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 Petersburg,russia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의 차가운 북녘에서 피어난 황금빛 도시.
여행자의 발끝이 넵스키 대로의 단단한 돌길 위를 천천히 밟을 때,
도시는 묵직하고 웅장한 향기로 자신을 펼쳐 보인다.
첫 향은 겨울 끝자락, 얼음 녹은 대운하에서 퍼지는 냉랭한 물내음,
구름 낀 하늘 아래 젖은 돌과 고풍스러운 대리석이 품어내는 차가운 머스크.
젊은 날 언젠가는 걸어보고 싶다고 상상했던 러시아의 황실과 예술이
이 순간 천천히 현실로 녹아든다.
에르미타주 박물관 입구를 지날 때 풍기는 오래된 목재와 유화 물감의 은은한 향,
바로크 건축의 화려함 속에서도 스며드는 기품 있는 베르가못,
차가운 공기 사이사이에서 피어나는 따뜻한 바닐라와 앰버가
여행자의 마음에 차분히 내려앉는다.
넵스키 거리 끝자락, 작은 찻집 문을 열면
뜨거운 홍차와 달콤한 잼, 따뜻한 블린과 캐러멜의 향기가 온몸을 감싼다.
저녁이 다가올수록 벽난로의 나무 타는 냄새와
구운 양파, 진한 육수에서 피어나는 러시아 가정식의 진득한 향기가 퍼진다.
황혼에 물든 네바강 위로
성 이삭 성당의 황금 지붕이 반짝이고,
바람에는 가죽, 담배, 스파이스가 뒤섞인 묵직한 노트가 흐른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향기는 가볍지 않다.
마치 차가운 대지 위에서 피어난 강인한 꽃처럼
묵묵히, 그러나 깊게 스며든다.
돌아서는 여행자의 마음 한편,
도시는 조용히 속삭인다.
“추위 속에서도 사람은 따뜻하게 숨 쉬며 살아간다.”
그래서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대리석보다 향기로, 권위보다 따뜻한 숨결로
기억 속에 길고 고요하게 머문다.
장소정보(구글맵 링크)
https://maps.app.goo.gl/SAY6ETmXYqQbxZuK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