 변했다는 점이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한두 번 반복하다 보니 ‘칭찬이 조직의 윤활유’라는 걸 체감했다.


칭찬은 결코 감정적인 제스처가 아니다.

뇌과학적으로도, 긍정적인 피드백은 구성원의 도파민 분비를 촉진해 동기부여를 높인다.


반대로 무시나 침묵은 ‘위협’으로 인식되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증가시킨다.


결국, 칭찬을 아끼는 리더일수록 조직의 피로도를 높이는 셈이다.


그렇다면, 칭찬에 인색한 리더와 어떻게 거리두기를 해야 할까.


첫째, 리더의 인정 욕구를 이해하라.

칭찬을 안 하는 리더일수록 자신이 ‘인정받지 못했다’는 경험이 많다.

“내가 저 자리라면 저렇게는 안 할 텐데”라는 판단보다, “저 사람도 누군가에게 칭찬받지 못했겠구나”라는 이해로 접근하면 감정 소모가 줄어든다.


둘째, 기대치를 낮추라.

모든 리더가 감정 표현에 능한 건 아니다.

어떤 사람은 ‘수고했어’ 대신 ‘보고서 잘 됐네’라는 말 한마디로 최선을 다한 표현을 한다. 그 사람의 언어 방식 안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


셋째, 스스로를 인정하는 습관을 들이라.

리더의 칭찬을 기다리다 지치지 말자. 내가 한 일을 스스로 인정하고, 주변 동료와 서로 격려하는 문화가 더 건강하다.

“오늘 내가 이걸 해냈다”는 자기 피드백이 오히려 더 큰 에너지가 된다.


넷째, 감정의 거리를 확보하라.

칭찬이 없다고 해서 리더를 ‘감정의 잣대’로 재단하지 말자.

업무 관계는 업무 관계로, 인간적인 친밀감은 별개의 영역으로 두는 것이 마음을 지키는 길이다.


“知彼者 心安也.”


칭찬을 아끼는 리더는 감정이 없는 사람이 아니다.


그 역시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지만, 표현법을 잃은 사람일 수 있다.


리더의 부족한 감정 표현을 탓하기보다, 그 이면의 불안을 이해하는 순간 내 마음은 훨씬 가벼워진다.


결국 관계의 성숙은 상대를 바꾸는 게 아니라, 내가 기대를 다루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칭찬이 없는 조직에서도 스스로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다면, 그건 이미 누군가의 인정보다 단단한 자존의 증거다.


- 멘토 K -

keyword
월, 수, 금 연재
이전 12화#12. 임대인 vs. 임차인, 끝없는 줄다리기의 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