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순이를 키우면서 가슴 철렁했던 사건이 하나 있다. 단독 주택에 살 때 옥상에 데리고 올라갔는데 날아가 버린 일이 있었다. 그때는 아직 어려 나는 것이 미숙했고, 낯선 공간으로 데리고 가면 집사 옆에 꼭 붙어있는 평소 행동으로 봤을 때 강아지처럼 사람 옆에 붙어 있을 것이라는 잘못된 판단으로 앵 순이를 잃어버릴 뻔한 것이다.
새는 날개가 있는데, 만에 하나 날아갈 수도 있다는 생각과 가능성을 배제했던 앵집사의 안전불감증이 문제였다.
가족들이 모두 함께 있었던 주말이라 다들 서둘러 앵 순이를 찾아 나섰다. 앵무새 관련 책을 많이 본 아들 말로는 큰 소리로 이름을 부르면 주인 목소리를 듣고 앵무새가 멀리 날아가지 않는다고 한다. 주인 목소리가 앵무새에게 안전감을 준다고 하니 제발 멀리 날아가지 말고 가까이 있어 달라고 마음속으로 빌며 이름을 외쳤다.
주인이 부르면 달려오는 강아지처럼 앵순이도 이름을 듣고 날아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새는 따로 호출 훈련을 하지 않으면 불가한 행동이다. 가족 모두 앵순이를 목청껏 부르며 골목을 돌아다녔다. 길고양이도 많은 주택단지인데 이렇게 영영 앵순이를 못 보게 되는 건 아닌지 심장이 쿵쾅거렸다.
그렇게 20분쯤 지났을까. 큰아들이 앵순이를 찾았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다행히 멀리 날아가지 않고 옆 건물 2층 나들가게 기와지붕 위에 착지한 녀석을 아들이 발견한 것이다. 평소 친분이 있던 나들가게 사장님이 긴 사다리를 가져왔고, 아들이 지붕으로 올라가 앵순이를 손으로 잡아 내려올 수 있었다. 앵순이의 위험했던 가출은 짧게 마무리되고 가족품으로 돌아오는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아들에게 어떻게 앵순이를 발견했는지 물어보니 길을 가다가 작게 앵순이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위쪽을 살펴보는데, 지붕 처마 끝에 앵순이 꼬리가 보였다는 것이다. 꼬리가 길면 밟힌다더니, 앵순이는 꼬리가 길어 쉽게 발각되었다. 긴 꼬리가 아니었으면 앵순이를 두 번 다시 못 볼 뻔했다.
평소에 앵순이 꼬리가 길어 생활할 때 불편한 점이 많아 불만이었다. 컴퓨터 모니터나 노트북에 잘 앉아 있는데 꼬리가 화면을 가리기도 하고, 사람머리 위에 앉아 있을 때는 눈앞을 가리기도 한다. 목욕할 때는 꼬리가 길어 앵순이 목욕시킬 때도 불편하다. 그리고 당사자인 앵순이도 매번 긴 꼬리를 손질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래저래 긴 꼬리가 불만이었는데 이렇게 절체절명의 순간에 긴 꼬리 덕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똥을 싸고 빗자루로 쓸 듯 꼬리로 똥을 쓸고 지나가 뜨악! 할 때도 있었지만 긴 꼬리야 그동안 불만 가졌던 거 미안하다. 그리고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