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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흥미진진한 독자 Aug 25. 2023

엄마가 아들 때문에  망나니 되는 순간

아들방에 들어갔다 분노폭발

화가 난 감정이 열로 녹아 사리가 되는 느낌은 이런 것일까? 아들 방의 실체를 알게 된 순간, 단전에서부터 올라오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폭발했다. 너무 화가 나서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라는 건 이런 상황에서 만들어진 문장 같았다.


아들방은 겉보기에는 아무 이상 없는 방이었다.

하지만 책을 찾기 위해 들어간 아들 책상에서 책 틈 사이로 무언가가 보인다. 책을 몇 권 더 뽑아보니 그 실체가 드러났다. 과자 봉지였다.


1차로 올라오는 분노를 참을성 있게 억누르며 과자 봉지를 꺼낸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과자 봉지가 눈에 보였던 이유는 더 이상 뒤로 쓰레기가 넘어갈 공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들놈은 책 뒤편 공간을 알뜰하게 쓰레기통으로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바퀴벌레가 눈에 보이면 안 보이는 공간에 엄청나게 번식한 상태라더니 쓰레기 조각이 눈에 보이는 순간 더 이상 책상이 쓰레기를 수용하지 못한 상태가 되었음을 의미했다.


눈에 보이는 쓰레기를 버린 후 아들 책장에 있는 책을 모조리 뺐다. 그랬더니 말문이 막히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동안 바퀴벌레가 나타나지 않은 게 다행이라 여겨졌다. 바나나 우유와 요구르트 등 음료를 먹은 흔적까지 나오자, 이성을 잃고 폭발하고 말았다.


쌍둥이들 모두 집합! 괴성을 내질렀다.

온갖 협박성 발언과 욕설 비슷한 말들이 입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분노로 이성이 마비된 한 명의 인간이 망나니가 되어 칼춤을 췄다.


2시간여 동안의 정리 끝에 수거된 쓰레기 양이다. 할 말을 잊게 만드는 양이다.


과자봉지부터 시작해 음료수병, 심지어 숟가락과 젓가락도 책장에 들어가 있었다. 쓰레기통도 방에 있고, 집이 대궐같이 넓은 것도 아닌데 버리기 귀찮아서 방을 쓰레기통으로 만들어 버리는 아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


이런 식으로 쓰레기장 만들 거면 방을 빼버리는 초강수를 쓸지도 모르겠다. 아니 쓰레기를 재활용하면서 아들도 분리수거함에 함께 넣어버릴지도 모르겠다.^^;;


오래간만에 이성의 끈을 놓았다. 아들 두 명 키우다가 분노의 화신이 될 것 같다.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에 나오는 문장을 되새기며 불같이 화내는 감정을 다스려 차갑고 창백하게 아이에게 훈계하는 무서운 엄마가 되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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