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야이자사적공원에서

카미로 콘스탄티노 선교사 화형지

by 보현



히라도 방문에서 빼놓아서는 안 되는 또 하나의 성지가 있다. 바로 <야이자사적공원(焼罪史跡公園)>이다. 이곳에서 이탈리아 출신의 카미로 콘스탄티노 선교사가 화형으로 순교하였다.

이곳은 히라도 섬이 마주 보이는 타비라(田平) 곶의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 바로 바닷가 근처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면 건너편에 <히라도 성>과 <성 하비에르 기념 성당>의 모습이 보인다. 눈길을 돌려보면 <네덜란드 공관>도 보인다. 선교사가 화형을 당할 때 바다에는 포르투갈 무역선 몇 척이 떠 있었다고 한다. 히라도 성의 성주는 무역선에서 빤히 바라보이는 이곳을 일부러 화형지로 선택하여 일본을 드나드는 서양인들에게 기독교전파를 경고한 셈이었다.


카밀로 콘스탄치오 선교사는 1605년 일본에 들어와 선교 활동을 하던 중 1614년 도쿠가와막부의 금교령에 의해 마카오로 추방되었다. 그는 1621년 다시 일본으로 몰래 돌아와 사가와 이키츠키에서 선교 활동을 하던 중 4월에 이키츠키의 우쿠지마섬에서 체포되었다. 그리고 9월에 이곳에서 화형을 당하였다.

그의 처형 이후 카밀로 신부에게 협조한 이키츠키섬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이 있었다. 이때 붙잡힌 이들은 근처의 나카에노시마(中江ノ島)에서 처형되었다.


<야이자사적공원>에는 카밀로 콘스탄치오 신부의 순교를 기념하는 순교비가 세워져 있다.

거기에는 이글거리는 불 속에서 하늘을 향하는 선교사의 모습이 형상화되어 있다.


IMG_3933.JPG <야이자사적공원>


이 순교지 뒤에는 삼손호텔이 거대하게 자리 잡고 있다.

한국에서 오는 대부분의 성지순례객들이 삼손호텔에 묵거나 식사를 한다고 들었다. 우리 일행도 이곳에서 하루 묵은 후 아침 일찍 <야이자사적공원>을 방문하였다.


호텔에는 많은 일본 가족 여행객들로 붐볐다. 거창한 뷔페식당에는 갖가지 산해진미가 차려지고 가수가 나와 공연하며 식사의 흥을 돋우었다. 오래전 우리나라의 관광지에서 보던 모습이라 옛 추억을 소환하였다. 삼손호텔이라는 이름이 삼손과 델릴라를 연상시켰지만 호텔주인은 <야이자사적공원>의 존재에 대해 신경 쓰는 것 같지 않았다. 호텔에는 여러 척의 배 모형이 전시되어 있었다.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이 호텔 주인이 저 배들을 이용하여 낚시하는데 매우 흥미가 깊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뷔페에는 갖가지 해산물이 풍성하게 올라와 있었다.


IMG_3904.JPG 바닷가에 거대하게 세워져 있는 삼손호텔


카미로 선교사는 순교하기 전 일본어와 포르투갈어, 네덜란드어로 전한 설교를 통해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으며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고 영원한 생명의 삶을 살게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그는 불길 속에서 다섯 번이나 이렇게 외쳤다고 한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대항해시대가 막 열린 당시 바다에는 해적선들이 대놓고 활동하고 있었으므로 무역선들은 항시 화기를 갖추고 있었다. 안타까운 것은 당시 히라도 항구 앞바다에는 무역선들이 들어와 있어 이 선상에서 선원들은 숨을 죽이고 카미로 신부의 화형장면을 지켜보았다는 것이다. 영화 같았으면 대포 한 발을 쏘아 위기의 신부를 구해 히라도 항구를 유유히 떠나야 할 것 같은데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니 못하였다. 무역관계의 단절을 두려워했던 것이다.


나는 이곳에서 외롭게 죽어간 카미로 신부를 생각했다. 누가 순교를 하건 말건 장사는 계속되어야 하고 밥은 계속 먹어야 한다. 그래서 카미로 신부의 죽음이 외롭게 느껴지고 방관할 수밖에 없는 인생들이 참 슬프게 느껴졌다.


그보다 나를 더 화나게 만든 것은 이곳의 이름이었다. ‘야이자(焼罪)’라는 말은 ‘죄를 태운다’라는 뜻이다. <야이자사적공원>은 결국 ‘죄를 태운 기념 공원’이란 뜻이다. 여기서 죄란 누구의 죄를 말하는가? 금지된 종교를 선포하러 굳이 일본 땅으로 온 선교사의 죄를 말함인가?

결국 국법을 어긴 죄인을 불태워 없앤 기념공원이라는 뜻이다.

거기다 이 사적지에 굳이 ‘공원’이란 표현을 사용한 것도 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공원은 일반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며 노는 곳이지 않은가. 이 거룩한 곳을 굳이 공원이라고 하며 평가절하하려고 하는 일본인들의 마음이 야속하게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이 자산을 재빨리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고 애쓰고 있지 않은가! 참 약삭빠르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제 이곳의 이름을 개명했으면 좋겠다고 혼자 생각해 보았다. 말하자면 <카밀로 콘스티노의 순교지> 같은 것으로.

<야이자사적공원>은 바티칸 지정 공식 순례지이다. 참고로 히라도의 바티칸 공식 순례지는 <가스팔 니시 돌무덤>과 이곳 <야이자사적공원>의 두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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