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知彼者 心安也』 열여섯 번째 글
“조금만 깎아주세요.”
이 말, 자영업자라면 하루에도 여러 번 듣는다.
물론 거래에서 가격 협상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적정한 수준의 협상’이 아니라, 가격 흥정 자체에 집착하는 고객이다.
그들에게는 품질보다, 신뢰보다, 심지어 관계보다 ‘가격’이 유일한 판단 기준이다.
한 인테리어 업체 대표의 사례다.
고객은 처음부터 “나는 여러 군데 견적 받아봤어요. 어디는 이 가격보다 싸던데요?”라며 말을 꺼냈다.
대표는 공사 품질과 자재 차이를 설명하며 정당한 금액임을 설득했다. 하지만 고객은 듣지 않았다. “그래도 여기서 조금 더 깎아줘야 하지 않나요?”
결국 대표는 최소 이윤만 남기고 계약했다.
하지만 공사가 끝난 뒤, 고객은 또 다른 불만을 제기했다.
“도장 색이 약간 다르네요, 서비스로 한 군데 더 칠해주세요.”
결국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이분은 ‘싸게 샀다’는 만족을 얻기 위해, 상대의 노력을 줄이려는 분이구나.”
이런 고객 유형의 문제는 단순히 ‘깎으려는 행위’가 아니다.
그들은 ‘흥정 자체를 심리적 우위 확보 수단’으로 삼는다.
즉, “내가 이만큼 깎았다”는 성취감이 ‘이겼다’는 만족으로 이어진다.
이건 경제적 논리보다 감정의 문제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이런 고객은 ‘협상형 통제 욕구자’다.
상대보다 한발 위에 서야 마음이 편해진다.
가격을 깎는 행위가 단순한 절약이 아니라, 관계의 주도권을 쥐려는 심리인 것이다.
그래서 가격을 낮춰주면 고맙다는 말보다, “더 깎을 수 있었는데”라는 아쉬움을 남긴다.
흥미롭게도 이런 고객은 결과적으로 ‘만족’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그들의 기준은 ‘가격의 절대값’이 아니라 ‘상대적 우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런 고객을 무조건 피할 수는 없다.
현장에서는 이들을 ‘가격 민감 고객’이라 부른다.
문제는 그 민감함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첫째, 가격이 아닌 ‘가치’를 먼저 이야기하라.
“이건 이 정도 가격이에요”보다
“이 가격에는 이런 서비스와 품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말해야 한다.
가격만 이야기하면 흥정의 대상이 되지만, 가치로 이야기하면 비교의 대상이 된다.
둘째, ‘할인’보다 ‘혜택’을 제시하라.
가격을 낮추는 대신, 작은 서비스를 더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인테리어라면 “마감 후 점검 방문 한 번 더 하겠습니다.”
카페 창업 컨설팅이라면 “오픈 전 홍보 콘텐츠를 한 세트 더 제공하겠습니다.”
이건 ‘가치의 확장’이지, ‘가격의 후퇴’가 아니다.
셋째, 한 번 양보한 가격은 다시 올리기 어렵다는 점을 명심하라.
가격을 깎는 순간, 고객은 그 가격을 ‘기준 가격’으로 인식한다.
다음 거래에서도 똑같은 조건을 기대한다.
그래서 초기에 ‘최저선’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 이하로는 품질이 보장되지 않습니다.”
이 말은 단호하지만, 전문가는 이런 선을 분명히 그을 줄 알아야 한다.
반대로, 이런 고객을 완전히 배제할 필요도 없다.
‘흥정형 고객’은 잘만 다루면 충성 고객이 되기도 한다.
그들은 합리적 소비자이기 전에 감정적 소비자다.
한 번 신뢰를 느끼면 “그래, 이 집은 믿을 만하다”고 단골이 된다.
흥정은 그저 관계를 시험하는 과정이었을 뿐이다.
한 식당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단골 중에도 처음엔 깎으려던 손님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웃으면서 ‘그 대신 맛으로 보답할게요’라고 했죠. 지금은 매달 가족 모임을 여기서 해요.”
결국 가격보다 ‘사람’의 인상이 남은 것이다.
가격 흥정에 집착하는 고객의 속내를 알면, 불쾌감 대신 이해가 생긴다.
그들의 행동은 단순한 이기심이 아니라, 불안의 표현이다.
‘손해 보고 싶지 않다’는 두려움, ‘속지 않겠다’는 자기방어.
그 마음을 먼저 읽으면, 우리는 감정의 줄다리기에서 벗어나 더 단단한 거래 관계를 만들 수 있다.
결국 좋은 거래란 ‘누가 더 싸게 샀느냐’가 아니라,
‘서로가 만족할 만큼 신뢰를 나눴느냐’의 문제다.
거래의 본질은 돈이 아니라 신뢰의 교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신뢰를 만든 사람은, 가격을 깎는 고객이 아니라,
가격보다 가치를 지킨 사람이다.
- 멘토 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