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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현 Mar 08. 2022

크라우드 펀딩,
우리 이렇게 하지 말아요

#00. 1인 기업이 펀딩 1천만 원 달성하기

크라우드 펀딩은 자금이 부족한 초기 기업 혹은 개인이 프로젝트에 대해 특정 기간 동안 목표 금액을 익명의 다수로부터 모금하는 방식이다. 제품 혹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워드형과 비상장 공모주를 제공하는 투자형이 있다. 


크라우드 펀딩의 대표적인 해외 기업으로 킥스타터 (https://www.kickstarter.com/)가 있는데 현재 얼마나 실험적인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는지 현황을 파악하는 데 좋다. 킥스타터는 미국에 법인이 있어야 프로젝트 개설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에 반해 좀 더 자유도가 높은 인디고고 (https://www.indiegogo.com/)도 있으니, 혹시나 해외 펀딩에 관심이 있다면 비교하면 좋을 듯하다.




나는 투자형 펀딩도 해보지 않았고, 해외 펀딩도 경험한 적이 없으니, 오롯이 내가 해보고 아는 선에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한다.


먼저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에, 펀딩을 왜 하는지 목적성을 분명히 하는 게 좋다. 펀딩 하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나(와 지인)의 경우 준비 기간 1~2달(순수 펀딩 준비 기간), 펀딩 진행 1~2달, 제품 제작 후 발송 1~2달 정도 걸렸는데 다른 펀딩 프로젝트를 살펴보면 이보다 훨씬 더 걸리는 경우도 있는 듯하다. 몇 달 간을 펀딩 하나를 위해 달려야 할 수도 있기에 펀딩의 통해 얻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설정을 해야 한다. 돈을 벌고 싶은 것인지, 초기 고객 확보 및 피드백이 중요한지, 펀딩 목표치 달성 후 다른 채널 입점의 장벽을 낮추기 위함인지 등등


일단 1인 기업이 기존 고객 없이 펀딩을 처음으로 시도한다고 하면, 펀딩을 통해서 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는 초기 고객 확보 및 피드백을 받고 이를 통해 판매 채널을 확장하는 것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가 있다. 와디즈, 텀블벅, 해피빈, 크라우드디 등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양대산맥이 와디즈와 텀블벅이다. (사회적 경제 섹터에 속한 기업이라면 해피빈을 눈여겨볼 수 있을 듯하다) 


내가 첫 펀딩을 시도한 건 2018년 상반기였는데, 그때는 텀블벅에서 프로젝트를 오픈했다. 당시에는 수수료가 더 저렴하고, 1인 기업 등의 창작자를 더 신경 써준다는 이미지가 있었기에 텀블벅을 선택했다. 만약 지금 펀딩을 고려한다면 아래 두 개의 기업 중 자신에게 어떤 점이 더 잘 맞을지 고려해보는 것이 좋다.


[펀딩 사이트 비교]


크라우드 펀딩의 기본 조건은 목표 금액 달성이다. 목표 금액 달성이 되지 않으면 '실패'로 간주되고 어떤 사항(배송, 결제 처리, 수수료 납부 등)도 이행할 필요가 없다. 


1. 수수료

와디즈: 와디즈는 수수료 선택지가 여러 개다. 부가 서비스 추가 여부에 따라 수수료 차이가 꽤 나는 듯하다. 기본형은 9.9%(VAT 포함)이다. 아래 내용을 잘 살펴보고 선택하면 좋을 듯하다.  

https://www.wadiz.kr/web/wboard/newsBoardDetail/7659


텀블벅: 일괄적으로 8.8%(VAT 포함)을 적용하는 듯하다.

https://help.tumblbug.com/hc/ko/articles/115006479268-%ED%8E%80%EB%94%A9-%EC%88%98%EC%88%98%EB%A3%8C%EB%8A%94-%EC%96%BC%EB%A7%88%EC%9D%B8%EA%B0%80%EC%9A%94-


2. 서비스 비교

와디즈: 기존에는 테크 쪽에 특화되었으나 최근에는 다양한 분야를 모두 포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광고비 집행을 통한 유입, 펀딩금액이 높을 경우 향후 스토어 입점 가능 등 다양한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텀블벅: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낮고 자유도가 높지만 그만큼 창작자가 해야 할 일이 많을 수 있다. 출판, 보드게임, 예술, 엔터 쪽에 특화되어 있는데, 기존에 팬층이 두터울 경우 수수료가 낮은 텀블벅이 사용하는 것이 더 이득일 것으로 생각된다.



첫 번째 펀딩 프로젝트: 500개를 판매하는데 1년 반이 걸렸다.


경험하고 나서 이야기하는 건 쉽지만, 나도 첫 펀딩을 시작할 때 특별한 목표가 있는 건 아니었다. 펀딩 사이트에 올리는 게 사회에 공개적으로 제품을 신고하는 격이라고 생각했다. 공식적으로 제품이 나온다는 걸 지인 등에게 알리고 모객 하는 활동 정도. 그래서 그 이후에 어떻게 판매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은 없었다. (첫 제품으로 정부지원사업을 4천만 원 정도 받았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서류에 작성했던 인플루언서 활용 마케팅, SNS 활용 마케팅 등은 손에 잡히는 가시적인 결과물이 지금 당장 있지 않은 이상 뜬구름 잡는 이야기밖에 안된다)


그렇다고 첫 번째 제품을 허투루 만들었느냐, 그렇지 않다. 나는 이걸 구상하고 제품으로 구현하는데 거의 2년이 걸렸다. 교육적 목적에 부합하면서도 놀이성을 잃지 않는 보드게임 형식으로 만든다고 시중의 보드게임을 80개 정도 구입해서 테스트하면서 룰 방식을 익혔다. 그리고 우연히 참석했던 보드게임 세미나에서 힌트를 얻어 숫자 게임을 만들게 된다.


첫 시도는 이런 스타일이었다. 10X10을 배치해서 좌우 대각선 +/- 10을 완성하면 깃발을 꽂아주는 형태였는데, 사실 테스트를 위해 이렇게까지 공들일 필요가 없다.... 왼쪽 사진은 MDF로 직접 레이저 커팅해서(이거 한다고 레이저 커팅 법도 배웠다) 바둑알에는 페인트칠에 왁스칠까지 한 것이다. 오른쪽 사진은 나무가 기억이 안 나는데 여기에 CNC로 음각을 새겼다. 당시 지원받은 정부사업에서 레이저 커팅과 CNC를 제공해줘서 다행히 배우는 건 그냥 했지만, 이걸 만드는 데 쓴 시간을 돈을 고려하면 하... 지금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짓이다.



레슨 1) 샘플 만드는 데 절대 공들이지 말자. 

샘플은 말 그대로 고객의 반응을 테스트하기 위한 용도로, 최소한으로 만드는 게 좋다. 시간/돈을 너무 많이 들일 필요가 없다. 만약 재료가 중요하다면 재료를 별도로 준비해서 고객 테스트 및 인터뷰 시 재료에 대해 추가적으로 물어보는 게 좋을 것이다.


이걸 만들고 테스트를 하면서, 아이들이 사용하려면 좀 더 스토리텔링을 입히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견우직녀'의 이야기를 입혀 두 사람이 칠월칠석 만날 수 있도록 숫자 7을 만드는 좀 더 가벼운 게임으로 바꾼다. 이때는 다행히 나무가 아니라 종이 기반의 제품이었기에 샘플 100개를 만들었다.

그 100개의 샘플로 국내외에서 테스트를 했는데 반응이 좋았던 건 사실 해외였다.


그런데 왜 해외 반응이 좋다고 한국에서도 잘 될 거라 생각했을까. 한국에서 테스트할 때는 '디자인이 예쁘다' '귀엽다' '재미난 요소가 있다' 정도의 이야기는 들었지만 반응이 폭발적이진 않았다. 언제 출시되는지 물으면서 꼭 갖고 싶다는 이야기도 국내에선 듣지 못했다.


레슨 2) 타겟하는 대상 고객의 피드백에 귀 기울이자.

결국 출시 후 고객이 우리의 제품을 실제로 구매할 것인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테스트할 때 미리 연락처를 받으면서 구매 의사가 있는지 물어보고, 테스트할 때 고객 반응이 어떤지 체크하고, 무엇을 가장 아쉬워하는지 다 확인하는 게 좋다. 만약 반응이 미적지근하다면 반응이 좋을 타겟을 계속해서 찾아다녀야 할 수도 있다. 그런 고객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게 뼈 아픈 진실일 수도 있다...



특히나 제품을 판매하는 거라면 다양성을 최소화하는 게 좋다.


레슨 3) 제품을 만들 때 없어도 되는 요소는 최대한 배제한다.

처음 제품을 만들 땐 다양한 재료(종이, 나무, 파우치, 와펜, 스티커, 클립)를 활용해서 만들었다. 첫 제품을 출시도 하기 전에. 제작은 물량에 따라 단가가 달라지기 때문에 종류가 많을수록 돈이 많이 든다. 견적서 받을 때 그걸 알았음에도 첫 작품에 대한 애정으로 다양하게, 좋은 걸 고객에게 주고 싶다는 생각이 앞섰다. 하지만 제작자의 마음이 그럴지라도 고객이 원치 않으면 그 제품은 그냥 예쁜 쓰레기가 되는 것이다.


심지어 친환경 제품을 표방한다고 친환경 소재 찾는다고 시간과 돈이 훨씬 더 많이 들었다. 이걸 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1)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된 친환경 소재가 별로 없다(공정 과정까지 친환경인 경우는 거의 없는 듯하다...), 2) 돈이 엄청나게 든다.

 

물론 친환경을 추구하는 것은 긍정적인 방향이라 본다. 공정까지 친환경으로 만들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테지만, 현재는 그를 위한 시스템이 구축되는 과도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판매되는 제품이 '친환경'을 표방할 때 그것을 그냥 온전히 믿지 말고 제대로 따져봐야 될 듯하다.




교육 콘텐츠와 게임은 사실 명확히 '경쟁제품'을 고르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나 오락성이 가미된 제품이라면 호불호가 있을 수 있기에 제품의 오락성을 충분히 즐길 타겟을 정해서 충분한 테스트 및 가격/소재 설정을 통해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래도 위에서 언급한 3가지는 통상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특히나 처음으로 제품을 만든다면 간과할 수 있는 포인트이기에 작성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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