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바라보는 힘

감정이 흔들릴 때, 나를 붙잡는 연습(1)

by 모라

《모라의 정원》 5화. 감정이 흔들릴 때, 나를 붙잡는 연습 첫 번째 이야기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바라보는 힘>


아침 7시 30분, 아이에게 "빨리 옷 입어!"라고 말했는데

아이는 여전히 잠옷 바람으로 장난감을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엄마 5분만!"이라는 말에 속에서 불이 올라오죠. 늦으면 안 되는데, 왜 맨날 이럴까 싶고요.

오후에는 형제가 싸우는 소리에 달려가 보니,

큰 아이가 작은 아이 장난감을 뺏었다고 둘 다 울고 있습니다.

"형이니까 양보해야지!"라고 말하는 순간, 큰 아이의 표정이 더 일그러지는 걸 봅니다.

저녁에는 "숙제했어?"라고 물었더니 "알아서 할 거야!"라며 짜증을 냅니다.

왜 이렇게 말을 못 알아들을까 싶어 목소리가 높아지려는 순간을 맞이하게 되죠.


이런 일상의 순간들, 부모님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광경이죠.

우리는 살면서 감정을 억누르는 데 익숙해져 있습니다.

특히 부모가 된 이후에는 더 그렇습니다.

아이에게 화를 내고 싶지 않아서, 상처 주고 싶지 않아서,

더 좋은 부모가 되고 싶어서, 감정을 꾹꾹 눌러 담곤 합니다.

하지만 참는다고 사라지는 감정은 없습니다.

억눌러진 감정은 언젠가 더 크게 터지거나, 내면에 쌓여 나 자신을 지치게 만들곤 하지요.


그래서 우리는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바로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감정을 ‘바로 본다’는 건 어떤 상태일까요?

그리고 어떻게 해야 그런 힘을 기를 수 있을까요?

그 출발점은 바로, ‘공감’입니다.

공감은 억제보다 강한 힘이다

공감은 단순히 “이해해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진짜 공감은, 상대의 관점으로 들어가 그 감정을 온전히 이해했을 때를 말합니다.

심리학자 데이비드 메이어스(David Myers)는 공감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공감은 타인의 정서 상태에 반응하고, 그 상태를 이해하며, 그에 맞춰 행동하는 능력이다.”


이해가 없이 공감은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그 이해는, 상황과 맥락에 대한 ‘궁금한 시선’에서 시작됩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공항에서 긴 줄을 서 있는데, 누군가 새치기를 하면 보통 사람들은 화를 냅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딸이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았고,

이 비행기를 놓치면 마지막일 수도 있다”라고 말한다면요?

사람들의 감정은 단숨에 바뀝니다. ‘화를 낼 대상’이었던 사람이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은 존재’가 됩니다.

이처럼 숨겨진 이유와 상황이 납득되면, 감정은 억눌러지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방향을 바꿉니다.


그래서 공감을 하려면 먼저 '이해'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이해는 '궁금증'에서 시작되죠.


우리 아이들 양육을 하면서 일어나는 여러 문제상황들을 우리가 이해를 할 수 만 있다면

우리의 감정도 억압하지 않고 감정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습니다.


대신, 어른과 달리 아이를 진정으로 이해하려면 두 가지 관점이 모두 필요합니다.


이해로 가는 두 개의 열쇠


첫 번째 열쇠: 아동 발달의 보편적 특성 이해하기

"이 시기에는 원래 이래"를 아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감정은 많이 달라져요.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달단계에 따르면:

1-3세: 자율성 vs 수치심 및 회의감

이 시기 아이들은 "내가 할 거야!", "안 해!"라는 말로 자율성을 표현해요

근육발달로 걷고, 말하고, 스스로 환경을 통제하려는 욕구가 강해져요

하지만 아직 감정 조절 능력은 미숙한 상태예요

→ "또 떼쓰네"가 아니라 "자기 결정권을 주장하고 있구나"

3-5세: 주도성 vs 죄책감

자신만의 계획을 세우고 주도적으로 행동하려는 욕구가 나타나요

상상력이 풍부해져서 현실과 상상이 뒤섞이기도 해요

새로운 활동에 도전하고 싶어 하지만 실패에 대한 걱정도 커져요

→ "말 안 들어"가 아니라 "스스로 해보고 싶어 하는구나"


5-12세: 근면성 vs 열등감

학교에서 읽기, 쓰기, 셈하기 등 인지적 기술을 익혀가요

자기 능력을 인정받고 싶어 하지만 실패에 대한 내성이 약해요

완벽주의 성향이 나타나면서 쉽게 좌절하기도 해요

→ "왜 이렇게 예민해"가 아니라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구나"


뇌과학적으로 보면 더 명확해져요.

아이의 뇌에서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는 태어날 때부터 잘 발달된 상태지만,

이성적 판단과 충동 조절을 담당하는 전두엽은 25세까지 계속 발달합니다.

그래서 어른 기준으로 "왜 못 알아들어?"라고 생각하는 많은 행동들이

사실은 뇌 발달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두 번째 열쇠: 지금 이 순간의 개별 상황 파악하기

발달 단계를 안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니에요.

아이들은 표현방법이 어른들에 비해 미숙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아이에게는 뭐가 일어나고 있을까?"를 탐색하여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죠.


이때 나에게 그리고 아이에게 질문 또는 관찰이 필요합니다.

1. 상황 파악 질문: 지금 뭐가 일어나고 있는 걸까?

- 갑자기 떼를 쓸 때: "혹시 배고프거나 졸린 건 아닐까?"

- 평소와 다르게 행동할 때: "오늘 뭔가 특별한 일이 있었나?"


2. 이유 탐색 질문: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 숙제를 안 했을 때 : "뭔가 어려운 부분이 있었을까? 아니면 숙제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무엇인가 있었을까?"

- 말을 안들을 때: "내 말이 어려운가?", "지금 다른 생각에 빠져 있나?"

3. 의도 파악 질문 :"진짜 원하는 게 뭘까?"

- 관심 끌기 행동을 할 때: "혹시 엄마랑 더 놀고 싶은 건 아닐까?"

- 반항적으로 나올 때: "스스로 해보고 싶은 마음인가? 아니면 선택권을 갖고 싶은 건가?"


4. 맥락 이해 질문 :"이 아이 입장에서는 어떤 상황일까?"

- 아침에 꾸물거릴 때: "어른에게는 '지각'이지만, 이 아이에게는 '아직 놀고 싶은 시간'인 건 아닐까?"


궁금증 해소하는 실제 방법들

아이에게 직접 물어본다고 대답해 주는 건 아니니까, 관찰과 추론이 필요해요:

패턴 관찰하기

"이 행동이 언제 주로 나타나지?"

"어떤 상황에서 더 심해지지?"

맥락 읽기

아이의 몸 상태(배고픔, 졸림, 아픔)는 어떤가?

환경적 변화(이사, 새 학기, 가족 상황)가 있었나?

발달 단계상 자연스러운 반응인가?

비언어적 신호 읽기

눈 맞춤을 피한다 → 부끄러움? 죄책감?

몸을 웅크린다 → 위축? 방어?

계속 만지작거린다 → 불안? 집중 어려움?


이해가 되면, 공감이 되고, 감정의 주도권을 내가 갖게 됩니다

두 개의 열쇠가 만날 때 진짜 이해가 일어나요:

아침에 옷 안 입는 3세 아이의 경우:

1축(발달 이해): "3세는 자율성을 추구하는 시기야. 스스로 결정하고 싶어 해"

2축(상황 파악): "어? 그런데 어젯밤에 늦게 잤네, 그리고 오늘 새로운 옷이구나"

완전한 이해: "아, 피곤한 데다 낯선 옷이 부담스러워서 자기 방식대로 하고 싶어 하는구나"


숙제 안 한 7세 아이의 경우:

1축(발달 이해): "7세는 근면성을 발달시키는 시기야.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있어"

2축(상황 파악): "요즘 수학이 어려워졌다고 했었지? 그리고 친구들과 비교당하는 걸 싫어하더라"

완전한 이해: "아, 어려운 문제 때문에 좌절감을 느끼고 있구나. 잘하고 싶은데 실패할까 봐 미루고 있는 거구나"


이렇게 이해가 되면 자연스럽게 공감이 일어나요. "그럴 수 있겠다"는 마음이 생기죠.

그리고 공감이 일어나면,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감정의 방향이 바뀝니다.

화가 나던 마음이 "어떻게 도와줄까?"라는 마음으로 전환되는 거예요.


이것이 바로 감정의 주도권을 내가 갖는다는 것입니다.

감정에 끌려가는 게 아니라, 내가 감정을 이끌어가는 거예요


실제로 어떻게 달라질까요?

Before: 이해 없이 반응할 때

"또 안 입네" → 화남 → "빨리 해!" → 아이 울음 → 더 화남 → 악순환

After: 이해하고 공감할 때

"왜 안 입을까?" → 관찰 → "아, 3세라 자율성이 강한 시기구나. 그런데 피곤하고 새 옷이 낯설구나" → 공감 → "이 옷이 좀 까끌까끌하지? 어떤 옷 입고 싶어?" → 선택권 제공 → 문제 해결


감정은 억눌러지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어요.

이것이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컨트롤하는 것입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처음에는 서툴 거예요. 발달 단계를 알아도 막상 생각이 안 나 당장 적용이 어렵고,

궁금해해 봐도 답이 안 나올 수 있어요. 그래도 괜찮아요.

중요한 건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이해하려는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그 마음 자체가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고, 감정의 강도를 달라지게 만들어요.

처음에는 10번 중 1번만 성공해도 충분합니다.

그 작은 변화가 점점 쌓여가면서, 어느 순간 감정의 주도권이 내게 있다는 걸 느끼게 될 거예요.


그렇다면, 처음 예시나 왔던 상황에서

우리가 아이에게 화가 날 때, 우리는 무엇을 보지 못하고 있는 걸까요?

- "빨리 옷 입어!"라고 했을 때

: 아이는 지금 머릿속에서 오늘 유치원에서 할 놀이를 상상하고 있을 수도 있어요.

어른에게는 '지각'이 중요하지만, 아이에게는 '지금 이 순간의 상상'이 더 소중할 수 있거든요.

- 형제 싸움이 일어났을 때

"형이니까 양보해야지"라고 말하는 순간, 큰 아이는 '내 마음은 아무도 몰라주는구나'라고 느낄 수 있어요.

형도 자기 물건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있을 텐데 말이죠.

- "숙제했어?"라고 물었을 때

아이는 막 하려고 했는데 엄마가 말하니까 괜히 감정이 상했을 수도 있어요.


공감의 시작은 ‘궁금한 마음’입니다

우리는 흔히 공감을 감정의 기술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관점’의 전환입니다.

타인의 감정을 내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서 공감은 시작됩니다.

그래서 저는 말하고 싶어요.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바라보는 힘은 궁금증에서 시작됩니다.”

왜 저런 반응을 했을까? 무슨 마음이었을까? 이 상황의 배경에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궁금한 태도로 감정을 바라보면, 상황을 파악할 여유가 생깁니다.

그래서 우리의 자녀이든, 직장상사든, 처음 보는 낯선 이웃 이든

갑작스럽게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는 상황을 맞닿뜨렸을때, 상대방의 감정에 휩슬리지 않고

내 감정의 중심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 여유는 상대방의 감정에 휩쓸려 감정이 터지기 전 나를 붙잡아 줍니다.


그리고, 자녀를 양육할 때는 궁금해해 봐도 여전히 화가 날 수 있어요.

아이의 마음을 이해해도, 늦을 때는 정말 답답하고, 매일 반복되는 일들에 지칠 수도 있거든요.

그런 내 감정도 충분히 타당하고 인정하고 수용해 주세요.

중요한 건 100% 완벽한 엄마가 되는 게 아니라, 조금씩 나아지는 것입니다.

오늘은 화를 냈더라도, 그 후에 "아까 엄마가 화를 냈는데, 너는 어떤 마음이었어?"라고

아이의 마음을 살펴보고 물어볼 수 있다면 그것도 충분해요.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

- 나는 요즘 아이의 감정에 대해 얼마나 궁금해했나요?

- 감정이 올라올 때, 어떤 ‘해석의 틀’로 상황을 바라보나요?

- 나는 지금, 내 감정을 억누르고 있나요, 바라보고 있나요?

감정은 억누르는 것이 아닙니다. 감정은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바라보기 위해서는, 먼저 이해가 필요합니다.


다시 한번 정리하면,

이해는 궁금함에서 시작되고, 궁금함은 공감을 낳고, 공감은 감정을 바꾸는 힘이 됩니다.


감정을 억누르느라 지쳐있다면, 이제는 방향을 바꿔보세요.
억누르지 않고도,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그 시작은 ‘왜 그랬을까?’ 하고

궁금해하는 마음이라는 거 잊지 마세요



당신은 이미 충분히 그 힘을 가질 수 있어요.

감정에 끌려가지 않고, 스스로 감정을 이끄는 삶.
그건 특별한 사람만이 아니라,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바로 당신도 할 수 있는 길입니다.

감정을 억누르는 게 아니라,
이해하고 품어내는 그 연습.
오늘부터, 아주 작게 시작해 보세요.

그리고 그 시도는, 생각보다 강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감정을 궁금함으로 바라보는 그 순간, 당신은 이미 감정의 중심을 잡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당신은 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충분히 잘 해낼 수 있습니다.

이 작은 질문이, 오늘 당신의 하루에 조금 더 부드러운 빛이 되길 바랍니다.

당신은 생각보다 더 단단한 사람입니다.




다음 화에서는, 그 감정을 어떻게 다독이고 이끄는지를 이야기합니다.

《모라의 정원》 5-2화: 내면을 다독이는 감정코칭의 시작

감정을 억누르지 않으면서도, 조율해 가는 감정코칭의 첫걸음을 함께 나눠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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