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의 복수는 10년이 지나도 늦지 않는다.
나는 취미로 오토바이를 타는 주부이고, 주특기는 우울증이다.
요새는 우울증을 '반려우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지? 적절한 표현처럼 느껴지는 것이 우울증을 겪어가며 이 질환은 관리의 영역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 우울증을 완치했다고 착각했을 때 '하면 된다'라고 시건방을 떨었다.
두 번째 우울증에 속수무책 두들겨 맞고서야, 비로소 나는 겸손해졌다.
신체/정신적 관리를 잘해서 내가 우울증 보다 힘이 세다.
> 우울증은 바닥에서 숨죽이고 숨어있다.
신체/정신적 관리가 어려워 내가 우울증 보다 힘이 약해졌다.
> 우울증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바닥에서 쑥 올라온다.
혼다 CBR600rr을 타는 지인께 '요즘 내가 많이 나약해졌다, 예전의 강했던 나는 죽고 없다'라고 한탄 섞인 말을 하며 펑펑 울었던 적이 있다.
지인은 그런 나를 위로해 주며, 집 가는 길에 유용할 것이라며 선물을 주었다.
선물의 이름은... 음...
나는 이것을 <깜빡이 에디션>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좌적호 우청룡
간지 쌈뽕 터지는 팔토시를 선물 받았다.
앞으로 차선변경 할 때 깜빡이 대신, 왼팔을 내밀어 보여주기로 했다.
내가 강해지고 싶다고 했지, 건달이 되고 싶다고는 안 했는데, 선물 받았으니깐 일단 사용해 보는것이 강호의 도리.
일단 동네에 있는 지인의 골프장을 습격해 보았다.
"건달 같은 내가 어떤지 보십시오"
위풍당당 등장하는 내가 너무도 익숙한 지인은,
한숨과 썩은 웃음을 동시에 지어 주었다.
내친김에 예전 직장 가락공판장까지 명절 선물을 사러 다녀왔다.
가락마트 야채팀장님께서 좌적호 우청룡 깜빡이 에디션이
너무 무서워 보인다고 칭찬해 주셨다.
이렇게 여러 명에게 두려움을 주었구나 왠지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1차 아들의 난(亂)을 제압하며 찍은 사진이다.
이방원의 난(亂)은 명분이나 있지, 아들은 자신의 기분이 곧 명분이다.
무려 13차 아들의 난(亂)을 모두 성공적으로 제압했다.
나는 아들을 향해 속으로 매일 다짐하고 생각한다.
엄마는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지나도 늦지 않다고 생각해.
그리고 꼭 보여줄 거야.
엄마를 둘러싼 모든 고통스러웠던 문제들은 스스로 충분히 위로했고 결코 그러한 문제들이 엄마의 인생을 조금도 흔들지 못했다고 웃으면서 모두 흘려보냈다고 너한테 꼭 증명해 보일 거야.
모두 즐거운 수요일 보내세요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