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균
오늘의 시 한 편 (29).
매일 시 한 편씩 올리다 보면, 금방 한 권의 책을 읽게 되겠지요?
첫 번째 책은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창비-2024)입니다.
이토록 적막한
전동균
나무는 왜 땅에 서 있어야 하고 새들은 하늘을 날아야 하
는지
날마다 해와 달을 깨우고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지
그 힘이 왜
없어도 좋은 우리를 여기 있게 하고
아침이면 눈꺼풀을 열게 하는지
해달은 왜 물에 떠 해초를 감고 잠자는지, 털도 없는 톡토
기는 어떻게 영하 70도의 혹한을 견디는지, 피파개구리는
왜 혀가 없는지, 오리너구리는 어떻게 알을 낳게 됐는지
이 작은 가슴에 어떻게 바다의 사막이 함께 출렁이고
사랑은 늘 폭탄을 감추고 있는지
헛된 꿈들은 사라지지 않는지
왜? 왜? 왜?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휘몰아치는 소용돌이 속을
우리는 걸어간다
옆구리에 지느러미가 돋아나도
비늘들이 발등을 뒤덮어도
우는 대신 웃는 표정으로
* 마음을 붙잡은 한 문장
휘몰아치는 소용돌이 속을 우리는 걸어간다
(휘몰아치는 소용돌이 속을 걸어가는 우리는 대단한 존재들이다. ‘이토록 적막한’ 태풍의 눈이 삶인지도 모르겠다. 앞일을 알 수 없는 우리이기에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하며 살려고 노력하지 않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주기 싫어하고, 착하고 바르게 살아가고 싶어한다. 사실, 나만을 위한 이기적인 삶의 유혹이 주변에 널려 있지만 그래도 이타적인 삶을 살려는 것이 인간의 선한 본성이 아닐까 생각한다. 누군가의 어려움에 마음을 보태고, 손을 내밀 수 있는 삶이 '소용돌이 속'에서도 반듯하게 서 있는 사람이 아닐까.)
“인간 본성의 핵심은 이타적 유전자다. 공감, 배려, 친절, 정의, 희생, 정직 등은 이타심이라는 씨앗에서 피어난 꽃이다.” - 배철현 『인간의 위대한 여정』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