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브랜드는 모두가 미국의 데님을 따라 하고 있던 일본에서 일본만의 데님을 만들어낸 45R입니다.
브랜드의 이름부터 저의 낭만을 잔뜩 자극하는 요소인데요. 레코드판의 분당 회전 횟수인 45RPM 그래서 이 브랜드는 45RPM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하게 됩니다. 그 시작은 전통 기모노 장인 가문에서 태어난 ’ 이노우에 야스미‘가 1978년 도쿄 다이칸야마의 작은 방 한편에서 설립하게 되었는데 45R은 당시 일본 내에서 유행하던 아메리칸 캐주얼 그리고 오래 입을 수 있는 데님을 목표로 데님 팬츠를 제작하기 시작합니다.
당시 아메리칸 캐주얼의 인기에 일본 내에서 데님 팬츠들은 복각디자인을 기반으로 공장에서 대량생산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요. 이때 45R은 작은 브랜드임에도 직물, 실, 염색까지 모든 부분을 자급자족하여 오리지널을 강조하는 생산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무모한 선택이라는 의견이 많았지만 2000년대에 뉴욕에 해외 1호점을 오픈하게 되면서 모두가 사용하던 인디고 염색 대신 천연염료인 아오조메를 사용하고, 데님을 직물 하고 재봉하는 과정에 사용되는 날실과 씨실에 모두 염색을 하는 고집스러운 전통으로 나오는 특유의 컬러감에 45R은 해외에서부터 프리미엄 데님 브랜드라는 인식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이때 브랜드의 이름을 45RPM에서 조금 더 심플하게 45R로 바꾸게 되죠.
이전에 저의 최애 브랜드로 소개해드렸던 Kapital 창업주의 아들이자 현재 kapital을 이끌고 있는 ‘키로 히라타’가 학교를 졸업하고 일하던 직장이 바로 45R이었는데요. Kapital에서 강조하는 100년을 입는 데님이라는 키워드는 바로 45R에서 배워간 제작 원칙이기도 합니다. 모든 상품은 구매하는 당시의 모습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경련 변화를 생각하여 사용자에 따라 색이 바뀌고 주름이 생기고 부드러워지는 모든 흔적과 세월을 생각하고 만들게 되는데요. 저는 이런 브랜드들을 아주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단순하게 오래 입는다는 장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나만의 옷을 만들어간다는 기분이 들게 만들어주고 내 몸에 가장 잘 맞는 옷으로 바뀌어 저 가는 과정과 결과에 모두 만족스러워한다는 것입니다. 매장에서 모두가 같은 옷을 구매해서 나가도 각자 다른 매력의 옷으로 만들어진다니 너무 낭만적이지 않나요?
이 외에도 45R에서는 본인만의 옷을 만들어가는 것을 중시하기 때문에 구매한 옷을 입다가 매장에 방문하면 치수, 재단, 세탁등을 해주는 만족 공방이라는 자체서비스도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디자인보다 실용성을 더 중시하는 브랜드의 생각도 엿볼 수 있는 서비스기도하죠. 이렇게 완성된 제품을 수선하고, 입으면서 생기는 경련변화로 바뀌어가는 과정을 생각해서 만드는 과정에는 엄청난 고뇌와 노동이 들어가는데요. 45R은 본인들이 원하는 옷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 부족하다면 만들어서라도 완성을 하는 지독한 브랜드입니다. 브랜드만에 데님을 만들기 위해서 여러 면 소재를 테스트했지만 마음에 들지 않아 면을 직접 재배를 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신경 써서 완성되는 원단이기 때문에 디자인을 먼저 하고 어울리는 원단을 결정하는 것이 아닌 원단 소재를 결정하고 그에 맞춰 디자인을 한 뒤에 어울리는 부속품들을 추가 결정하는 독특한 생산 방식도 유지하고 있습니다.
45R에서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부분 중에 하나인 후면 포켓 부분에 자수로 되어있는 R 로고인데요. 염색이 되어있는 데님들에 시간이 변하면서 생기는 경련변화에 맞추어 로고 자수 부분이 어색해지지 않도록 40번의 세탁을 한 실로 자수를 해서 로고를 완성시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데님 제품들 말고도 인디고와 아오조메를 이용한 염색기법으로 생산하는 니트웨어들도 특유의 컬러감에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죠.
오늘은 미국의 데님을 따라 하기 바빴던 일본에서 일본만의 디자인, 소재, 염색을 완성해 낸 일본 전통의 데님 브랜드. 옷과 함께 늙어간다는 말이 너무 잘 어울리는 브랜드. 옷을 사면서도 내일 입을 옷이 생겼다는 기쁨이 아닌 앞으로의 수년을 기대하게 만드는 45R 소개해드렸습니다!
[요마카세] 일요일 : 일단 사볼까?
작가 : 인정
소개 : 옷 파는 일로 돈 벌어서 옷 사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