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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공녀 Oct 25. 2022

시골의 인간관계

시골의 인간관계의 중요성

시골에 와서 모든 일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어디를 가나 인간관계,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인간관계는 어디서나 트러블을 일으킨다. 사람, 사람, 사람!! 사람을 피해 시골을 왔다고 해도 곁에 사는 이웃을 무시할 수는 없는 법이다. 더욱이 나는 연고도 없는 시골로 들어와 카페를 맡았다. 일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의 인간관계를 돈독히 해야 하는 직종이니 더욱 조심할 수밖에 없다. 물론 내가 조심을 한다고 해서 소문은 생기기 마련이고 운전도 내가 조심한다고 해서 사고가 안 나는 것은 아니다. 언제 어디서나 새어나갈 구멍은 많고 숭숭 뚫린 곳으로 보는 눈은 많다고 생각 해야 한다.


그에 반해 나는 정말 순탄하게 시골 생활에 잘 적응한 타입이다. 적응해 나가는 중에 트러블도 있긴 했지만 그리 큰일은 아니었고 이 이야기도 다룰 예정이다. 아무튼, 크게 모난 데 없고 평소에도 워낙 웃는 상이라서 쉽게 어르신들과 친해졌다. 카페를 하는 새댁. 내 이름 앞에 붙은 수식어다. 한낮 땡볕에 밭에서 일하시는 어르신을 그냥 지나치기 어려워 음료를 갖다 드리곤 했다. 그러면서 잠깐 앉아 수다도 떨고 신상도 털리고. 마을 어르신들 봉사 나갈 때 마주치면 급히 음료를 만들어 드리기도 한다. 내가 뭔가 얻기 위해 하고자 하는 건 아니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내 성격 탓이다. 논밭 농사를 해본 경험도 있으니 더더욱 그렇다. 그리고 절대 한 번으로 끝나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보일 때마다 부담스러워서 하시든 말든 일단 해드려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잘먹었습니다 :D

그런데도 보답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 튼튼한 오이나 복숭아처럼 먹을 걸 주시는 분이 계셨고 혹은 밭에서 자라는 해바라기를 잘라 주시는 분도 계셨다. 이 경우 너무 기뻤는데 내가 은근슬쩍 곱게 자라는 해바라기를 탐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카페 바로 앞 밭을 가지신 어르신은 단골이자 자주 음료를 갖다 드리는 분이기도 한데 그제는 큰 화장지를 안겨주셨다. 단골로 와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데 선물까지 안겨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오늘 오시면 시루떡을 드리려고 단단히 준비했다,


탐내던 해바라기... :-D


이사는 아직 다 못했지만 살고는 있으므로 이사 떡으로 시루떡을 준비했다. 첨엔 두 되로 충분할 줄 알았는데 나의 오판이었다. 평소 신세 진 분들과 집 앞의 성당 분들에게 드리고 나니 없었다. 아차. 마을 회관에도 갖다 드려야 하는데…. 급히 다시 두 되를 주문하고 아침 일찍 떡을 찾으러 갔다. 떡이 맛있다고 소문난 떡집인데 차로 왕복 1시간이 넘게 걸렸다. 갓 나온 따뜻한 떡을 갖다 드리고 싶은 마음에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준비해서 갖다 드리니 마음이 뿌듯하다.


가을이 접어들면서 농번기와 비수기가 겹쳐 매출은 전보다 못하지만, 하늘을 바라볼 때면 마음이 풍족해진다. 좀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파란 하늘과 구름에 시선이 뺏기면 현실을 잊기 마련이다. 매출 같은 머리 아픈 현실적인 일에서 벗어나 둥둥 떠다닐 수 있다. 그러다가 문득 현실로 돌아오면 인간관계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시골은 인간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두 사람 이상만 모여도 어느 집이 이러하다 저러하다는 둥 말이 많은 곳이다. 친구 말을 빌리자면 다들 오락거리가 없어서다. 그 의견에 나도 일부 동의하지만, 전부는 아니라고 본다. 커뮤니케이션에 기본은 대화인데 사람들은 그런 소통에 메말라 있는 게 아닐까 한다. 그리고 관심이 없다면 옆집이 뭐 하고 사는지 알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도시 생활은 대부분 그렇게 이루어져 있다. 옆집이 무얼 하든 나와 상관없다. 내게 해를 입히지 않는 이상.


시골의 삶은 그와 달리  옆집, 뒷집, 앞집이 무얼 하는지 무엇을 하며 사는지가 궁금하다. 조그마한 사회를 이루고 있는 마을에서 인적이 드물어서 소통에 메말라 있다. 그래서 궁금해한다.  조그마한 사회가 무엇을 하는지,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나도  일원으로 합류해 가고 있는 과정에 있다. 오늘 아침 마을 회관에 이사 떡을 갖다 드리며 이장님의 권유로 서명을 하고 나왔다. 어느 땅에 누군가 공장을 짓는다고 한다고 한다. 공기 오염이 심각해질 거라며 공장이 들어서면 이장님은 이사가 가버릴 거라고 동네 어르신을 적극 설득하고 계셨다.


내가 여기에 뿌리박고 살려면 이렇게 하나둘씩 마을에 참여하거나 고령에 기여해야 비로소 고령 사람이라는 것이 인식되는 것 같다. 시골 사회는 아직 보수적이라 몇 년을 살아도 외지인이라 하지만 이웃사촌으로서는 충분하지 않을까? 무리하게 이 사회에 비비고 들어가고 싶은 욕심도 없고 그냥 잡초처럼 바람에 살랑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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