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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숲길에서

노향림

by 민휴

오늘의 시 한 편 (30).

매일 시 한 편씩 올리다 보면, 금방 한 권의 책을 읽게 되겠지요?

첫 번째 책은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창비-2024)입니다.



동백숲길에서


노향림

아름드리 동백숲길에 서서

그 이름 기억나지 않으면

봄까지 기다리세요.

발갛게 달군 잉걸불 꽃들이

사방에서 지펴진다면

알전구처럼 밝혀준다면

그 길

미로처럼 얽혀 있어도

섧디설운

이름 하나

기억 하나

돌아오겠지요.




* 마음을 붙잡는 한 문장

그 길 미로처럼 얽혀 있어도

(선운사 동백꽃 개화 시기는 3월 10일 경이라고 해요. 새해 첫날 찾아간 선운사. 동백은 아직 꽃이 피지 않았더라고요. 초록빛 동백나무만 선운사 대웅전을 호위하고 있었어요. 제가 너무 성급했지요? 붉은 동백의 꽃말은 “그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라고 합니다. 그리운 이름 하나 떠올리는 길 ‘미로처럼 얽혀 있어도’ 봄까지는 기다려야겠습니다. 선운사의 붉은 동백숲 아래 서면 그 이름, 더디게 생각날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무에서, 땅에서, 마음에서도 동백꽃 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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