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Home, 고향

by 참읽기
옛날 게르만어에서 집이 있는 곳, 사람이 속한 마을을 'hām'이라고 불렀대. 돌아갈 곳이지.

우리의 삶도, 마음도 그렇게 고향을 찾아가.


너를 만나기 일주일 전 이사를 했어. 너의 첫 집을 준비하고 있어. 아직 손 볼 게 많은데 몸은 따라주지 않아. 시간은 촉박하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매일 집에 와서 도와주고 계셔. 외할머니는 내 손같이 정리하고, 나보다 훨씬 깨끗하게 청소도 하시지. 외할머니를 보며 생각해. 내가 어릴 때 어디에 있든 외할머니가 있는 곳을 집처럼 느꼈듯이 너도 그러하길, 나와 함께 하는 곳을 집으로 느끼길.


만삭사진을 찍었어. 네가 내 뱃속에 있었다는 걸 기억하는 사진이야.를 훤히 드러내놓고 찍는 사진은 남사스러워서 옷으로 꽁꽁 린 채 얌전하게 한 장만 남려 했어. 비용이 만만치 않아 미뤄두고, 태어난 후 사진 찍을 만한 스튜디오를 알아봤어. 준은, 무조건 가까울 것. 작은 너를 데리고 먼 데까지 갈 자신이 없었어.


가까운 곳만 찾으니 마땅한 곳이 없더라. 그러다가 강 건너 작은 스튜디오를 찾아냈어. 집에서 15분 거리. 아가 사진이 마음에 들어. 기대하지 않았는데 만삭사진도 찍어준대. 그렇게 선물처럼 찍 사진이 새 집 액자에 들어있어. 액자 속 사진이 신혼에서 만삭으로 바뀔 때까지 5년, 꽤 오래 걸렸네. 이 사진도 언젠가 또 바뀌겠지. 너와 함께 찍은 사진으로.


너를 만나는 순간을 기다려. 두려운 적도 있었지만 제는 한없이 좋아. 『어린 왕자』의 기다림으로 막달을 하루하루 보내며 흥분을 느낄 줄이야.


"만일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질 거야. 4시가 가까워질수록 나는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 마침내 4시가 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안절부절못하게 될 거야. 그러면서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돼."

『어린 왕자』, 생텍쥐페리


너와 지나온 240일은 맑은 시냇물 같았어. 순간을 새길 수 있는 속도로, 노래하듯이. 흐르는 풍경 한 올 한 올 사랑스럽다는 걸 느꼈 주기적으로 글도 남겼지. 너를 만나면 협곡의 속도로 시간이 흐를 거야. 얼른 순간을 보내고 싶어 하기도 하고, 지나가버린 찰나를 아쉬워하기도 하면서. 급류 타듯 정신없을 때도 있을 거야. 다들 그러니까.


어느샌가 큰 너를 보며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는 것을 느끼지? 그렇게 몇 번 '어느샌가'를 나면 네가 꽤 자 있을 거야. 그 엄마가 넓은 강처럼 르기를. 속도감은 있지만 의연하고 풍요로울 수 있를. 삶이 데려다주는, 예상치 못한 시간과 공간에서도 너와 함께이기에 즐거울 수 있기를 라. 그렇게 점점 바다가 되고 싶어. 네가 몇 살이 되어도 나의 냄새와 목소리가 네게 고향이 되어실거리는 자유를 떠오르게 한다면 정말 좋겠어.


곧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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