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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끊임없이 자기 PR만 하는 동료

『知彼者 心安也』 열다섯 번째 글

by 멘토K


어느 회의에서든 꼭 한 사람은 있다.

발언할 때마다 자기 프로젝트를 은근히 언급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에도 “저도 그거 비슷한 걸 해봤는데요”라며 자연스럽게 자신을 끼워 넣는 사람.


겉으로는 적극적이고 자신감 넘쳐 보이지만, 곁에 있으면 묘하게 피로가 쌓인다. 바로 ‘자기 PR형 동료’다.


한 IT 스타트업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팀 내부 회의에서 한 개발자가 늘 자신이 한 일을 과하게 강조했다.


“이 기능은 제가 아이디어 냈던 거잖아요.”

“그 캠페인, 사실 제 제안에서 출발한 거예요.”


그의 말에는 틀린 게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강조의 빈도’였다.


회의가 끝나면, 다른 팀원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그 얘기 또 나왔네.”


결국 팀장은 회의 시간보다 ‘관계 관리’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되었다.


이런 사람들은 겉으론 자신감 넘치지만, 내면에는 인정 욕구와 불안이 공존한다.


“내가 주목받지 못하면 잊힐지도 몰라.”

내가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내 노력을 알아주지 않을 거야.”


그래서 스스로 ‘증명’을 멈추지 못한다.


문제는, 이런 자기 PR형 동료가 팀 전체의 흐름을 방해한다는 점이다.


첫째, 협업의 신뢰가 깨진다.

함께 만든 결과물인데도 혼자 공을 챙기면, 팀원들은 자연스럽게 마음의 벽을 만든다.


둘째, 대화의 중심이 왜곡된다.

회의가 논의보다 ‘자기 어필의 장’으로 바뀌면, 아이디어보다 사람의 존재감 경쟁이 된다.


셋째, 팀의 에너지가 줄어든다.

자기 PR은 순간의 주목은 얻지만, 장기적으로는 피로감을 쌓는다.


한 대기업 마케팅팀의 팀장이 말했다.

“성과를 낸 사람보다, 자꾸 자신을 포장하는 사람이 더 눈에 띄어요. 문제는, 진짜 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그만큼 줄어든다는 거죠.”


그는 결국 회의 시간에 이런 규칙을 만들었다.

“성과 보고는 ‘팀 단위’로만 말하기.”

그 후, 회의의 공기가 달라졌다.


자기 PR이 나쁜 건 아니다.

요즘은 ‘셀프 브랜딩’이 필수인 시대다.

하지만 ‘과함’과 ‘균형’의 차이가 있다.


진짜 프로의 자기 PR은 말이 아니라 신뢰로 쌓인다.

“저 사람은 늘 맡은 걸 제대로 해내더라”는 평판이 쌓일 때, 말보다 강한 홍보가 된다.


그렇다면, 자기 PR형 동료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첫째, 정면으로 부딪히지 말라.

그들의 말은 ‘논리’보다 ‘감정’에서 온다. “왜 그렇게 자신 얘기만 해요?”라는 말은 그들의 불안을 더 자극한다.

오히려 “그 프로젝트 정말 고생했죠” 한마디가 방어를 내려놓게 만든다.


둘째, ‘공동의 성과’로 끌어들여라.

“그 부분은 ○○님이 잘했죠. 우리 팀이 함께 만든 결과네요.”

이런 말을 던지면, 자기 PR형 동료도 점차 팀 중심으로 시선을 바꾼다. 자신이 포함된 ‘우리’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셋째, 나도 필요한 만큼은 PR하라.

겸손만으로는 존재감을 지키기 어렵다. 자기 PR형 동료가 두드러지는 이유는, 그만큼 ‘조용한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자신이 한 일은 사실대로, 짧게, 명료하게 말할 필요가 있다.

“이번 제안서의 핵심 구조는 제가 정리했습니다.”

이건 자랑이 아니라 ‘기록의 정리’다.


심리적으로 보면, 자기 PR형 사람은 ‘외향형 인정욕구자’다.


조직 안에서 자신이 잊히는 걸 가장 두려워한다.

그래서 말을 통해 존재를 확인하려 한다.


이 사실을 이해하면, 짜증보다 연민이 생긴다.

“저 사람은 지금 불안해서 저러는 거구나.”

이렇게 생각하면 감정 소모가 훨씬 줄어든다.


“知彼者 心安也.”


상대를 알면, 내 마음이 편해진다.


자기 PR형 동료를 바꾸려 하기보다, 그들의 ‘불안의 언어’를 읽는 것이 현명하다.


그들은 사실, ‘내가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결국 직장도 사회도 ‘존재를 증명하려는 사람들’의 무대다.


그 무대에서 중요한 건 누가 가장 크게 말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끝까지 신뢰를 쌓느냐다.


말로 얻은 주목은 사라지지만, 진심으로 얻은 평판은 오래 남는다.


그리고 그 진심을 알아보는 사람이 결국, 진짜 리더가 된다.


- 멘토 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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