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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뽈삐래 Jul 26. 2022

세상의 중심에서 구직을 외치다

사막에서 살아남기

이뽈)

 세상의 중심, 호주의 배꼽이라 불리는 ‘에어즈 락’.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으며, 단일 암석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이다. 호주 원주민에게 신성한 돌로 여겨진다는데 아침, 저녁으로 에어즈락을 보며 성서의 구절을 읽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미스터리하게 큰 바위 덩어리에 지나지 않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영혼이 깃든 신성한 장소였다. 그리고 지리적 위치가 주는 상징성과 규모의 위대함을 몸소 체험하기 위해 전 세계 관광객들이 모여든다. 이들을 수용하는 ‘에어즈락 리조트’가 내가 일하고 싶은 곳이었다.


 타즈매니아를 떠나기 전부터 온라인으로 지원했다. 답장은 없었지만 호기롭게 비행기 표를 예매했다. 당연히 고용이 될 줄 알았으니깐. BUT 인생 이즈 낫 호락호락.


 에어즈락 리조트에 며칠 머물면서 관광도 하고 구직에 성공하겠다는 1석 2조의 야심 찬 계획이었다. 체크인을 하면서 리셉션 직원에게 일을 구하러 왔다고 하니 오후 3시에 다시 오면 하우스키핑 매니저를 만나게 해준다고 했다. 일이 술술 풀리는구먼. 매니저를 직접 만나 이력서를 건넸다. 인사팀이 허락하면 일주일 안에 일을 시작할 수 있을 거라 했다. 그래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일주일을 이곳에 머물기로 했다.


 초조함 속에 연락을 기다린 첫째 날이 지나고, 마음 내려놓고 편안하게 기다린 둘째 날도 지나고, 다음 주 월요일에는 연락이 올 거니 쉴 수 있을 때 푹 쉬자던 주말도 지났다. ‘왜 연락이 안 오는 거야? 지금 당장 일을 할 수 있는 내가 여기 있는데!’ 하며 미쳐 날뛰었던 다섯째 날.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똥줄 탔던 D-1의 여섯째 날. ‘아놔 놔봐요. 매니저님 그때 저랑 같이 일하고 싶으시다고 했잖아요! 진짜 마지막 밤이다. 이럴 거냐! 정말!’ 했던 일곱째 날이 지나고 애간장이 끓었던 7일을 보내고 결국 엘리스 스프링스행 버스를 탔다.

호주 울룰루_마음 편한 날은 없었지만 노을은 너무나도 아름다웠지

 현실 부정했다가 막상 에어즈락 리조트 떠나니 후련했다. 내가 해결할 수도 없는 문제를 고민해서 뭐하겠는가. 엘리스 스프링스에서 투잡을 구할 거라고 다짐했다.


 ‘난 소가 될 거다 소처럼 일할 거다.’ 그리고 난 정말 사막의 소가 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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