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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_티르스 플레이스, 파리

thyrrs Place, paris, france

by 푼크트

티르스 플레이스, 파리의 숨겨진 안뜰 같은 작은 쉼터.

여행자의 발끝이 북적이는 파리의 골목에서 벗어나
조용히 이곳의 문턱을 넘는 순간,
티르스는 향기로 마음을 다독인다.


첫 향은 파리지앵의 삶이 스며든 따뜻한 커피 향,
벽돌 틈 사이로 번지는 벨벳 같은 이끼 내음과
창가에서 흔들리는 올리브 화분의 풋풋함이 코끝을 스친다.
젊은 날 동경했던 파리의 은밀하고 여유로운 순간이
이 작은 공간에서 현실로 피어난다.


작은 테이블 위에 올려진 에스프레소의 씁쓸함,

갓 구운 바게트와 가벼운 크루아상에서 퍼지는 버터의 풍미,
근처 플로리스트에서 새어 나오는 라넌큘러스와 장미의 우아한 플로럴 노트.
티르스는 크지 않지만 향으로 포근히 마음을 채운다.


이른 오후의 파리, 골목 끝에서 불어오는 라벤더와 꿀의 달콤함,
마른 담쟁이 넝쿨에서 나는 은은한 우디함이
살짝 낡은 의자에 앉은 여행자의 어깨를 살며시 감싼다.


해 질 녘, 골목을 비추는 따뜻한 주황빛 조명과 함께
가벼운 샌달우드와 머스크가 마치 오래된 추억처럼 남고,
잔잔한 재즈 선율이 흐르는 작은 스피커에서 향처럼 음악이 스며든다.


티르스 플레이스는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그 속에 숨은 섬세한 향기들이
여행자의 지친 숨결을 따스하게 보듬는다.

돌아서는 순간, 파리는 티르스의 향기를 따라 속삭인다.


“진짜 파리는 낡은 벽과 조용한 테이블, 그리고 잊을 수 없는 향기 속에 숨어 있다.”

그래서 티르스 플레이스는
지도에는 잘 남지 않지만, 기억 속에는 오래도록 향기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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