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보다 먼저 앵무새를 만난 조상들

과거 앵무새의 만남을 찾아서

by 흥미진진한 독자

우리가 앵무새를 가족으로 맞이하는 만남이 있기 이전에 선조들께서 먼저 앵무새를 만난 기록들이 있다. 앵무새를 어떤 시선으로 관찰했는지 과거여행을 시작해 보자.


조선 순조 때 동지사의 서장관 서장보를 따라 연경을 다녀온 작자미상의 사행 기록으로 <계산기정(薊山紀程)>이라는 문헌이 있다. '계산'이란 연경을 지칭하며 '기정'은 과정을 기록했다는 의미다. 보통 사행기록은 글로 쓰는데 이 책은 사행 과정을 시로 기록한 독특한 책이기도 하다. 권 5 부록 축물(畜物)편에 청나라에서 본 동물에 대한 이야기가 간략하게 실려있다. 코끼리, 낙타, 말, 노새, 당나귀, 개, 돼지, 양 등을 다루는 방법과 먹이는 방법을 관찰한 대로 기록해 놓았다. 여기에 앵무새에 대한 기록도 함께 실려있다.


인가와 시장 점포 처마에 새장을 놓고 새를 기르는 경우가 흔해 시장을 지날 때면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숲 속을 다니는 듯했다'는 감회가 기록되어 있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로 거리가 가득 찼다는 것은 시장에서 새를 매매하는 경우가 흔한 일이었으며 판매하는 점포 또한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새를 키우는 것이 유행이었나 싶다. 시장 경제 논리에 비추어 보면 많은 수요가 있었기 때문에 시장이 번성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나라 시인들이 앵무새와 관련된 시를 많이 남긴 것으로 보아 청나라 이전부터 반려조로 인기 있었던 동물이 아닌가 싶다)


앵무새는 홍색, 녹색, 흑색, 백색 등의 여러 종류가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현재 키우는 앵무새 중 홍색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종은 홍금강, 뉴기니아 암컷 종이 있으며, 녹색을 지닌 앵무새로는 대본청, 아마존, 뉴기니아 수컷 등이 있다. 흰색으로 가장 유명한 앵무새는 코카투(유황앵무)로 춤도 잘 추고 말도 꽤 잘하는 종이 있다.


하지만 흑색 앵무새는? 검정색 앵무새가 있다고?


아직 검정색 앵무새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다른 새와 착각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까마귀나 까치 같은 까만색일 뿐인 새인데 앵무새로 오인한 건 아닐까 싶기도 했고 회색 털을 가진 회색앵무를 검정색으로 표현한 것인가 생각했지만, 검정 앵무새가 있었다!

왼-팜코카투 , 오-흰색 코카투

우리나라에서 많이 키우지 않는 종이라서 볼 기회가 없었다. 코카투라고 하면 보통 흰색, 분홍색이라 생각했는데 까만 녀석이 있을 줄이야! 역시 세상은 넓고 종의 다양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사물을 판단할 때 경험만을 근거로 삼으면 오류 나기 십상이다.


※과거에 키우던 앵무새와 지금의 앵무새가 100프로 일치하지는 않겠지만 글을 읽으며 생각난 현재 앵무새 종을 기록함.


"여느 새는 다 세 발가락이 앞으로 향하고 하나만 뒤로 향했는데 앵무새는 둘은 앞으로, 둘은 뒤로 향했으니, 이것이 여느 새와 다른 점이었다." <계산기정 中>


몇 줄 안 되는 앵무새 관찰 내용이지만 핵심을 정확하게 짚었다. 앵무새는 발 구조가 특이하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비둘기, 참새, 닭의 발 모양>


보통 주변에 보이는 조류는 앞쪽에 발가락이 세 개다. 앵순이 발을 보면 확연히 앵무새 발 모양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앞과 뒤 각각 두 개로 되어 있어 집게처럼 물건을 집는 동작이 가능하다. 그래서 한 번씩 깜찍한 심쿵 장면을 보게 된다. 앵무새만 할 수 있는 발 연기다.


손으로 잡고 음식을 먹는 모습
손으로 물건을 잡는 모습


사람처럼 손으로(발로?) 물건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은 앵무새가 귀엽게 느껴지는 포인트가 된다. 앵순이가 들 수 있는 물건이라면(현재 몸무게 75g), 발에 드는 순간 연예인이 광고하는 물건처럼 사고 싶은 물욕이 샘솟을 것 같다.


임금 중에서도 앵무새의 아름다움에 반한 군주가 있었으니 바로 연산군이다.


연산군이 내린 전교(傳敎) 중에

"도화서로 하여금 앵무새 10여 마리를 그리게 하되, 정교하게 완성하여 궐내로 들이라."


는 내용이 있다. 한두 마리도 아니고 10마리를 그리라고 명하다니! 총천연색 옷을 입은 아름다운 앵무새를 보고 한눈에 반한 게 확실하다. 곁에 두고 보기 위해 그림으로 그리라고 명 했을 터다. 앵무새 10마리가 그려진 그림은 생각만 해도 극강의 화려함이 돋보이는 작품이었을 것이다. 연산군의 성격도 느껴진다.



<열하일기>를 쓴 연암 박지원도 중국에 사절단으로 갔을 때 앵무새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有賣鸚鵡者。日已昏。不得詳看其毛色。方覓燈之際。賣者已去。尤爲可恨。 <열하일기 中>

재롱부리는 앵무새를 파는 자를 만났는데 날이 어두워져 털을 자세히 보기 위해 등불 찾는 사이에 앵무새 파는자가 가버려 앵무새를 구경하지 못해 아쉬워하는 내용이다.


앵무새를 팔아야 하는 장사치인데 살 것 같지도 않은 사람이 요란을 떠니 귀찮아서 그냥 간 듯하다. 애조인 입장에서 역사적으로 가장 안타까운 순간이다.


만약 앵무새 주인이 잠시 기다려 주어 연암 박지원에게 앵무새를 관찰할 기회를 주었더라면 앵무새가 주인공인 명문장이 후대에 길이길이 남았을 텐데, 그냥 지나가 버리다니! 앵무새 장사꾼이 원망스럽다.

박지원이라는 희대의 천재 문장가가 섬세한 관찰과 통찰력으로 앵무새를 스캔했다면 어떤 이야기를 했을지 궁금하다. 박지원과 앵무새의 만남이 성사되지 못하고 시간의 결이 어긋나 버린 것이 안타깝다.


앵무새가 지금에 와서야 반려 동물로 인기있었던게 아니었다.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도 인간들과 함께 삶을 공유하며 살았던 친근한 동물 중 하나였다.



참고문헌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계산기정 제5권/부록

나무위키 사진

열하일기 관내정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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