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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릭스 leex Mar 08. 2024

SKY나와서 공채 입사했는데, 고졸 낙하산이 들어왔다

Trust  _시스템 _3. 공정성

나는 회사에서 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을까? yes가 즉시 나오지 않는다면 신뢰에 문제가 있다는 증거다. 조직의 공정성은 신뢰의 바로미터다. fairness. 공정이란 무엇일까?


'기회의 균등'과 '결과의 배분'에 대한 문제다. 기회의 양과 질이 내 동기와 비교해 같은가? 똑같은 결과를 냈는데 쟤는 2개를 받고 왜 나는 1개를 받는가? 에 대한 답이다.


대개 공정성 문제는 인사제도 등 회사의 정책, 시스템 그리고 리더와의 관계에서 주로 발생한다. 한마디로 이 판에 합의된 게임의 룰. 어! 잠깐만 이거 반칙인데? 어떤 이유로든 룰 브레이킹이 발생하면 공정성은 훼손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같은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작은 허물에는 참지 못해도 차이가 엄청난 사람들의 큰 허물에 대해서는 입을 다무는 법이다."


라고 말했는데, 요는 타인과의 비교다. 그것도 자신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느끼는 그 '누구'가 문제다. 이는 시대와 장소 인종을 초월해 보편적인 속성처럼 보인다. 당장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프다' 라는 속담이 떠오른다. 독일에도 비슷한 개념이 있다. '샤덴프로이데' 상반되는 뜻을 담은 두 독일어 단어 'Schaden' (손실, 고통)과 'Freude' (환희, 기쁨)의 합성어다. 남의 불행이나 고통을 보면서 느끼는 기쁨을 말한다.


재미있는 실험도 있다.

[원한다면 지금 당장 1억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동시에 세상에서 내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100억을 받게 됩니다. 그래도 1억을 받으시겠습니까?]

놀랍게도 제안을 받은 다수는 망설인다. 별다른 노력도 없이 당장 내게 1억이 생기는 일인데도 내가 가장 싫어하는 그 누군가가 받을 행운을 못견뎌하는 것. 그것이 인간 본성의 본질이라면? 내가 못가져도 남이 못가지면 용납되는 것이 공정성의 실체라면? 다같이 불행한 하향평준화를 피할 수 없다.


공정성을 상실한 조직만큼 다 같이 '불행해지는' 공정성 또한 지극히 무용하다. 조직문화가 공정성에 주목하는 이유는 오직 다같이 잘되는 '상향평준화'라는 목적을 가지기 때문이다.


관건은 '약속'이다. 우리는 이런 요소로 평가하고 재단하고 결론을 내 이렇게 보상하겠다는 약속. 회사의 제도와 시스템, 규칙은 그런 약속을 담은 룰이다. 룰의 디테일에 뭔가 불완전하고 공감하지 못하는 요소가 있다 해도 다수의 구성원들이 인지하고 수용하기로 했다면 룰로서 자격을 갖춘셈이다.


문제는 룰 브레이킹이다. 예외가 발생하는 경우다. 누군가 석연찮은 이유로 예외를 적용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공정성은 그 즉시 훼손된다. 이미 합의된 약속을 깨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면 회사차원에서 왜 그런 예외가 발생했는지 A~Z까지 소상히 밝혀야 한다. 후속대책도 이어져야 한다. 추후 방지책을 마련하거나 제도나 시스템의 미비로 추가 사례가 불가피할 경우 아예 룰에 편입시켜 합의에 도달해야 한다.


만약 이렇다할 이유도 없이 룰브레이킹이 수시로 발생하거나 그 자체를 숨기는 경우 일은 커진다. 조직의 권력자가 힘을 이용해 이런 일을 남발한다면 조직의 공정성, 신뢰성은 심각한 수준으로 훼손된다.


기회를 주실 수 있잖아요


여기 이름만 알면 대번 알 수 있는 대기업이 있다. 이 회사에 고졸 낙하산이 인턴으로 들어왔다. 인턴 지원서를 내고 시험을 치르고 면접을 거쳐 정식으로 인턴 발령을 받은 20여명은 웅성거린다. 누구지? 얼마나 대단한 백을 가졌길래? 아이비리그라도 나왔나?


드라마 [미생]의 한 장면이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고졸 검정고시 인턴 장그래를 받게 된 영업 3팀 오 과장은 불편하다. 며칠 유심히 지켜본 결과 뭔가 남다른 면도 눈에 띈다. 성실하고 남 탓하지 않고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는 모습에 서서히 마음도 누그러진다. 낙하산을 팀에 꽂은 실세의 정체를 알게 되면서 상황은 180도 틀어진다. 최 전무. 과거의 불미스러운 일로 오 과장과는 틀어진 사이다. 낙하산을 하필 자기 팀에 꽂은 최 전무의 저의를 알 수 없어 오 과장은 분노한다. 영문도 모른 채 오 과장의 미움을 받게 장그래, 어느 날 엘리베이터에서 과장과 마주친 김에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기회를 주실 수 있잖아요."

“기회에도 자격이 있는 거다.”

오 과장은 차갑게 쏘아붙인다.

"무슨 자격이요?"

"여기에 있는 사람들이 이 빌딩 로비 하나 밟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했는줄 알아? 여기서 버티기 위해 또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과 좌절을 뿌렸는줄 알아? 기본도 안된놈이 빽하나 믿고 엘리베이터 타는 세상, 그래 뭐 그런 세상인 것도 맞지. 그런데 난 아직 그런 세상 지지하지 않아.”

매몰차게 쐐기를 박는 오 과장. 나 역시 오 과장의 말에 공감한다.


물론 고졸 인턴이 입사할 수도 있다. 특별전형에 대한 룰이 있으면 된다. 전형적인 스펙 외에도 한 분야에서 누구나 인정할만한 업적을 남겼거나 탁월한 역량이 인정될 경우 학력에 상관없이 특별채용한다. 라는 규정이 있다면 누가 그 입사에 반기를 들 수 있을까?


그런데 규정도 전례도 없다가 갑자기 그런 사례가 생기면 '뭐지?' 싶은 거다. '뒤에 뭐가 있나? 누구 백이야? 스펙이라도 좋으면 모르겠는데 고졸? 검정고시? 외국어도 못해? 그런데 어떻게 원인터에 들어왔지?' 따위 뒷말이 자연스럽게 돌게 되어 있다.


불필요한 의심과 가정, 상상력이 총동원되어 헛헛한 소문이 돈다. 조직전반의 신뢰에 실금이 가기 시작하는 신호. 제 아무리 성실하고 잠재력을 가진 장그래라 해도 처음 시작은 누구도 동의못할 예외를 적용받았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낙하산은 낙하산일 뿐, 추후 당사자의 성장과 실적이 입사절차 라는 공정성 훼손을 정당화할 수 없다.


장그래는 뛰어난 실적과 무릎을 치게 만드는 통찰력의 소유자임에도 불구하고 정규직 전환에 실패한다. 그의 시작은 타 인턴들과의 공정성을 파괴한 가해자지만, 마지막 동기들과 동일선상에서 평가받지 못한 공정성의 피해자가 된 아이러니.


일본 무라이 공업.

이 회사의 사장은 괴짜다. 사무실에 러닝만 입고 돌아다닌다. 더 황당한 것은 승진절차다. 직원카드를 쌓아놓고 선풍기 바람을 날려 과장 승진자를 결정한다. 공정하냐고? 공정하다. 누구도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애초에 그렇게 해왔다. 무려 수십년을 그런 방식으로. 그 이면에는 누굴 승진 시켜도 문제 없다는 자신감이 깔려있다. 턱 하니 믿는다. 이곳 구성원들은 승진 결과에 크게 개의치도 않는다. 과장이 되건 아니건, 직책을 맡건 못맡건 자신의 능력대로 공정하게 대우 받고 있다는 노사 상호 믿음이 바탕에 깔렸다. 물론 직책을 달고 싶은 욕구가 큰 사람은 이런 방식에 불만이 있겠지만 싫으면 회사를 떠나면 된다. 이것이 이 회사만의 룰이자 모두가 동의한 공정함의 표면이다.


넷플릭스의 규칙없음. 규칙에서도 그 본질을 엿볼 수 있다.

정말 넷플릭스는 규칙없이 돌아가고 있을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넷플릭스에는 휴가규정도, 출장비에 대한 규정도 없다. 다만 최소한의 규칙은 명확하다. '각자의 위치에서 회사에 가장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행동하라' 그 함의 역시 분명하다. 넷플릭스 사람이라면 최고의 능력과 인성 수준을 겸비하고 있다는 자신감이다. 믿음이다. 이들이라면 자신의 위치에서 회사와 스스로를 위해 최선의 판단과 행동을 한다는 신뢰. 일일이 통제하고 규정에 따라 간섭하지 않아도 스스로 판단해 움직이는 힘. 이런 문화에 공정성 시비 자체가 있을 수 없다.


무엇이 정답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합의했는가? 세세한 규칙을 만들고 상벌 규정을 두고 그 본보기를 만드는 차원을 넘어선 진짜 신뢰, 그 믿음이 기본 장착된 조직의 힘은 실로 대단하다.




무엇이 공정인가? 답은 우리안에 있다.

사람의 일에 정답은 없다. 우리가 함께 결정하면 그것이 우리의 답이된다. 무엇을 결정하는가? 보다 왜 그렇게 결정했는가? 과정이 중요한 이유다.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고 보상할지 자유지만 중요한 건 모두가 동의하는가다.


무엇이 공정인가 부터 합의하자. 여기 두 가지 샘플을 제시한다.


메이저리그식 공정(기회의 균등)

30개 팀은 메이저리그 라는 이름에 걸맞게 일정한 수준의 전력을 보유한다. 리그 전체의 수익 중 약 35%를 공유수익제라는 기금으로 조성, 모든팀에 균등하게 배분한다. 빅마켓, 스몰마켓으로 부자 구단과 가난한 구단, 인기구단과 비인기 구단이 나뉘지만 메이저리그 팀이라는 균질성에는 차이가 없다. 전통의 강팀도 리그 꼴찌를 할 수 있고 신생팀도 언제든 우승을 할 수 있는 변동성을 자랑한다. 팀은 그대로지만 플레이어 개인의 업다운제를 적용해 리그 전체의 수준은 언제나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한다. 꼴찌팀은 다음 해 드래프트 1순위 권리를 받아 전력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프리미어리그식 공정(결과의 형평)

팀업다운제. 팀 성적이 안좋으면 하위리그로 떨어지고 하위리그에서 잘하면 상위리그로 승격한다. 승격 후 성적이 좋으면 유럽 클럽대항전(챔피언스 리그 등)에도 참가해 막대한 상금과 인지도를 올릴 기회를 갖는다. 유명 선수를 영입할 여력이 되면서 강팀은 더 강팀이 되는 선순환 구조. 문제는 승격된 팀이 리그에 잔존하거나 상위권으로 치고 나가기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특별한 계기가 없는 강팀은 꾸준히 강팀으로 약팀은 꾸준히 약팀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구조. 프리미어리그(1부) 강팀이었다가 2부 리그로 강등된 후 좀처럼 승격되지 못한 리즈 유나이티드는 '리즈 시절'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당사자이기도 하다.


어떤 공정을 선택하든 자유다. 옳고 그름은 없다. 우리에게 맞고 안맞고만 있을 뿐. 중요한 건 합의된 룰의 예외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에 있다. 신뢰란 구겨지기 쉬운 종이와 같다. 한 번 구겨진 종이는 새 종이 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 내 처우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게임의 법칙에 예외와 반칙이 빈번하다는 인식을 갖게 되는 순간 신뢰라는 공든탑은 무너지게 되어 있다.


룰 브레이킹에 대해선 단호하게 대처하자. 발생 즉사실을 공표하고 왜? 대해 해명하라. 추후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면 조건을 명시하여 룰에 편입시켜라. 그 일 자체를 또 합의하라. 신뢰는 모든 구성원이 합의하고 교감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과정에서 생긴다.



以기주의자가 되자

룰이 비교적 잘 돌아간다면 그 다음은 개인의 문제다.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하나하나 남과 비교를 일삼아봤자 피곤해지는 건 자신뿐이다.


약간의 불공평이나 부당함은 대수롭지 않게 넘겨라. 마음의 그릇을 키우고 인성을 돌봐라. 조금은 손해본다는 느낌으로 세상을 살아라. 일일이 계산해가며 1을 주었으면 1을 돌려받겠다는 생각으로 살다보면 피곤해진다. 하나를 받으면 둘, 셋을 줘라. 10중 8~9는 하나를 겨우 되돌려주겠지만 1~2는 둘, 셋 혹은 그 이상으로 되돌려줄지도 모른다.


타인의 행운을 마음을 다해 기뻐해주자. 내 주변에 온통 실패하고 좌절하고 우울한 루저들만 가득한 것보다 성공하고 에너지 넘치고 행복한 사람들이 가득한 편이 백배 더 낫다.


누가봐도 명백한 반칙을 목격했다면 쉬쉬하지 말자. 근거를 들어 바로잡으려 노력하자. 가만 있으면 중간이나 간다는 마음으로 복지부동하면 같은 부조리가 반복될 뿐이다. 왜 그 사람인지? 왜 그 예외가 문제가 되는지? 공공연히 이야기하라. 감정은 빼고 팩트만 말하라.


스스로 구린구석이 있는 자들은 안다. 그것이 공정인지 아닌지. 다만 감추고 속이고 포장해서 타인이 모르게 '먹을'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교묘히 규칙, 법, 규율을 깨려는 이들에게 누군가 노려보고 있다는 인지를 하게 한다면 스스로 움츠러 들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이런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일한다는 건 피곤한 일이다. 서로 누가 반칙하지는 않는지, 특혜를 받지는 않는지, 나만 불이익을 받는 건 아닌지 의심속에 하루를 보낸다면 정말이지 끔찍하다.


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以기주의로 세상을 바라보자. 공정성은 생각보다 큰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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