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知彼者 心安也』 스무 번째 글
직장에는 두 종류의 상사가 있다.
업무로 평가하는 상사와 감정으로 평가하는 상사.
전자는 일을 기준으로 사람을 판단하지만, 후자는 ‘기분’을 기준으로 사람을 판단한다.
문제는 후자의 상사 밑에 있으면, 매일이 눈치 싸움이라는 것이다.
한 공공기관의 실제 사례다.
팀장이 회의 때마다 특정 직원을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는 왜 이렇게 성의가 없지?”
그러나 내용을 보면 문제는 크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직원이 회식 자리에 자주 빠졌다는 이유였다.
결국 팀장은 ‘업무’보다 ‘감정’을 관리하지 못한 것이다.
이런 상사들의 특징은 간단하다.
업무 피드백 속에 ‘감정의 불순물’이 섞여 있다.
“이건 네가 한 거라 기대 안 했는데.”
“다음엔 좀 더 나답게 해봐.”
표면적으로는 피드백이지만, 사실은 감정의 표현이다.
사적인 감정을 업무에 끌어오는 상사는 대체로 ‘감정 과몰입형 리더’다.
이들은 자신을 객관화하기 어렵다.
“나는 사람을 잘 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좋고 싫음’의 렌즈로 세상을 본다.
그래서 자신과 코드가 맞는 직원은 유난히 아끼고, 그렇지 않으면 이유 없이 멀리한다.
이 관계의 불균형이 조직 내 긴장을 만든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업무는 논리로 풀어야 하는데, 감정이 들어오면 논리가 무너집니다.
결국 남는 건 ‘누가 나한테 잘했냐’예요. 그때부터 조직은 정치가 됩니다.”
문제는, 이런 상사에게 감정의 문제를 직접 지적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팀장님, 그건 감정적인 피드백 아닌가요?”
이 말은 불을 붙이는 성냥이 된다.
그렇다면 감정형 상사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이건 *l‘대응의 기술’*이 필요하다.
첫째, 감정에는 감정으로 대응하지 말라.
그들이 감정적으로 나올 때, 같은 톤으로 맞서면 불이 번진다.
“알겠습니다. 제가 다시 정리해보겠습니다.”
이 한 문장은 상대의 감정을 흡수하고 대화의 불씨를 줄인다.
감정이 식으면, 그들은 오히려 이성적으로 돌아온다.
둘째, 논리 대신 ‘관계의 언어’를 활용하라.
감정형 상사는 논리보다 관계의 안정감을 중요시한다.
“팀장님 말씀처럼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이 말 한 줄이 그들의 긴장을 풀어준다.
논리로는 설득이 안 되지만, 공감으로는 안정시킬 수 있다.
셋째, ‘업무의 경계’를 명확히 그려라.
감정형 상사는 업무와 사생활의 경계가 흐리다.
“요즘 왜 말이 없어요?” 같은 질문으로 감정 상태를 확인하려 든다.
이때는 “요즘 업무에 집중하느라요.”라고 자연스럽게 선을 그으면 된다.
중요한 건, 감정적 연결고리를 최소화하면서도 무례하지 않게 거리두는 것이다.
감정형 상사는 조직 내 ‘분위기의 온도’를 바꾸는 사람이다.
좋을 땐 따뜻하지만, 나쁠 땐 얼음장처럼 식는다.
이들이 무서운 이유는 ‘말’보다 ‘표정’으로 분위기를 바꾼다는 점이다.
그래서 직원들은 점점 ‘성과보다 눈치’에 민감해진다.
“오늘은 기분이 괜찮으신가?”
“이번엔 또 누구 차례일까?”
이런 긴장이 쌓이면, 일보다 사람이 힘들어진다.
하지만 모든 감정형 상사가 악의적인 것은 아니다.
그들도 사실 불안한 리더다.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이유는 ‘리더로서의 불안’ 때문이다.
“나는 팀을 잘 이끌고 있는가?”
“내가 무시당하는 건 아닐까?”
그 불안을 숨기기 위해 감정으로 권위를 세운다.
한 중소기업 컨설팅 현장에서 본 장면이 있다.
한 부장이 부하직원을 심하게 꾸짖었다.
“도대체 이런 걸 왜 실수해?!”
회의가 끝난 뒤, 그 부장은 혼잣말로 이렇게 말했다.
“나도 위에 보고할 게 있는데, 도와주질 않으니 화가 났어.”
결국 그는 ‘상사로서의 압박’을 감정으로 토해낸 것이었다.
상대의 감정을 이해하면, 내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
감정형 상사에게 상처받기보다, 그들의 불안과 미숙함을 읽어라.
그들은 권위의 가면 속에서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는 사람들이다.
업무에 감정을 끌어오는 상사와 일하는 법은 단 하나다.
그들의 감정에 들어가지 말고, 자신의 중심을 지키는 것.
그 중심이 흔들리지 않으면, 감정의 파도 속에서도 당신의 일은 무너지지 않는다.
결국, 일은 사람이 하지만
일을 망치는 것도, 일로 성장시키는 것도 사람의 감정이다.
그 감정을 읽고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 진짜 프로다.
- 멘토 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