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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릭스 leex Mar 08. 2024

SKY나와서 공채 입사했는데, 고졸 낙하산이 들어왔다

Trust  _시스템 _3. 공정성

업무시작 전 습관처럼 뉴스를 검색하던 태백의 시선이 경제지 '기업 이모저모'섹션 기사에 멈췄다.


<L그룹 3세 민정양 약혼>

기사는 창업자 구모 회장의 손녀가 사내 연애로 약혼까지 이르렀다는 내용을 상세히 전했다. 상대는 S대 부총장의 맏아들이자 교육자 집안 출신 이모씨로 본인 역시 S대를 차석 졸업한 수재라 했다. L그룹 공채로 입사해 30대에 그룹 홀딩컴퍼니 중역에 오른 엘리트라고도 밝혔다.


엘리트, 겨울밤, 포장마차, 담배연기

태백은 일련의 연결 고리를 떠올렸다. 그 끝에 웅크리고 있을 누군가 보이는 듯 했다. 태백은 입을 조금 벌린 채 깜박 거리는 모니터 속 커서만을 하염없이 응시하고 있었다.


"모태백~"

"..."

"야! 모태백~"

"아, 예..예 과장님..."

"뭘 보고 이렇게 넋이 빠져 있는 거야?"

"아...아닙니다..."

태백은 황급히 기사 화면을 닫고 업무 화면으로 전환했다.

"팀장님이 찾으시잖아! 아까부터. 같이 들어오라고..."

"아. 잠시만요."

평소라면 용수철처럼 벌떡 일어서 민첩하게 움직였겠지만, 어쩐일인지 태백은 느긋해 보였다. 심지어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는 톡톡톡 어디론가 문자를 보냈다. 왼손엔 업무수첩을 들고 볼펜 머리를 씹으며 서성거리는 김 과장을 앞에 두고도 태연했다.


"너 뭐하는 놈이야?"

"뭐... 말씀이십니까?"

"프로젝트 R 후속조치... 왜 안하고 있어?"

"면담하라 하지 않으셨습니까? 매일 지하에 내려가서 대화하고 있습니다. "

"대화? 무슨 대화? 커피 먹으면서 노가리 까는 거?"

"회사 사정상 임시로 취해진 조치이니 마음을 달래시라, 곧 새로운 조치가 있을 거다. 말씀드리고 현장은 어땠는지 그 이야기 위주로 듣고 있습니다."

팀장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물들기 시작했다.

"이 새끼가 진짜 몰라서 그러는 거야? 아니면 알면서도 일부러 어깃장을 놓는 거야? 김 과장 너 얘한테 제대로 설명 안했어?"

김 과장 역시 그들과 어떤 '대화'를 하고 있었다. 태백이 맡은 지하창고동 C구역을 제외하고 A, B구역을 담당했는데 김 과장은 종종 물에 젖거나 옷차림이 흐트러진 채 사무실로 돌아오곤 했다. 그때마다 한 두명이 사표를 썼다.


"저 그게...아무래도 쥬니어급이 설득하기엔...무리가..."

"이것들이 단체로 돌았나? 회사일이 장난이야? 목표를 정했으면 기간 내에 무슨 일이 있어도 완수해 내는 게 직장인의 능력이고 사명인거지. 니들 사정 일일이 봐줘가며 일 시킬까? 회사가 월급주면서 니들한테 잉여인력들 멘탈 상담 해주라고 했나?"


[부르르르~부르르르 ~]

장 대리였다.

"팀장님 죄송하지만, 전화 좀 받고 와도 되겠습니까?"

"뭐?"

"중요한 전화라서요."

"지금 이야기중인..."

태백은 팀장의 허락따위는 필요없다는 듯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야~"


팀장의 고함을 뒤로 하고 태백은 전화를 받아들었다.

[네, 대리님]

[너 무슨 소리야? 회사를 그만두겠다니?]

[문자 드린대로예요.]

[이미 사표를 낸 거야? 성급하다고 했잖아.]

[대리님, 전 이제 1년 조금 넘은 쥬니어지만 회사에 출근하고 내 일을 하는 게 좋았어요. 이전의 팀장님, 그리고 대리님하고 일하는 게 즐거웠어요. 사람답게 일한다 싶었거든요. 모두를 다 아는 것은 아니지만 이곳 사람들과는 같은 MZ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유대감도 들었고...]

[니가 몰라서 그래,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은거라고...]

[압니다. 여기에서도 좋은 기억만 있었겠어요? 비교적 늦은 나이에 회사에 들어와서 눈치도 보이고, 괜히 위축되고, 작은 실수에도 자존감 떨어지고, 욕도 얻어먹고... 그런데도 자괴감이 들거나 모욕을 받았다 느낀 적은 없었어요. 한없이 부족한 신입이지만 모두들 하나의 인격체로 대해주셨으니까. 칭찬할 때나 실수를 지적할 때나 현재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해줬죠. 모자라고 서투르지만 함께 채워나갈 수 있겠구나 그런 믿음 같은 게 있었어요. 그런데 불과 몇 달 사이 다른 외계 행성에 떨어진 것 같아요. 여기 소식 들으셨죠? 물류팀 박 기장님 떠나신 거...대기업의 일, 관계란 게 이런 모양이라면 전 거기에 맞출 자신없어요. 사람을... 쓸모 없어지면, 아니 쓸모가 있는데도 누군가의 입맛에 따라 얼마든지 대체 가능한 부품으로 여기는 곳에서 5년 10년 어후...나도 언젠가는 저런 잉여취급을 받겠구나...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나 애착도 없고 데이터, 숫자, 스펙놀음 따위로 사람 줄세우려는 이곳이 싫어졌어요...다른 사람의 불행을 종용하는 일에 앞장서는 일도, 그 틈을 타 내 편익을 취하는 일도 못해먹겠어요. 다 그렇게 산다 체념하고 살기에는 구려요. 너무.]


폰너머의 장 대리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처음으로 세상이 조금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동안 나밖에 모르고 살았는데 세상일이 다 내맘 같지 않다는 것도 알겠고, 단지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사람은 사람에게 뜨겁고 차가운 영향을 자기도 모르는 사이 주고 또 받는 존재인지...세상 부러울 게 없어 보이는 사람도 미처 예상 못한 불운에 고꾸라져서 울기도 할테고..어쩔 수 없이 링에 올라 상대방이 던지는 잽을 툭툭 맞다보면 처음엔 괜찮다가 데미지가 조금씩 쌓이면서 와 이거 한 번에 무너질 수도 있겠구나 두려워지기도 하고...그게 다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어난다는 거...]

[무슨 일 있는 거냐?]

[그냥 마음에 들지 않는 어떤 상황에, 애착인지 연민인지 뭔지 도통 알 수 없는 어떤 감정에 휘둘려서 어쩔 수 없이 나 자신을 끌려가게 두고 싶지 않아서요...]

[얼씨구? 갑자기 득도라도 한 모양이지? 정말... 결심이 선 거냐?]

[뭐 대단한 결심도 아니잖아요? 그냥 회사를 그만두는 것 뿐이에요.]

[대책은 있고?]


픽~태백은 웃었다

[상황이 역전됐네요. 대리님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 똑같이 물었었는데...그런 게 있겠습니까? 아시면서...저도 조금 쉴까 싶어요.]

[하...진짜 대책 없는 놈이네.]

[이게 다~ 무책임한 사수한테 배운 겁니다.]

[말 장난 하기야? 난 그렇게 가르친 적 없다.]

[걱정마세요. 숨만 돌리고 뭐든 할겁니다. 졸업 후 취업준비할 때, 현실파악 못하고 이건 못한다 저건 별로다 가렸는데 그런 일도 없을 거구요. 여기서 했던 그 일, 그 일을 자유롭게 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지옥이라도 가보려구요.]


"너 이 새끼 팀장이 이야기하고 있는데 허락도 안받고 나가?"

"팀장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뭐?"

"저 그만두겠습니다."

"뭐어?"

"퇴사 하겠다고요."

잠시간 정적이 흐른 후 팀장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한 건의 추가 실적을 올렸다는 기쁨이 앞으로 누굴 행동대장으로 내세워야 하나 골치아픔과 충돌하는 중일까. 몇 차례에 걸쳐 태백의 퇴사 의지를 확인 한 후, 팀장은 자발적으로 나가는만큼 위로금은 없다는 말부터 꺼냈다. 태백은 쓴 웃음을 지으며 동의했다. 김 과장은 고개를 숙인 채 말이 없었다. 불과 넉달 전까지 자신과 함께 일했던 세 명의 동료가 모두 떠난 현실을 그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김 과장의 속내를 세세히 알 수는 없다. 다만 그를 비난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게 인생이니까. 그런 인생이 오히려 현실적일지도 모르니까.


퇴사절차는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사직서를 내고 3일만에 전산발령이 났다. 마음이 떠난 마당에 하루라도 빨리 나오는 게 낫다 싶었다. 1월에 생긴 12개의 연차는 돈으로 받기로 했다. 발령과 함께 회사건물 전체를 돌며 친했던 사람, 업무적으로만 알았던 사람, 데면데면했던 사람 까지 눈에 보이는 모두에게 90도 인사를 했다. 지하층까지 돌았을때는 2~3시간이 훌쩍 지났다. 인사팀에 사원증을 반납하고, 사무실에 들러 개인 물품을 챙겨 미리 준비해간 쇼핑백에 담았다. 양 손 가득 지난 1년이 담겼다. 장 대리는 쇼핑백 하나면 충분했는데... 다음 회사에서는 미니멀리스트로 살아야겠다 마음먹었다.


건물밖으로 나오자 청계천 거리는 환했다. 늘 해가 저물 무렵 퇴근을 했는데, 대낮의 밝은 빛이 낯설다. 태백은 손가리개를 하고 고개를 돌려 방금 빠져나온 회사 건물을 올려다봤다. 5월, 푸른잎들이 무성해지기 시작한 청명한 계절이었다.



"어서와"

"사무실이 그럴듯 한데요? 스타트업 치고는..."

"지금은 두 명으로 시작했지만 곧 10명 이상 채용할 예정이거든..."

"두 명이요?"

"그래 나랑 내 형. 그런데도 여기와서 일 할래?"

"말씀 드렸잖아요. 저는 뭐든 누구든 기회만 준다면 이 한몸 다 바치겠다고. 그런데 형님이 있으셨어요?"

"몰랐어? 내 형님 유명한 분인데. 이름만 들으면 너도 알거야."

장 대리의 눈과 입이 장난스럽게 구겨졌다.

"깜짝 놀랄 걸?"

"누...군데요?"

"장봉수"

"장봉수... 장봉수? 설마 그 장봉수? 장 대표님?"

장 대리는 긍정도 부정도 없이 씩 웃어 넘겼다.

"올때가 됐는데?"


"반가워요. MZ있을 때 얼굴은 종종 봤는데...모태백씨라고?"

태백은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T와 합병을 추진해 수천억을 챙기고 떠난 전 MZ대표이자 창업자, 그 장봉수가 장 대리의 형이라니?

"놀랄만하지. MZ 사람들 중에 이놈하고 나하고 형제라는 걸 아는 사람은 없을테니까."

장 대표는 낄낄 거리며 크게 웃었다.

"우리 별로 사이 좋지 않은 형제야. 배다른 형제거든...뭐 꼭 그래서 사이가 나쁜 건 아니고. 나이도 12살이나 차이나고. 형 어머니가 형 낳고 바로 돌아가셨어. 아버지는 10년 넘게 홀로 형 키우시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었는지 재혼을 했지. 그 사람이 우리 엄마."

태백은 멍했다. 장대리가 입사를 제안했을 때 분명 초기단계의 어수선하고 미래도 불투명한 스타트업이라고 했다. 월급도 짜고 휴가도 못갈 수 있고 개인 생활이 없을지도 모르다며 겁을 잔뜩 주었더랬다. 그런데 수천억 상당의 T그룹 지분과 현금성 자산을 가진 장 대표가 대표라니? 게다가 장 대리의 형이라니? 몰래카메라인가 싶었다.


"너 무슨 생각하는지 아는데, 그래서 너 오라고 한 거 아냐. 내가 한 말은 아직도 유효해. 우린 여전히 시장의 최약자야. 시리즈B 투자도 받고 궤도에 오르긴 했지만 미래는 불투명해. 종잡을 수 없다고. 우리의 비젼과 미션, 핵심가치에 최적인 사람들이, 일당 백인 사람들이 절실한 거고. 실력이나 인성 모두 철저히 검증된 인재가 필요해. 우리만의 선명한 조직문화부터 세팅하려고 너를 부른거고. 우리입장에선 사실 모험이야. 널 부른 건..."

"그럼 왜 부르셨어요? 모험이고 확신도 없으시면서."

"그러게 T에서 조금 더 경험하고 성장하라고 했더니만...급발진해서 내지르는 바람에. 같이 성장하겠다는 네 의지를 한번 믿어보기로 했다. 나 역시 MZ입사할 때도 그렇고 이곳 스타트업에 합류하면서도 형 후광 보겠다고 여긴 적 없어..."

"그건 맞는 말. 이놈 MZ에 지원한지도 몰랐다니까요? 이 스타트업은 내가 먼저 와달라고 사정한 거지만...우리 말이에요... 학벌, 스펙 이런 거 x도 안보거든?"

"대표님 말씀 낮추세요."

태백은 자신에게 높임말을 쓰는 장 대표가 부담스러웠다. 평소 마주치기도 힘들었던 전 직장의 창업자이자 대표가 새 직장이 될지도 모를 회사의 대표로 눈앞에 앉아있는 이 상황이 마치 꿈과도 같았다.


"별로 맘에 안드는 형이지만, 이 양반 무서운 사람인 건 잘 알지? MZ를 창업 10년만에 수천억 기업으로 키운 사람이야...우리나라를 이끌 젊은 기업인 50에도 꼽혔잖아. 인간적으로 좋아하진 않지만 프로페셔널로는 존경해."

"짜식이. 그렇게 아부해도 소용없다 임마. 일 못하면 바로 아웃이니까."

장대표는 또다시 킬킬 거리며 장 대리를 아니 동생에 손가락질을 했다. 장 대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 내가 저래서 저 사람을 안좋아해. 조금만 추켜 세워주면 건방지고 교만하고... 엮이기도 싫다니까..."

서로를 디스하지만 태백의 눈에는 우애 좋은 형제로 보일 뿐이었다.


장대표는 유쾌하고 쿨한 사람이었다. MZ 대표시절에도 마주치는 모두에게 하이파이브를 하고 '별 일 없어요?' 라고 묻는 사람이었다. 엄마가 입원 우울하다는 한 직원의 말에 그 자리에서 금일봉 100만원과 3일의 특별휴가를 주었던 일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을 정도다. 40대 후반의 나이에도 민머리에 검정 뿔테안경을 쓰고, 목 늘어난 라운드넥 셔츠와 편한 슬렉스, 단화를 주로 신고 다니는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놀라운 소식은 또 있었다.


"이미 채용이 결정된 10명 말이야. 태백 너도 아는 사람들이야."

"네? 아는 사람들?"

"그래. 지금 MZ빌딩 지하 벙커에 있는..."

태백은 순간 울컥했다. 박 기장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박 기장님...도 원래대로라면 모셨을텐데...우리가 움직이기 전에 그 사단이 났어...우리 사업에 정말 필요한 분이라고 판단했었거든..."

장 대표는 그들을 데려오는 건 연민도 동정도 아닌 순전히 비즈니스 측면의 판단이라며 거들었다. T에서는 잉여로 분류했지만, 숫자와 스펙으로 극복할 수 없는 경험과 통찰의 가치를 높이 산다고 말했다. 그게 공정이라고 했다.


"공정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우린 '기회의 균등'을 우리 회사의 공정 fairness 기조로 가져갈 거야."

"기회의 균등이요?"

"그래.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겠다는 이야기지. 제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혼자 독보적이어도 팀이나 조직을 앞설 순 없어. 그저 이성지능만 높을 뿐인 기존 관점의 엘리트가 모든 것을 독식하거나 배경 때문에 진짜 실력이 저평가 되는 일따위는 우리 회사에 없을 거야. 우린 말하자면 메이저리그 같은거거든?"

"메이저리그요?"

"그래. 30개 팀 전체가 메이저리그라는 명칭에 어울릴만한 실력으로 상향 평준화되어 있는 미국 프로야구 MLB 말이야. 개별 선수들이야 실력에 따라 마이너리그로 내려가기도 하지만, 구단으로 보면 빅마켓이나 스몰마켓, 즉 부자구단이나 가난한 구단이나 언제든 우승할 수 있는 전력을 갖추도록 시스템을 만들어놨거든?"


잠자코 있던 장 대표가 불쑥 끼어들었다.


"시즌이 종료되면 각 디비젼 별 꼴찌팀도 수익 공유제도를 통해서 일정 금액이 균등하게 배분되고 무엇보다 이듬해 드래프트 우선권을 줘서 우수한 신인들을 먼저 선발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만들어 놓은 거지요. 양키스가 영원한 강자로 군림하지도 않고 새로 생긴 신생구단이 언제까지나 꼴찌에 머무르지도 않도록 해서 리그 자체를 상향 평준화하는 것."

"우리 회사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이를테면 메이저리그 구단이 되는 셈이지. 대신 입사 단계부터 우리가 바라는 최소한의 역량을 먼저 갖춰야 하고 입사후에는 공정하게 경쟁해서 결과를 나누고, 부족한 점이 드러나거나 뒤처질 경우 개인화된 지원을 해줘서 리그의 수준을 상향평준화하는 데 힘쓰는 거지."

"단, 그렇게 되려면 인재밀도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어야 해요. 인재의 정의와 채용되는 사람의 실제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해져요. 역량이란게 스펙만으로는 알 수 없는거니까 이성과 감성의 그 균형이 중요합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인성이 부족하다면 우리와 함께 할 수 없어요. 그런 사람들은 반드시 문제를 일으키거든. 우리 리그에 들어올 자격자체가 없는 겁니다. 일단 검증된 사람들은 믿고 갑니다. 누구에게 어떤 직책을, 임무를 맡겨도 해낼 수 있다는 대전제로 기회는 균등하게 부여되고 기대수준도 꽤나 까다로울 겁니다. 기대수준 혹은 그 이상의 성과를 내면 응당 타당한 보상을 받게 될테고, 반대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문제점을 함께 찾아 개선합니다. 회사는 통크게 개인화된 지원을 해주고 개인은 자기 시간을 들여서라도 노력합니다. 실패라는 게 개인 한사람의 문제에서 생기는 건 아니거든요. 환경이나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고. 전적으로 개인의 탓으로 돌리지 않습니다. 이걸 과실편향이라고 하는데, 이 편향에 빠지지 않도록 철저히 주의할 겁니다. 그러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안타깝지만 우리와는 인연이 없는 것으로 관계는 정리 됩니다. 리그에서 퇴출되는 거지요. 신사적으로다가."

장 대표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오른손 엄지로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모든 참여자들이 그 게임의 법칙에 동의하는가야. 룰을 존중하고 결과에는 깨끗이 승복할 각오가 되어 있는가? 회사도 무거운 책임감이 생기지. 그 룰을 철저히 지켜내야 한다는. 그런데 사람일이란게 어디 늘 생각대로 되나? 언제든 예외가 생길 수 있다고. 아예 없다면 이상적이겠지만. 혹 예기치 못한 예외가 생기면 A~Z까지 모든 과정을 낱낱이 오픈해서 공유하고 이해를 구하게 될거야. 조직이 커져서 모든 사람이 참여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된다 해도 최대한 모두의 의견을 수렴할 거고 물론, 최종 결정은 소수가 하겠지만, 결코 밀실에서 몇몇이 모여 예외를 남발하는 독단이 생기는 일은 없을 거야. 그게 우리가, 내가 생각하는 공정이고 fairness의 정의야."

태백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 사람들과 이 곳에서 일할수 있다면 어떤 어려움도 좌절도 다 극복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들었다. 가슴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어때? 이 생각에 동의해? 여기에 동의해야 최종적으로 우리 회사에 합류할 수 있어. 그런 대전제에 마음을 다해 따르고 나머지는 서로의 신뢰속에서 자율적으로 이루어지는 거지. 그렇게 서로를 믿는 신뢰조직으로 함께 만들어 가는 거야."

서로 믿는 사이. 회사는 구성원을 믿고 구성원은 회사를 믿는다. 공정성, 일하는 방식 따위 대전제를 공유하고 교감하고 세부적인 디테일은 '규칙없음'을 실현한다. '각자의 위치에서 첫 번째는 회사, 그 다음은 본인에게 가장 이로운 방향으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실행한다.'

그런 회사의 일원이 되는 일, 가슴 뛰지 않을 수 있을까?


"면접 대충 마무리 된 거 같은데..."

"헐, 이거 면접이었어요? 저는 별 말도 안했는데. 세상에 이런 면접이 어딨어요? 두 분이 다 말씀하셔놓고."

"중요한 사람을 초대하려면 초대하는 사람의 말이 많아야 하지 않겠어?"

"그래서 합격인가요?"

"우리 오랜만에 을지로에서 술 한잔 할까?"

"나는 투자자 저녁 만찬이 있으니 두 사람 맛있는 거 드시라고."

"법카 주실건가요? 대표님?"

장 대리가 돌연 사무적 말투로 장 대표에 손을 내밀었다. 장 대표가 씩 웃으며 블랙카드를 꺼내 들었다.

"Whatever you want"

"두 말 없깁니다. 장 대표님?"

"너 말고 태백씨 원하는 걸로. 우리회사에 합류한 걸 환영해요~"




나는 회사에서 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을까? yes가 즉시 나오지 않는다면 신뢰에 문제가 있다는 증거다. 조직의 공정성은 신뢰의 바로미터다. fairness. 공정이란 무엇일까?


'기회의 균등'과 '결과의 배분'에 대한 문제다. 기회의 양과 질이 내 동기와 비교해 같은가? 똑같은 결과를 냈는데 쟤는 2개를 받고 왜 나는 1개를 받는가? 에 대한 답이다.


대개 공정성 문제는 인사제도 등 회사의 정책, 시스템 그리고 리더와의 관계에서 주로 발생한다. 한마디로 이 판에 합의된 게임의 룰. 어! 잠깐만 이거 반칙인데? 어떤 이유로든 룰 브레이킹이 발생하면 공정성은 훼손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같은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작은 허물에는 참지 못해도 차이가 엄청난 사람들의 큰 허물에 대해서는 입을 다무는 법이다."


라고 말했는데, 요는 타인과의 비교다. 그것도 자신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느끼는 그 '누구'가 문제다. 이는 시대와 장소 인종을 초월해 보편적인 속성처럼 보인다. 당장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프다' 라는 속담이 떠오른다. 독일에도 비슷한 개념이 있다. '샤덴프로이데' 상반되는 뜻을 담은 두 독일어 단어 'Schaden' (손실, 고통)과 'Freude' (환희, 기쁨)의 합성어다. 남의 불행이나 고통을 보면서 느끼는 기쁨을 말한다.


재미있는 실험도 있다.

[원한다면 지금 당장 1억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동시에 세상에서 내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100억을 받게 됩니다. 그래도 1억을 받으시겠습니까?]

놀랍게도 제안을 받은 다수는 망설인다. 별다른 노력도 없이 당장 내게 1억이 생기는 일인데도 내가 가장 싫어하는 그 누군가가 받을 행운을 못견뎌하는 것. 그것이 인간 본성의 본질이라면? 내가 못가져도 남이 못가지면 용납되는 것이 공정성의 실체라면? 다같이 불행한 하향평준화를 피할 수 없다.


공정성을 상실한 조직만큼 다 같이 '불행해지는' 공정성 또한 지극히 무용하다. 조직문화가 공정성에 주목하는 이유는 오직 다같이 잘되는 '상향평준화'라는 목적을 가지기 때문이다.


관건은 '약속'이다. 우리는 이런 요소로 평가하고 재단하고 결론을 내 이렇게 보상하겠다는 약속. 회사의 제도와 시스템, 규칙은 그런 약속을 담은 룰이다. 룰의 디테일에 뭔가 불완전하고 공감하지 못하는 요소가 있다 해도 다수의 구성원들이 인지하고 수용하기로 했다면 룰로서 자격을 갖춘셈이다.


문제는 룰 브레이킹이다. 예외가 발생하는 경우다. 누군가 석연찮은 이유로 예외를 적용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공정성은 그 즉시 훼손된다. 이미 합의된 약속을 깨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면 회사차원에서 왜 그런 예외가 발생했는지 A~Z까지 소상히 밝혀야 한다. 후속대책도 이어져야 한다. 추후 방지책을 마련하거나 제도나 시스템의 미비로 추가 사례가 불가피할 경우 아예 룰에 편입시켜 합의에 도달해야 한다.


만약 이렇다할 이유도 없이 룰브레이킹이 수시로 발생하거나 그 자체를 숨기는 경우 일은 커진다. 조직의 권력자가 힘을 이용해 이런 일을 남발한다면 조직의 공정성, 신뢰성은 심각한 수준으로 훼손된다.


기회를 주실 수 있잖아요


여기 이름만 알면 대번 알 수 있는 대기업이 있다. 이 회사에 고졸 낙하산이 인턴으로 들어왔다. 인턴 지원서를 내고 시험을 치르고 면접을 거쳐 정식으로 인턴 발령을 받은 20여명은 웅성거린다. 누구지? 얼마나 대단한 백을 가졌길래? 아이비리그라도 나왔나?


드라마 [미생]의 한 장면이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고졸 검정고시 인턴 장그래를 받게 된 영업 3팀 오 과장은 불편하다. 며칠 유심히 지켜본 결과 뭔가 남다른 면도 눈에 띈다. 성실하고 남 탓하지 않고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는 모습에 서서히 마음도 누그러진다. 낙하산을 팀에 꽂은 실세의 정체를 알게 되면서 상황은 180도 틀어진다. 최 전무. 과거의 불미스러운 일로 오 과장과는 틀어진 사이다. 낙하산을 하필 자기 팀에 꽂은 최 전무의 저의를 알 수 없어 오 과장은 분노한다. 영문도 모른 채 오 과장의 미움을 받게 장그래, 어느 날 엘리베이터에서 과장과 마주친 김에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기회를 주실 수 있잖아요."

“기회에도 자격이 있는 거다.”

오 과장은 차갑게 쏘아붙인다.

"무슨 자격이요?"

"여기에 있는 사람들이 이 빌딩 로비 하나 밟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했는줄 알아? 여기서 버티기 위해 또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과 좌절을 뿌렸는줄 알아? 기본도 안된놈이 빽하나 믿고 엘리베이터 타는 세상, 그래 뭐 그런 세상인 것도 맞지. 그런데 난 아직 그런 세상 지지하지 않아.”

매몰차게 쐐기를 박는 오 과장. 나 역시 오 과장의 말에 공감한다.


물론 고졸 인턴이 입사할 수도 있다. 특별전형에 대한 룰이 있으면 된다. 전형적인 스펙 외에도 한 분야에서 누구나 인정할만한 업적을 남겼거나 탁월한 역량이 인정될 경우 학력에 상관없이 특별채용한다. 라는 규정이 있다면 누가 그 입사에 반기를 들 수 있을까?


그런데 규정도 전례도 없다가 갑자기 그런 사례가 생기면 '뭐지?' 싶은 거다. '뒤에 뭐가 있나? 누구 백이야? 스펙이라도 좋으면 모르겠는데 고졸? 검정고시? 외국어도 못해? 그런데 어떻게 원인터에 들어왔지?' 따위 뒷말이 자연스럽게 돌게 되어 있다.


불필요한 의심과 가정, 상상력이 총동원되어 헛헛한 소문이 돈다. 조직전반의 신뢰에 실금이 가기 시작하는 신호. 제 아무리 성실하고 잠재력을 가진 장그래라 해도 처음 시작은 누구도 동의못할 예외를 적용받았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낙하산은 낙하산일 뿐, 추후 당사자의 성장과 실적이 입사절차 라는 공정성 훼손을 정당화할 수 없다.


장그래는 뛰어난 실적과 무릎을 치게 만드는 통찰력의 소유자임에도 불구하고 정규직 전환에 실패한다. 그의 시작은 타 인턴들과의 공정성을 파괴한 가해자지만, 마지막 동기들과 동일선상에서 평가받지 못한 공정성의 피해자가 된 아이러니.


일본 무라이 공업.

이 회사의 사장은 괴짜다. 사무실에 러닝만 입고 돌아다닌다. 더 황당한 것은 승진절차다. 직원카드를 쌓아놓고 선풍기 바람을 날려 과장 승진자를 결정한다. 공정하냐고? 공정하다. 누구도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애초에 그렇게 해왔다. 무려 수십년을 그런 방식으로. 그 이면에는 누굴 승진 시켜도 문제 없다는 자신감이 깔려있다. 턱 하니 믿는다. 이곳 구성원들은 승진 결과에 크게 개의치도 않는다. 과장이 되건 아니건, 직책을 맡건 못맡건 자신의 능력대로 공정하게 대우 받고 있다는 노사 상호 믿음이 바탕에 깔렸다. 물론 직책을 달고 싶은 욕구가 큰 사람은 이런 방식에 불만이 있겠지만 싫으면 회사를 떠나면 된다. 이것이 이 회사만의 룰이자 모두가 동의한 공정함의 표면이다.


넷플릭스의 규칙없음. 규칙에서도 그 본질을 엿볼 수 있다.

정말 넷플릭스는 규칙없이 돌아가고 있을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넷플릭스에는 휴가규정도, 출장비에 대한 규정도 없다. 다만 최소한의 규칙은 명확하다. '각자의 위치에서 회사에 가장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행동하라' 그 함의 역시 분명하다. 넷플릭스 사람이라면 최고의 능력과 인성 수준을 겸비하고 있다는 자신감이다. 믿음이다. 이들이라면 자신의 위치에서 회사와 스스로를 위해 최선의 판단과 행동을 한다는 신뢰. 일일이 통제하고 규정에 따라 간섭하지 않아도 스스로 판단해 움직이는 힘. 이런 문화에 공정성 시비 자체가 있을 수 없다.


무엇이 정답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합의했는가? 세세한 규칙을 만들고 상벌 규정을 두고 그 본보기를 만드는 차원을 넘어선 진짜 신뢰, 그 믿음이 기본 장착된 조직의 힘은 실로 대단하다.




무엇이 공정인가? 답은 우리안에 있다.

사람의 일에 정답은 없다. 우리가 함께 결정하면 그것이 우리의 답이된다. 무엇을 결정하는가? 보다 왜 그렇게 결정했는가? 과정이 중요한 이유다.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고 보상할지 자유지만 중요한 건 모두가 동의하는가다.


무엇이 공정인가 부터 합의하자. 여기 두 가지 샘플을 제시한다.


메이저리그식 공정(기회의 균등)

30개 팀은 메이저리그 라는 이름에 걸맞게 일정한 수준의 전력을 보유한다. 리그 전체의 수익 중 약 35%를 공유수익제라는 기금으로 조성, 모든팀에 균등하게 배분한다. 빅마켓, 스몰마켓으로 부자 구단과 가난한 구단, 인기구단과 비인기 구단이 나뉘지만 메이저리그 팀이라는 균질성에는 차이가 없다. 전통의 강팀도 리그 꼴찌를 할 수 있고 신생팀도 언제든 우승을 할 수 있는 변동성을 자랑한다. 팀은 그대로지만 플레이어 개인의 업다운제를 적용해 리그 전체의 수준은 언제나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한다. 꼴찌팀은 다음 해 드래프트 1순위 권리를 받아 전력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프리미어리그식 공정(결과의 형평)

팀업다운제. 팀 성적이 안좋으면 하위리그로 떨어지고 하위리그에서 잘하면 상위리그로 승격한다. 승격 후 성적이 좋으면 유럽 클럽대항전(챔피언스 리그 등)에도 참가해 막대한 상금과 인지도를 올릴 기회를 갖는다. 유명 선수를 영입할 여력이 되면서 강팀은 더 강팀이 되는 선순환 구조. 문제는 승격된 팀이 리그에 잔존하거나 상위권으로 치고 나가기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특별한 계기가 없는 강팀은 꾸준히 강팀으로 약팀은 꾸준히 약팀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구조. 프리미어리그(1부) 강팀이었다가 2부 리그로 강등된 후 좀처럼 승격되지 못한 리즈 유나이티드는 '리즈 시절'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당사자이기도 하다.


어떤 공정을 선택하든 자유다. 옳고 그름은 없다. 우리에게 맞고 안맞고만 있을 뿐. 중요한 건 합의된 룰의 예외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에 있다. 신뢰란 구겨지기 쉬운 종이와 같다. 한 번 구겨진 종이는 새 종이 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 내 처우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게임의 법칙에 예외와 반칙이 빈번하다는 인식을 갖게 되는 순간 신뢰라는 공든탑은 무너지게 되어 있다.


룰 브레이킹에 대해선 단호하게 대처하자. 발생 즉사실을 공표하고 왜? 대해 해명하라. 추후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면 조건을 명시하여 룰에 편입시켜라. 그 일 자체를 또 합의하라. 신뢰는 모든 구성원이 합의하고 교감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과정에서 생긴다.



以기주의자가 되자

룰이 비교적 잘 돌아간다면 그 다음은 개인의 문제다.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하나하나 남과 비교를 일삼아봤자 피곤해지는 건 자신뿐이다.


약간의 불공평이나 부당함은 대수롭지 않게 넘겨라. 마음의 그릇을 키우고 인성을 돌봐라. 조금은 손해본다는 느낌으로 세상을 살아라. 일일이 계산해가며 1을 주었으면 1을 돌려받겠다는 생각으로 살다보면 피곤해진다. 하나를 받으면 둘, 셋을 줘라. 10중 8~9는 하나를 겨우 되돌려주겠지만 1~2는 둘, 셋 혹은 그 이상으로 되돌려줄지도 모른다.


타인의 행운을 마음을 다해 기뻐해주자. 내 주변에 온통 실패하고 좌절하고 우울한 루저들만 가득한 것보다 성공하고 에너지 넘치고 행복한 사람들이 가득한 편이 백배 더 낫다.


누가봐도 명백한 반칙을 목격했다면 쉬쉬하지 말자. 근거를 들어 바로잡으려 노력하자. 가만 있으면 중간이나 간다는 마음으로 복지부동하면 같은 부조리가 반복될 뿐이다. 왜 그 사람인지? 왜 그 예외가 문제가 되는지? 공공연히 이야기하라. 감정은 빼고 팩트만 말하라.


스스로 구린구석이 있는 자들은 안다. 그것이 공정인지 아닌지. 다만 감추고 속이고 포장해서 타인이 모르게 '먹을'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교묘히 규칙, 법, 규율을 깨려는 이들에게 누군가 노려보고 있다는 인지를 하게 한다면 스스로 움츠러 들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이런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일한다는 건 피곤한 일이다. 서로 누가 반칙하지는 않는지, 특혜를 받지는 않는지, 나만 불이익을 받는 건 아닌지 의심속에 하루를 보낸다면 정말이지 끔찍하다.


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以기주의로 세상을 바라보자. 공정성은 생각보다 큰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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