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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녹진 Jun 20. 2024

제 취미는요, 말하기 좀 부끄러워요.

그러니까 말이야. 이게 분명 새로운 취미생활이 생기긴 했는데, 이제는 확실하게 나의 취미생활이 되었다고 말을 해야 해야 할 지경인데도 괜히 말하고 싶지 않단 말이지. 나쁜 짓을 하는 것도 아닌데 어디 가서 말하기가 좀 부끄러워서 "어제 뭐 했어요?" 하는 흔한 질문에 "그냥 집에서 편하게 쉬었어요~"하고 말을 아끼게 된다. 어쩌다가 나는 이런 취미를 가지게 됐을까? 간략하게 말하자면, 나의 연인의 취미라 같이하면 좋겠다 싶어서 따라서 시작하게 됐다. 이 친구를 만나기 전까지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취미생활이었다.


연인이 되기 전, 그러니까 연애가 하고 싶어서 소개팅을 구한다고 온 동네방네 광고를 하자 마음을 먹었을 때 가장 먼저 들어온 소개팅에서 만난 사람이 지금 나의 연인이다. 직장 동료분이 본인 동호회에 괜찮은 사람 있는데, 동호회 사람이다 보니 취미로 이걸 하고 있는데 괜찮아요? 가 첫마디였다. 음, 문제가 되는 건가? 별 상관이 없을 것 같아서 괜찮다고 말하고 소개팅을 진행하게 되었다.


그렇게 만나 소개팅을 한 첫날, 나는 이 친구와 연애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지금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유형의 인간을 만났다. 나와는 너무나도 다른 사람이라서. 내가 과연 이 친구의 에너지를 감당할 수 있을까? 고민고민을 하면서도 몇 번의 만남을 더 가지고 있었는데, 나도 이 친구를 따라서 댄스스포츠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게 됐다. 아니 잠깐만. 내가 춤을 춘다고? 댄스스포츠를 한다고?


이 친구를 따라 댄스스포츠를 배우러 간다고 고향친구에게 말했더니 고향친구는 "그건 사랑이라다!"라며, 내가 상대방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고 하고는 서로 박장대소를 했다. 몇 번의 만남을 더 가지면서 사실 꽤 많이 즐거웠다. 나와는 너무 다른 모습이 걱정되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그 모습이 내게는 매력 포인트였었다. 이 친구가 건강한 취미생활을 가지고 있다는 게 멋있었다. 평일엔 집중해서 직장에 다니면서 많은 에너지를 쓰고, 취미생활에서 스트레스를 풀고 소모된 에너지를 얻으면서 자신을 멋지게 돌보는 모습이, 댄스스포츠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느끼고 배웠던 경험들을 조잘조잘 떠드는데 그 모습이 되게 빛나보였다.


그래서 나도 가지고 싶었다. 뭐가 그렇게 재미가 있는지. 뭐가 그렇게 좋아서 사람이 반짝반짝 빛이나 보이는지. 동호회에서 아주 다양한 나이대와 직업군의 사람들을 만나 또 다른 새로운 사회를 배우고, 땀 흘리고 몰입하면서 직장에서 쌓인 스트레스가 풀리기도 하고 기분 전환되면서, '댄스'이면서도 '스포츠'이기 때문에 순위를 다투는 경쟁을 하면서 성취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겪어가는걸 일단은 나도 해보고 싶었다.



일단, 시작을 한 계기가 나 스스로가 댄스스포츠에 흥미가 있고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서 그런지 적응하고 재미를 찾는데 꽤나 많은 시간이 들었다. 아후 지금 다시 생각해 봐도 마음이 찡하네. 지금은 이 즐거움을 여러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나는 와장창 난리를 피우며 지나왔던 과정들을 약소하게 줄여서 재미난 이 기분을 다 같이 재잘재잘하고 떠들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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