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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공녀 Oct 12. 2022

시골에서의 삶

시골에서 살아 갑니다.

내 나이 마흔, 도시로 치면 중년에 접어드는 나이, 시골로 치면 청년으로 칭하는 나이. 도시로 나가면 기력이 쇠하고 시골로 가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주변 연령층에 따라 상대적일 수도 있지만, 동네 어르신 말씀처럼 자연의 정기로 인해 내가 달라지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쨌든 시골에 살아야 내 몸이 최적화가 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도시에서는 만 39세 이하일 경우에만 청년으로 친다. 그러나 시골에서는 만 45세 이하를 청년으로 여긴다는데 지역마다 다른 경우로 알고 있다. 어떤 곳은 만 60세 이하까지도 청년으로 인식하는 예도 많다. 그만큼 일 할 수 있는 마을을 구성하고 있는 일 할 수 있는 나이가 다르기 때문인 것 같다.  

    

이곳 고령에는 청년은 아주 많이 산다. 최근 청년 모임을 발족했는데 모인 사람은 얼추 17여 명, 모두 열의가 느껴질 정도로 의지가 높았다. 고령군에서도 이런 청년들의 모임을 기꺼워하며 예산도 붙여 주었고 이제 행동만 하면 된다. 이 모임에서도 나이 40은 꽤 높은 편인데 2~30대들의 에너지를 보며 감탄하게 되는 걸 보니 나이가 들긴 했나 보다. 반대로 그들의 눈에는 내가 차분해 보였나 보다. 초기 대표로 추천이 되었지만 하는 일이 많아 사양하고 말았다. 그리고 차분하게 일을 진행하기보다는 이런 모임은 젊고 활력 있게 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령 청년 모임은 몇 번의 회의를 거쳐 29일 신촌 숲에서 조그마한 축제를 열기로 했다. 환경+청년+하고 싶은 것이 모여 축제가 되었고 주변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을 만큼 요란스럽지 않게 하기로 했다. 나는 곧 디자인팀에 배정이 되었다. 포스터와 리플렛 외에 많은 디자인적 요소를 같이 맡게 되었는데 정말 즐거운 작업이 될 것 같아 두근거린다.     


부스를 하나 맡게 되었다. 할로윈에 어울리는 예쁜 쿠키들과 단호박 파운드를 만들어 갈 예정이다. 무료 체험이벤트로 유령 사탕 만들기도 진행하려고 한다. 아직 모든 게 예정 단계지만 뭔가 만들어나가고 할 수 있다는데 활력이 샘솟는다. 나는 나이가 들었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기를, 언제나 피터 팬이 되고 싶은 마음이다. 그리고 그것을 할 수 있는 곳이 이곳이지 않을까?     


도시에서의 삶은 언제나 중년, 그 틀에 갇혀 감히 젊은 사람들과 어울릴 기회도 없었고 이런 일들이 내게 주어지지도 않는다. 주축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은 언제나 활기가 넘쳐나므로 우리까지 수용하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딱히 중년의 삶에 풍덩 뛰어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들의 눈에는 우리가 한창으로 보이므로. 어디에도 섞일 수 없는 나이다. 물론 끼워 맞추자 한다면, 의지만 있다면 어디에나 들어갈 수 있는 이점도 있지만, 굳이 그래야 할까 하는 무기력부터 오고 만다.

내 삶은 도시의 가로수에서 떨어지는 낙엽의 하찮음이다. 한창 푸를 때는 괜찮다가도 낙엽이 되는 순간 쓰레기로 전락하고 만다. 비가 오면 더 처치 곤란해지듯이 감상에 젖으면 불쾌한 감정 쓰레기가 생겨난다. 그 감정을 쓸어 내려고 약을 먹게 되었지만 깨끗하게 비워지지는 않는다.  

    

고령에서의 내 삶은 하나의 치유제다. 사방에 부딪히는 소음과 거리가 멀어진 지금 나는 나만의 글쓰기를 하고 있다. 흔히 작가들에게 나만의 공간,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듯이 나도 그런 게 필요했었나 보다. 길에 떨어져 있는 글감들을 주워 모아 한 차례 가공을 끝낸 후 흰 백지에 적는다. 도시에서 볼 수 없었던 삶. 살 수 없었던 삶을 나는 여기서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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