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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현 Mar 07. 2022

프리퀄: 1인 기업으로 살아남기

본편은 시작도 안 했는데 프리퀄 먼저, 

여담으로 가볍게 시작해보자. 


삶은 버라이어티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이왕 태어난 거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지 싶었다. 이런 마인드였으면 회사 생활도 신기한 거 투성이라 재미있을 법도 한데, 생각보다 회사는 지루했다. 적성에 안 맞는다는 게 이런 건가 싶었다. 매일 루틴이 비슷했다. 아침에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세계시황을 분석하는 거였다. 세계의 주요 신문에서 원자재와 관련된 지표와 뉴스를 긁어모으고 그걸 분석했다. 애널리스트처럼 깊게 파고드는 건 아니었고 부서에 공유하기 위한 용도였기에 정보 중심으로 추려서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그땐 지금과 달리 경제에 관심도 없고 지금보다 더 무지했던 터라 매일 바뀌는 지표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가격이 하락하면 왜 했는지 사람들이 물어봤고(신입이라 큰 기대없이 체크용으로 물어본 듯), 매일 바뀌는 현상에 일희일비하는 게 무의미하다고 느껴졌다.


우리 부서가 담당한 품목은 구리, 석탄, 철광석이었다. 그 중에도 구리를 메인으로 생각했는데, 비철금속의 대표 축이라서 그렇기도 했고, 당시 다니던 회사에서 가장 큰 규모로 투자한 곳 중 하나가 구리광산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전의 시황 분석이 끝나면, 오후에는 기본적으로 원자재에 대한 공부를 하거나, 우리 회사가 투자한 광산과 관련하여 발생한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레포트를 작성했다. (내가 메인은 아니었기에, 자료 조사 위주로 했다) 막내였기에 우리 팀 회계자료도 내가 도맡아했다. 1년치 예산도 정리했다. 월 단위로 투자사가 레포트를 공유해주면 그걸 반영하여 자료를 업데이트했다.


생각해보면 원자재와 숫자로 점철된 약 3년 간의 회사 생활이었던 것 같다. 지금 다시 돌아가라면 원자재를 열심히 공부해서 주식/선물 등에 투자했을 것이다. 돈 벌고 모으고 굴리는 재미로 회사 생활이 즐거웠을지도 모른다. 근데 그땐 그런 게 중요치 않았다.(이젠 안다. 중요하다는 걸...................)


서론이 길었는데, 다시 돌아가서, 삶에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몸소 경험하고자 퇴사를 했고 첫 번째 합류한 조직(?)은 사회적기업을 꿈꾸는 데였다. 나는 한 번 해볼까 하는 새내기 조직의 초창기 멤버, 나름 사내이사였지만 당연히(?) 무급이었다.(지금 하라면 못 할 듯) 그렇게 무급으로 1년을 일했다. 그땐 20대였고, 열정페이가 존재하던 시대였고, 돈보다 경험이 중요하다고 믿던 시기였다. 그런데 열악한 환경에서 온갖 스트레스는 다 받고 일은 많은데 급여가 1도 없으니, 이렇게 힘들 거면 내가 하고픈 일 하면서 내 회사를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창업의 시작이다. 창업의 '창'도 모르고 시작했기에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특히 기존에 몸 담고 있던 일도 아니고, 네트워크도 없는 업계(보드게임 혹은 게이미케이션 혹은 교육콘텐츠업)에서 창업을 하자니 첫 아이템 구상하고 출시하는데 걸린 시간만 2년 5개월 정도.


아이템을 고민할 때는 될 것 같은 제품/서비스를 구상할 수도 있고, 본인의 관심 분야를 파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 나는 그 중에서도 후자를 택했다. '내가 학창시절부터 힘들었던 이유는 주입식 교육 때문이야'라고 생각했기에, 교육업계에 기여할 수 있는 뭔가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아이들이 게임을 하면서 학습할 수 있는 보드게임을 만들자는 생각에 '견우직녀' 이야기를 모티브로 숫자 게임을 만들었다.


이 제품을 만들고 펀딩하고 후속 판매까지 하면서 깨달은 게 있다.

1) 제품 판매는 예술이 아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없어도 될 거라고 고려되는 사항은 최대한 제거하여 단가를 줄여야 한다.

2)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걸 소비자도 똑같이 좋아해주진 않는다. 열심히 만들어도 그 방향성과 본질이 소비자에게 가치가 없다면 그건 제대로 된 제품이라고 할 수 없다. 

3) 처음에 기획할 때부터 판매까지의 모든 시나리오를 구축해놔야 한다.


이때의 깨달음을 발판 삼아 그 다음으로 만든 제품은 가장 제대로 된 프로세스를 밟았다고 여기고 있는데, 2019년 와디즈에서 1천만원 이상 펀딩에 성공했고 현재도 잘 팔리고 있다. 특히나 이 제품은 디자인 작업을 제외하곤 기획부터 촬영, 스토리텔링, 제작, 판매까지 다 겪어보고 돈도 벌어봤으니, 나름 성공 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는 수준이 되지 않을까 싶다. 


펀딩을 통해 자신의 제품이 시장성이 있는지를 고민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1인 기업으로 펀딩 1천만원을 달성했고, 현재까지 잘 팔고 있는 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해보고자 한다. 


그 제품은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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