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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릭스 leex Feb 02. 2024

앞을 못보는 것보다 더 비극은 비전없이 사는 것

Trust_ 메시지 _1. 비전(방향성)

앞을 못 본 채 태어나는 것보다 더 비극적인 것은
비전 없이 세상을 볼 수 있는 것이다

헬렌 켈러는 말했다.


더 이상 비극적인 삶을 살지 않도록 수를 써야겠다 싶어 선명한 비전을 설정하기로 했다.


'100만 부를 판 베스트셀러 작가'


신간을 냈다 하면 중쇄, 3쇄, 10쇄씩 마구 팔아 재끼고 여기저기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는 그런 초절정 인기 작가말이다. 인간과 조직에 대한 본질을 이해하고 인간다운 삶, 행복을 완성할 수 있도록 돕는 일. 이건 미션이 될 것이다. 반드시 지켜낼 핵심가치는 '인간에 대한 애정' '호기심' '자존' 이 세 가지다.


[해리포터] J.K. 롤링 정도는 불가능하겠지만(영어권에 태어났다면 혹?) 인생 비전과 미션을 정하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어차피 돈 드는 일도 아닌데. 아, 그렇다. 가슴이 뛴다.


물론 여즉 현실은 비루하다. 나이는 50대를 향해가고. 퇴사한 지 4년 차. 그 사이 얻은 결과물이라곤 1쇄를 겨우 소진한 책 2권뿐. 시작은 미약했을 망정, 선명한 나만의 북극성이 정해졌으니 묵묵히 읽고 쓰고 그 시간을 축적해 간다면, 와이낫? 나라고 100만 부라는 목적지에 도착하지 말란 법 없으니까.


NASA에서 우주선을 쏘아 올릴 때 초기에 가장 공 들이는 작업은 '목적지를 설정하고 발사 각도를 정확히 세팅하는 일'이라고 한다. 성공적인 탐사를 위해 고려해야 할 기술적 요인들이 무수히 많지만 계산이 0.0001도만 틀어져도 우주선 자체가 안드로메다로 가기 때문이란다.


이걸 회사에 적용해 보면 목적지를 정하고 발사각도를 조정하는 일은 비전을 만드는 일과 같다. 가서 뭘 연구할 것인지, 그렇게 알게 된 새로운 지식과 통찰은 인류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탐색하는 일은 미션 statement에 비견된다.


뭐 광활한 우주를 날아가 외계행성에 닿는 어마무시하고 거대한 프로젝트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애초에 틀어진 방향으로, 혹은 정해진 목적지도 없이 사람들을 끌어모아 한 배에 태우고 어딘가로 향하고 있다면, 영 깝깝한 일일 테니까.


물론 기업의 모양새를 갖춘 조직치고 비전, 미션, 핵심가치 등을 기술해놓지 않은 곳은 드물다. 기업의 탄생과 동시에 가장 먼저 세팅해서 액자(실제액자든, 공식포털이든)에 끼워 놓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것들이 깜깜한 밤하늘에 높이 떠올라 밝게 빛나는 북극성이 아니라 정말로 액자 그 자체가 돼버린다는데 있다.


'아름다운 기업'이라며 대대적인 기업광고로 유명했던 K그룹은 오너 일가의 아름답지 못한 경영권 다툼으로 갈가리 찢겼고, '사람이 미래'라며 인재중심 경영을 호기롭게 선포했던 D그룹은 경영위기를 맞아 신입사원들을 대거 해고하는 모순된 행동으로 빈축을 샀다.


어디 이뿐인가? 국내외를 막론하고 자신들이 내세운 기업철학, 비전이나 미션, 핵심가치 따위를 실천하기는커녕 분식회계 등 부정을 저질러 파산에 이르거나 오너 일가의 탈세나 불륜, 폭행, 갑질 등 종류도 다양한 일탈로 송사에 휘말리는 일들이 수시로 벌어졌다.


그런 탓이었을까?

'송파구에서 일 잘하는 11가지 방법'이라는 모 플랫폼 기업의 사내지침이 별안간 툭 불거졌을 때 이 땅의 거의 모든 직장인들은 일종의 쇼크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아! 회사란 이런 식으로도 운영될 수 있는 거구나! 이렇게도 일할 수 있는 거구나! 아니 오히려 이런 게 더 먹히는구나! 눈앞이 번쩍 했을 것이다. 말로만 듣던 수평적 문화, 자유로운 복장, 오너에게도 할 말 다 하는 쿨한 문화가 실제로도 구현되는 현장을 보며 부러움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이는 기업의 무형자산에 대한 인식지형을 근본부터 바꾼 일대사건이나 다름 었었다. 물론 여전히 주류에 속하는 기존 대기업들은 오픈형 사무실을 만들고 직급체계를 줄이는 보여주기식 흉내내기에 그쳤지만, 이후 속속 등장한 스타트업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비전, 미션, 핵심 가치등을 표방하고 그에 걸맞은 행동을 보여주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모양새다.


분명한 건, 앞으로의 비즈니스 환경은 눈앞의 이윤에 급급해 인간을 부품취급하는 비인간적 기업보다 장기적이고도 고차원적인 가치, 자신만의 아이덴티티가 명확한 인간적 기업이 유리할 전망이란 점이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그래야만 한다는 당위성의 차원을 넘어 수익의 차원에서도 그렇다. 내부인인 구성원은 물론, 외부인인 고객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가치관에 부합한 '가치소비'가 대세가 될 것이기 때문에.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끝그림을 가졌는지, 어떤 고집이 있는지 따위, 그것이 맞건 틀리건 일단 내 내면의 무언가를 강하게 자극해 꿈틀거리게 하거나 가슴뛰게 하지 않는 대상에 열광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므로.


만화 [원피스]의 주인공 루피의 꿈은 '해적왕'이 되는 것이다. 해적왕. 이렇게 선명한 비전이 또 있을까? 해적왕이 되려는 이유 역시 간단명료하다. '가장 자유로운 녀석이 되는 것' 더 이상 외롭지 않고 모두와 친구가 되어 파티를 열고 행복해지기 위해서.


그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미션은 '동료들을 모으고 항로를 누비며 모험을 통해 원피스를 손에 넣는 것'이다. 밀짚모자 해적단의 완성, 고잉메리호의 진수, 현상금 50억 베리 따위 세부 비전들도 착착 현실화된다. 이 과정을 통해 루피와 밀짚모자 해적단은 최종 미션과 비전에 조금씩 가까워진다.


루피가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면, 그 비전과 미션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면,  "내 동료가 돼라" 며 내민 손을 기꺼이 잡을 수 있을까?


"조직의 핵심 가치를 지키고, 존재 이유를 강화하며, 열망을 향해 꾸준히 전진할 수 있게 자극하는 방향으로 조율되어 있는지를 확인한다. 다른 행성에서 온 방문객(외계인)이 그 조직에 들르더라도 종이에 적힌 내용을 읽지 않고 비전을 추측해 낼 수 있다면 훌륭하게 조율된 상태다."

짐 콜린스는 말했다.


자 이제 우리 회사의 비전, 미션 꺼내서 읽어보자. 아, 그런데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흠. 뭔가 기억이 날 듯한데, 혁신이니 열정이니 그런 게 들어가 있긴 한 것 같은데 막상 생각해 보니 잘 기억이 안 난다고? 복도 어딘가, 회의실 어딘가, 화장실 변기 앞에 붙어 있는 것 같은데 오며 가며 수없이 본 것 같은데 질문을 받으니 머리가 멍해진다고? 사실 한 번도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그렇다면 답이 나왔다. 우리 회사에 방문한 외계인은 틀림없이 여기가 뭐 하는 곳인지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


비전은 일을 하는 목적이자 전략을 세우는 원동력. 모든 결정은 비전을 향해 나아가는 걸음임을 인식해야 한다.




먼지 묻은 액자부터 떼어내고 현실의 그것으로 바꾸자

'9시 1분은 9시가 아니다'

이 얼마나 센스 있고 핵심만 딱 짚은 생동하는 문구인가. 지각하지 말라! 한없이 불친절한 금지명령에 비하면 지극히 인간적이고 신선하다. 썩은 토마토 지수 9쯤 된다. 9시 1분은 절대로 넘지 않겠다는 의지가 뿜뿜 샘솟는다.


우리에게 이렇게 살아있는 문장이 행동지침으로 존재하는가?

우리는 왜 여기에 모여있고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이윤과 기업 생존을 넘은 궁극의 가치는 무엇인가?

다소 허황될 망정, 아 저런 비전이 달성되면 정말 좋겠네~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큰 그림을 가지고 있는가? 이런 질문을 던지고 진지하게 답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를 구체화하는 것이 바로 조직문화 활동이다. 외부 컨설팅을 불러 팀빌딩이라는 명목으로 '도전 10초' 따위 게임을 진행하고 별 실효성도 없는 '나의 다짐'을 플립차트에 써서 조별로 돌아가며 발표를 하고, '내년에도 화이팅!' 따위 구호를 외치며 으쌰으쌰 뒤풀이하는 일이 전부가 되어선 안된다.


전담 부서가 없다면 그것부터 공들여 만들고 있다면 최고의 직원들로 새롭게 구성해 권한과 책임을 몰아주자. CEO직속 조직으로 만들거나 최소한 담당 임원을 지정해 정식 조직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형편에... 인사나 총무에서 병행하면 안 될까? 아서라. 그런 사정이라면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말고 내버려 둬라. 본업을 두고 병행하는 일은 99.9% 제2, 제3의 일로 밀리기 일쑤다.


비전 워크숍은 제대로 공들여서 깊이 있게 진행하라. 하루 이틀로 끝날 일이 아니다. 우리가 함께 갈 곳을 선명히 하고 왜 그곳에 가야 하는지 교감을 얻는 일, 우주선을 발사하기 전 도착 지점과 각도를 조정하는 일이 한낱 일회성, 이벤트성이 되어선 곤란하다. 발사 이후 궤도를 수정하는 일이 더 고되고 힘들고 돈도 더 많이 든다.


최고 경영진의 의지, 실무리더의 참여는 필수다. 일이 바빠서요~ 이런 말 자체가 나와서는 답이 없다. 자포스 Zappos의 창업자 토니셰이는 '자포스 웨이'를 만들 때 100여 개에 달하는 미션 statement, 행동지침, 핵심가치를 직접 작성해 전 구성원에게 공유하고 수차례의 오프라인 워크숍과 수시 이메일 소통을 통해 조율을 거쳐 최종 10개를 추리는 작업을 직접 이행한 바 있다.


먼저 개인의 꿈과 비전부터 상상하고 그리는 연습을 해보자. 시간이 걸리고 더디게 진행되더라도 개인의 꿈과 비전을 상상하고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마음이 열리고 마침내 움직일 동력을 얻는다. 개인의 그것이 모여 더 큰 조직의 그것에 얼라인 될 수만 있다면 무엇이 먼저냐? 를 따질 필요도 없다. 조직의 비전과 미션이 명료하다면 누구보다 비슷한 사람들이 그 빛에 끌리게 마련이다. 그들을 잘 선별해 로켓에, 버스에, 배에 태우기도 용이해진다.


가지고 놀게 하라

요즘 세대들. 콘텐츠 만들기 귀신이다. 스스로 관심 가고 흥미 있는 일이라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찾아서 하기 마련이다. 퇴근 후 개인 시간을 내서라도 꼭 붙든다.


액자에서 내린 현실의 비전, 미션, 핵심가치를 다양한 방식으로 가지고 놀게 하라. 공식포털에만 턱 올려놓지 말고 유튜브, 인스타 따위 모든 채널을 동원해 모든 형태의 콘텐츠로 끊임없이 무형의 자산을 노출케 하라. 자발적으로 참여할 의사가 있는 내부 구성원의 재능을 활용하라. 가능하다면 시설을 지원해 주고 PD, 작가, 크리에이터를 자원하게 하라. 그리고 그 일을 자신의 업무 50%로 인정해 줘라.


숫자로는 가슴이 뛰지 않는다. 연 매출 150% 달성, 순이익 20% 상승 따위 따분한 비전은 CEO, CFO들에게나 줘버리고 실행단의 구성원들은 마음을 뒤흔들자. 한계도 제한도 정형화된 틀도 없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자. 우리가 해왔던 게 아닌데? 예전엔 안 그랬는데? 외부에 맡기지 그래? 이딴 소리 집어치우고 뭐가 됐든 이들에게 맡겨라.


B급정서여도 좋고 아마추어 느낌이 물씬 나도 좋다. 어떤 형태로든 마음껏 콘텐츠를 만들고 노출할 수 있도록 독려하라. 두루뭉술 일반적인 서술로도 감이 안 온다. 우리의 궤적에 대해 스토리텔링하라. 우리의 이야기여야 한다. 서사를 내러티브화해 과거와 현재를 기술하고 미래를 상상해 지난 궤적과 연결시켜라.


그 가슴 벅찬 도착점에 기꺼이 마음을 열고 동참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는 마음이 들도록 만드는 일이다. "세상의 모든 물건을 우리를 통해 사도록 하겠다"라는 아마존의 미션, 그 비전은 아마존고, 아마존대시, 물류센터의 대규모 확충 및 100% 자동화 같은 구체적 실현으로 이어졌다.


답은 모두가 살아 숨 쉬는 그곳, 바로 현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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