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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릭스 leex Mar 15. 2024

일요일 저녁, 빨리 출근하고 싶어 몸이 근질거리는 이유

錄 Out _ 대단원

을지로의 한 고깃집. 장 대리는 꽃등심과 살치살, 안심, 제비추리 등 특수 부위까지 5인분의 고기를 주문했다.

메뉴판을 보고 태백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1 등급, 100g당 37,000원의 가격표가 매겨진 한우.


"이렇게 비싼 걸 이렇게 많이 주문해도 돼요?"

"우리 회사 유일한 규정이 '회사와 본인의 상생을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라'야. 너는 내가 초대해서 우리 회사에 합류한 첫 번째 인재고, 나는 그런 인재를 최선을 다해 대접할 의무가 있어."

"대리님..."

"어허. 벌써 감동하긴 일러. 아, 그리고 나 대리 아니고 실장이야. 피플실장."

"피플실장님... 출세하셨네요."

"놀리냐? 물론 이 기회를 틈타 최선을 다해 나 자신에게도 대접하는 셈이니 일석이조 아니야? 우리 축하주 해야지?"

장 대리 아니 장 실장은 손을 번쩍 들고 복분자주 한 병을 주문했다.


"많이 먹어. 이거 한우야 한우."

장 실장은 손수 고기를 구워 태백의 접시에 올려주었다.

"저보다 더 똑똑하고 스펙 좋은 사람도 많을 텐데 굳이 저를..."

"그러니까. 형이, 아니 대표님이 고집을 부려서 말이야. 그냥 슬쩍 이런 애가 있는데 어떠냐 물어봤을 뿐인데. 코 끼었지 뭐야?"

"그럼 없던 일로 하시죠."

"비싼 고기 얻어먹었으니 이제 빼박이야. 비즈니스 관계 몰라?"

"부담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MZ에서 느꼈던 일하고 싶은 마음이 차올라서 두근거리기도 하고 그러네요..."

"넌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또 그 결정에 책임도 질 줄 아는 놈이야. T그룹 같은 대기업 정규직을 박차고 제 발로 나오기가 어디 쉬운가? 믿는 구석이 있는 것도 아니었을 테고. 그때만 해도 지금 우리 회사에 대한 정보도 거의 없었을 텐데... 다시 말하지만 형, 장봉수가 대표라 해도 결코 만만치 않을 거야. 비즈니스라는 게 원래 그래. 뭐 하나 확실한 건 없고 온통 도전과 불확실성뿐이지. 유일하게 믿을 건 사람뿐이야. 깜짝 뉴스 하나 알려줄까? 고 팀장님도 곧 합류하실 거야."

"고 팀장님요? S그룹에 계시잖아요?"

"우리가 삼고초려해서 모셔왔지. 사람 검증하기가 얼마나 힘든 줄 알아? 지금 회사들이 하는 면접이나 검증 시스템으로는 걸러내지 못하는 요소들이 많다고. 같이 일해보고 '아! 저 사람 믿을만하다' 정확히 설명할 수 없지만 강력한 어떤 감이야 말로 오히려 정확한 검증일 수 있어..."

"그래서, 저라는 사람을 믿으시나요?"


장 실장은 잔 가득 붉은 복분자주를 채우며 말했다.

"믿지. 다만 51:49야."

"51:49... 애걔? 겨우?"

"너는 나를, 장봉수 대표를, 지금 이 회사를 100% 믿냐?"

"솔직히 아직 그 정도는 아니죠."

"아직? 그럼 언젠가는 그렇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

"글쎄요. 잘은 모르겠지만 장 대리님, 아니 장 실장님이나 저나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요?"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래서도 안되고. 자기 자신도 100% 온전히 믿었다간 낭패를 보는 거야. 중요한 건 믿느냐 안 믿느냐지 얼마나 믿느냐는 아닌 것 같아. 49의 불신을 충분히 고려하면서도 믿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더 앞서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예측 가능한 건강 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봐. 무턱대고 턱 믿을 수 있는 사이,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그게 부모 자식 간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 아니겠어?"

"부모 자식 간에도 믿음을 저버리는 믿기 힘든 일들도 종종 생기긴 하죠."


장 실장이 태백을 쳐다보며 피식 웃었다.

"그렇지. 형, 장봉수 대표도 어린 시절 한때 아버지를 원망했대. 아니 못 믿었대. 새어머니, 그러니까 내 엄마와 재혼을 했을 때 '아 이제 나는 버려지겠구나' 싶었다는 거야. 그래서 반나절 정도 가출을 했다지? 10살 정도 된 꼬맹이가 말이야... 그래서인지 장 대표도 사람 잘 안 믿어. 부족한 나를 굳이 부른 이유이기도 하고."

태백은 문득 지금의 장 대표 얼굴을 한 10살 꼬맹이가 가방을 짊어지고 집을 나와 골목을 배회하다 늦은 저녁 주린 배를 부여잡고 집으로 되돌아가는 모습이 그려져 피식 웃음이 나왔다.


"뉴스에 보면 친자식을 버렸다던가, 방치했다던가, 학대했다는 뉴스들도 심심찮게 나오잖아. 하물며 생판 남끼리 만난 회사에서 어떻게 서로를 100% 믿고 완전히 의지할 수 있겠어? 그렇게 누군가 말한다면 그거야 말로 새빨간 거짓말일 테지. 어떤 노림수가 있거나. 각자 살아온 배경이 다 다를 테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가치관을 가지고 서로를 관찰하다 어느 정도는 믿고 의지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조금 앞서는 사람들로 주변을 채울 수만 있다면 그 정도만으로도 성공한 인생일 수 있다고 믿어. 그 정도의 신뢰를 가지고 각자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해 같이 성장하고 또 다른 기회가 오면 또 다른 신뢰의 대상을 찾아 떠날 수도 있는 거고. 쿨하게 보내줄 수도 있는 거고."

"듣고 보니 그렇네요. 더 잘돼서 떠나려는데, 내가 널 얼마나 믿고 키워줬는데 날 배신해? 이런 말이라도 나오면..."

"바로 그거야. 그러니까 너도 이 회사에 평생 몸담을 생각 같은 건 하지 마. 언제든 능력이 되면 떠나라고. 그게 서로에 대한 존중이고 일로 만난 사이에서 얻을 수 있는 진짜 신뢰라고 믿어 난."

어떻게 다 먹을까 싶었던 고기 5인분이 바닥났다. 고기를 더 시키겠다는 장 실장을 겨우 말리고 차돌된장과 냉면을 각각 시켜 식사까지 마쳤다. 복분자주도 2병을 비웠다. 딱 기분 좋게 배부르고 적당히 취기가 오른 5월 말의 어느 밤, 태백은 장 실장이 자신의 사수여서, 그 연결이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다행이에요..."

"뭐가?"

"있어요 그런 게..."

"싱거운 놈. 우리 오랜만에 옛 직장 한번 가볼래? 바로 앞이잖아."

"대리님, 아니 실장님이야 몇 달 만이지만 전 엊그제까지 다녔던 곳이라고요."

"그렇게 되는 거냐?"


고깃집을 나온 태백과 장 실장의 발길은 자연스레 청계천을 따라 MZ사옥 방향으로 향했다. 퇴근 후 한 잔 하는 사람들, 데이트를 하는 연인들, 연신 사진을 찍어대는 관광객들, 이 동네는 여전히 분주하고 밝고 활기차다. 서린동 한복판 20층 짜리 사옥에 달린 로고는 MZ 인터내셔널에서 Tsil로 바뀐 지 오래다. 두 사람은 사옥을 올려다보며 무언가를 생각한다. 각자의 시간과 감정의 무게로 만들어진 기억의 영상들이 두 사람의 머릿속에 재생되고 있을 것이다.


"태백 씨?"

비틀거리며 두 사람에게 다가오는 여자는 이나였다.

"이...이나 씨... 여긴 무슨 일로?"

"그동안 여러 번 연락했는데...왜 답이 없었어요?"

"나 이 회사 그만뒀어요..."

"그런 것도 모르고 혹시 여기 오면 마주칠 수 있을까 기다리고 그랬는데..."

"술...마셨어요?"

무릎을 조금 넘는 남색의 H스커트, 버건디색의 모직 재킷, 베이지색 하이힐을 신은 이나는 처음 마주쳤던 그날을 떠올리게 했다. 붉게 달아오른 얼굴, 올 나간 검정 스타킹, 뭔가 어수선해진 머리스타일, 비틀거리는 몸짓은 낯설었다.

"네에... 좀 마셨어요. 왜요? 마시면 안 돼요?"

이나의 발목이 꺾이며 태백 쪽으로 몸이 기울었다. 깜짝 놀란 태백이 이나의 팔을 붙들어 일으키자 술냄새가 확 끼쳤다. 이나는 태백 팔짱을 끼며 말했다.

"우리 2차 가요~저 할 말 엄~청 많다고요... 2차..."


태백은 흘러내린 이나의 앞머리를 쓸어 올리고는 가만히 그녀의 얼굴을 가슴팍에 안아 담았다. 그 상태로 몇 초의 시간이 흘렀을까? 이나의 어깨가 조금씩 들썩이기 시작했다. 태백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직이 말했다.

"어떤 스토리는 어디쯤에서 멈춰야 하는지 눈에 선명하게 보이는 때가 있어요."

"태백 씨..."

"나와 이나 씨의 스토리가 그래요. 이나 씨는 멋진 여자예요. 이나 씨에게 어울리는 사람은 겉으로 그럴듯한 사람보다 겉과 속이 모두 멋진 그런 사람이어야 해요. 이나 씨가 그런 사람을 알아볼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이나는 태백의 고개를 쳐들고 태백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데요? 날 잘 알아요?"

"그래요. 전 이나 씨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몰라요. 알려고 노력했던 적도 있었던 것 같은데, 그 순간은 이미 사라져 버렸어요. 다만 한 가지는 지금도 변함없어요. 이나 씨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고마웠어요. 진심이에요."

마스카라가 번져 내린 이나의 얼굴은 밤의 조명을 받아 반짝거렸다. 밤바람이 휘 불면서 태백의 젖은 가슴팍을 시리게 스쳤다. 태백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이나는 고개를 빳빳이 하고 옷매무새와 머리모양을 다듬고는 태백을 지나쳐 을지로 방면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 뒷모습에서 조금 전까지 비틀거리던 걸음걸이를 바로 잡으려는 노력이 역력했다.


태백은 하릴없이 내민 손을 거두고 이나가 향한 반대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저벅저벅. 실장이 엉거주춤 태백의 뒤를 따랐다. 내딛는 걸음 그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누구도 모른다. 지나온 길은 가끔 되돌아볼 수는 있어도 되짚어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다.


"어어~ 조심..조심하세요.."

태백을 향해 킥보드 한대가 빠른 속도로 돌진해오고 있었다. 미처 피할 새도 없이

[쾅!]

"어이쿠"

태백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저만치 나동그라졌다.

"야, 모태백 괜찮아?"

"어떡해? 괜찮으세요?"

대자로 널브러진 태백은 잠시 멍한 상태로 눈을 감은 채 숨을 골랐다. 두 손으로 여기저기 몸을 더듬어 부상을 살폈다.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 발가락을 오므렸다 폈다 두 어번 반복 후 마음을 놓았다. 큰 이상은 없어 보였다. 놀란 마음이 진정되자 눈이 번쩍 뜨였다. 가로등 불빛이 와락 쏟아져 들어왔다. 동시에 시커먼 머리통 두 개가 시야에 불쑥 들어왔다. 

"괜찮냐?"

"괜찮으세요? 정말 죄송합니다. 어떡해..."

둘 중 압도적으로 작은 머리통에서 헬멧이 벗겨지며 긴 머리가 치렁~ 늘어져 내렸다. 과일 샴푸 향이 났다. 5월 밤하늘의 밝은 별처럼 발그레 볼이 상기된 여자의 두 눈동자가 반짝하고 빛났다.



밑 빠진 독에 물을 채우던 콩쥐는 갑자기 나타난 두꺼비의 도움으로 원님의 잔치에 갈 수 있었어.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착한 콩쥐는 못된 새엄마와 팥쥐의 계략에 빠져 곤란한 상황에 처할 때마다 두꺼비를 비롯한 다양한 동물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지.


J, 우리는 왜 회사에 다니는 걸까? 먹고살아야 하니까? 뭐든 일을 해야 하니까? 자아실현을 위해서? 다 맞는 말이지. 각자의 사정은 모두 다를 테니까. 그런데 말이야 어쩌면 현실은 잔혹동화에 더 가까울지 몰라. 아무 죄 없는 착한 주인공이라도 일에 아무런 의미도 재미도 느끼지 못하고 시키는 것만 꾸역꾸역 쳐내기 바쁜 일상으로 인생의 황금기를 낭비하고 있다면 말이야. 마치 시지프의 형벌처럼 말이야.


우리, 왜 그렇게 됐을까?


밑 빠진 회사 때문이라고 생각해. 밑 빠진 회사가 뭐냐고?

Movtivation 일에 대한 동기 

Emotion 정서적 교감 

Envrionment 안정적 환경 

Turst 상호 간 신뢰 

네 가지 기본이 갖춰지지 않은 회사를 말해. 


밑 MEET은 한 조직의 구성원들이 '나 이제 몰입해서 일할 준비가 됐어요!'라고 마음을 다지게 할 수 있게 만드는 시작점이야. 그 밑 MEET이 단단히 메워지고 안정화되면, 그다음에야 비로소 우리만의 특색을 살린 구조물을 쌓아 올릴 수 있게 돼. 구글의, 애플의, 배민의 문화가 같은 듯 서로 다른 것처럼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고유의 문화를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이자 토대인 셈이지.


동기부여 되다 못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에너지로 가득 차 있고 감성과 이성의 균형을 갖춘 꽤 괜찮은 사람들로 가득하고 심리적 안정감과 강력한 소속감 속에 서로를 신뢰한다는 시그널이 여기저기 가득한 회사. 구성원 개개인은 내가 이곳에서 성장하려면 어떻게 일하고 관계를 맺고 나 자신을 성장시켜야 하지?라는 본질에 대한 질문을 잊지 않아. 리더는 또 어떻고. 부하직원들이 몰입하는 데 발목 잡는 요소는 뭔지? 어떻게 하면 일을 통해 성장하도록 피드백하고 격려할 수 있을까? 고심해. 개인과 조직 전체가 그 답을 찾기 위해 큰 대전제 속에 각자의 방식으로 움직여. 따로 또 같이. 


물론 때로는 실패도 겪고 마음처럼 되는 건 없고 갈등이 생기고 지지고 볶지만, 기본적으로 네 가지 MEET이 탄탄한 조직이라면, 어떻게든 그 과정에서 배울 것을 찾고 궁극적으로는 개인과 리더 회사 세 이해관계자 전체가 우상향 하는 성장곡선을 그려낼 거야. 어때 상상만 해도 가슴 뛰고, 아! 이런 곳에서라면 일해보고 싶어라는 마음이 들지 않겠어?


우리가 그런 회사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이유는 상상하는 힘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자 이 그림을 볼까?

이정문 화백

<심쑥이>라는 만화로 유명한 이정문 화백의 작품이야. '서기 2000년대 생활 이모저모'라는 제목과 35년 라는 서브타이틀로 미루어 1960년대에 그려진 그림이란 있지. 개인적으로 그림을 정말 좋아하는데,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볼 때마다 깜짝 놀라곤 해. 달나라 여행 한 가지를 빼고는 모두 현실화 됐기 때문이야. 이정문 화백은 놀라운 예언 능력을 갖췄던 것일까?


비슷한 시기에 정부에서도 2000년대를 예측하는 '미래백서'라는 것을 발간했어. 큰 예산을 들여 당대의 각계 석학들을 죄다 초빙해 미래를 예측했는데, 놀랍게도 단 한 가지도 맞춘 게 없다는 거야. 


결정적 차이는 바로 '상상력'에 있었어.

이정문 화백은 35년 후 내가 살고 싶은 나라, 도시, 삶을 꿈꾸고 상상해서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라는 염원을 이미지화 해냈어. 역시 같은 생각, 염원을 가졌을 전 세계의 상상쟁이들이 연구하고 도전해서 하나 둘 마침내 현실화할 수 있었지.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꿈꾸는 것이다 라는 말도 이 과정에서 나왔을 거야.


반면 정부와 석학들은 어땠을까? 상상? 큰 그림? 가슴을 뛰게 하는 달달한 과정도 없이 그저 자료와 데이터, 학술이론 따위에 근거해서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수준의 미래상을 수학 공식처럼 '도출'해내려 했을 거야. 그 결과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맞지도 않는 엉터리 결과를 백서랍시고 내놨겠지. 


결국 Better가 아니라 Differ, 스티브 잡스가 부르짖었던 Think different의 본류라고도 볼 수 있겠네. 


오늘날 '월요병'이라는 전염병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된 데는 교육 시스템부터 취업, 직장생활에 이르기까지 사회가 강제해 놓은 스테레오타입의 역할이 매우 컸다고 봐. 


근면성실, 고스펙 이성중심 엘리트주의, 능력보다 관계우선인 사내 정치 따위 구시대적 가치는 양적 팽창 과정에서 상당히 유용했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성 상실과 다양성 위축, 상상력의 고갈과 창의적 발상의 고사라는 치명적이면서 연쇄적인 사회적 문제를 양산하는데 일조했지.


문제는 세상이 변했다는 거야. 급격한 기술의 발달과 3년에 걸친 코로나 팬데믹으로 우리는 이미 다른 세상을 보고 겪었지. 일하는 방식도 관계를 맺는 방식도 아! 이렇게 해도 되는구나 라는 경험적 증거를 발견하고 깨닫게 됐어. 인간은 부품이 아니구나. 인간 그 자체구나. 고객은, 시장은 이른바 '가치 소비'를 원해. 갑질을 일삼는 나쁜 회사를 찾아내 기어이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환경, 미래, 다 같이 사는 세상 등 한 차원 높은 가치를 제시하고 진정성 있는 행동으로 그 철학을 증명하는 기업들에 열광해. 파타고니아, 자포스, 고어, 픽사 같은 회사들 말이야.  


사람이라는 명제 안에 고객만 있는 게 아니야. 내부 구성원을 포함한 사회의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포함되어 있어. 이런 세상에 살아남으려면 인간의 마음에 해박해야 해. 타인의 마음뿐 아니라 자신의 마음, 감정에도 충실해야 해. 이성지능만 높은 사람보다 감성지능의 균형까지 갖춘 사람을 새로운 엘리트로 정의하고 중용해야 할 이유. 무엇보다 상상력을 잃지 말아야 해. 그러기 위해서 선결되어야 할 것은 인간이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지는 일이야.


바로 밑 MEET을 탄탄히 다지는 일.  


이제부터 J의 시간이야. 네 가지 기본 밑MEET을 잘 다져서

'한 번쯤은 다녀보고 싶은 회사' 

'나만 알고 싶은 회사'

를 만드는 일. 


힘들겠지만 잘 부탁할 게. 오랜 시간 내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마웠어.



https://forms.gle/TBivT5MX41XLLsiq5



추신) 우리 회사의 밑 MEET수준을 진단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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