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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현 Mar 01. 2024

3. 보라색 꽃의 도시 샌프란시스코(1)

뱃줄 달고 미국 여행


우리 부부는 딸, 사위와 함께 샌프란시스코 도시 여행에 나섰다.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는 말 그대로 프란치스코 성인의 도시라는 뜻이다.

이 땅에 먼저 도착한 스페인 선교사들은 주변을 성화시키기 위하여 각 지명을 스페인식으로 개조했는데 그들이 도착했을 때의 날이나 가까운 날에 태어난 성인의 이름을 따서 지명을 지었다고 한다.

프란시스코 성인은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나눔의 삶을 산 대표적인 인물이다. 최초의 선교사들이 특별한 의미를 두고 도시 이름을 명명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샌프란시스코의 도시 이미지는 평화와 나눔과 낭만의 도시로 알려져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이러한 이미지 형성에 실제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은 프란치스코 성인보다는 1960년대 이곳을 중심으로 일어난 히피운동이라고 한다. 히피족은 기득권과 자본주의적 소비문화를 거부하고 '사랑과 평화와 공동체적 삶'을 이상으로 여겼기 때문에 폭력과 억압에 저항하고, 이를 자연에 대한 사랑으로 대치하려는 의미에서 머리에 꽃을 꽂고 평화와 자유를 외쳤다. 그래서 히피족을 '꽃의 아이들(Flower children)'로 부르고 이러한 바람을  '플라워 무브먼트(Flower Movement)'라고 불렀다.

이러한 자유로운 영혼들이 오늘의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 밸리의 문화 형성에 일조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머리에 꽃을 꽂고 샌프란시스코로 오라고 하는 내용의, 젊은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Sanfrancisco’라는 노래는 대표적인 히피송이라고 할 수 있다. 그때는 뜻도 모르고 이 노래를  불렀다.


이제 다시  'Sanfrancisco’ 노래를 들으며 샌프란시스코로 들어갔다.


If you're going to san francisco

Be sure to wear some flowers in your hair

If you're going to san francisco

You're gonna meet some gentle people there.      


여기서 꽃은 히피를 상징한다.

히피문화가 꽃을 사랑했던 탓인지 샌프란시스코는  ‘꽃의 도시’라고 부를 만했다. 그것도 보라색 꽃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띄었다. 그래서 나는 감히 샌프란시스코를  ‘보라색 꽃들의 도시’라고 부르고 싶다.




샌프란시스코 여행 첫날의 하이라이트는 금문교(Golden Gate Bridge)였다.

다 알다시피 금문교는 태평양에서 샌프란시스코만으로 들어가는 관문이 되는 금문해협(The Golden Gate) 위에 놓여 있는 현수교이다. 강철로 만든 이 다리의 이름이 <Golden Gate Bridge>라고 붙여진 이유는 19세기 중반, 골드 러시 때 금 수송 배가 이곳을 많이 드나들어서라고 한다.

우리는 금문교 근처에 주차를 하고 태평양을 가르는 웅장한 다리의 모습을 감격적으로 바라보았다. 금문교 위에는 언제나 걸쳐있다고 하는 구름띠가 여전히 걸쳐져 있었다.

다리 근처에는 금문교를 설계한 조셉 슈트라우스(Joshep Strauss)의 동상이 서 있었다. 그는 시속 160km의 바람을 견디고 8~9도의 강진에도 무너지지 않는 다리를 설계하였다. 이 다리는 1933년에 착공하여 1937년에 준공되었다고 한다.

금문교 근처에는 금문교에 사용된 케이블이 전시되어 있는데, 케이블의 무게만 2만 4천500톤이며 지구 세 바퀴를 돌 수 있는 12만 8천748km 길이의 강선을 꼬아서 만들었다고 한다. 이 다리를 보기 위하여 세계에서 해마다 2천만 명 이상이 샌프란시스코를 찾는다고 하니 과연 “금문교가 샌프란시스코를 먹여 살린다”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았다.      


금문교 앞에서:  남편이 활짝 웃었다. 수술 후 처음 보는 환한 얼굴이어서 사진을 볼 때마다 가슴이 뭉클하다.


그 후 예술의 궁전을 여유롭게 산책한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차이나타운으로 갔다. 마침 점심시간이어서 한 유명 중국음식점에 들어가 딤섬 점심을 먹었다.

이곳에 이렇게 거대한 차이나타운이 건설될 수 있었던 것은 1852년부터 중국 이민자들이 들어와 금문교 건설과 횡단철도 건설에 기여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샌프란시스코에는 중국인의 비율이  23%나 되어 다른 미국 내 어떤 도시보다 중국인의 입김이 세다고 한다. 나는 돗자리 하나와 냄비(Pot) 하나를 들고 전 세계로 나가 삶의 기반을 닦은 중국인들의 끈질긴 생명력을 이곳에서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   

   

SF의 차이나타운: 세계에서 제일 큰 차이나타운이다


딸이 샌프란시스코에 왔으면 현대미술관(MOMA)을 보고 가야 한다고 주장했으므로 차이나타운을 구경한 우리는 도심 한가운데에 있는 현대미술관으로 갔다. 샌프란의 현대미술관은 뉴욕 다음으로 큰 미술관으로서 2만여 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고 하였다. 해바라기처럼 둥근 채광창을 채용한 독특한 외형을 가지는 이 건물은 남편과 내가 칼트레인을 타고 다시 샌프란을 방문했을 때 주요 랜드마크가 되어 주었다.


SF의 현대미술관 외관


현대미술관의 독특한 건물은 스위스의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설계한 것으로 유명하다. 마리오 보타는 최근 우리나라의 남양성모성지를 설계하여 우리나라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받은 건축가이기도 하다. 나는 남양성모성지에서 그의 명성이 헛된 것이 아님을 확인한 바 있다.

사족이지만 남양성모성지에는 이탈리아 조각가 줄리아노 반지가 조각한 예수 고상이 성당 전면에 걸려있다. 줄리아노 반지는 <20세기의 미켈란젤로>라고 불린다는데, 그에게 예수 고상의 조각을 의뢰한 이도 마리오 보타였다고 한다. 나는 사실 20세기의 미켈란젤로가 만든 예수 조각상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런 예수상은 여태 본 적이 없었다. 내가 왜 줄리아노 반지의 예수 조각상에 충격을 받았는지는 현장을 방문해 보면 알 것이다.


MOMA에는 김환기 화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미국에 가기 전 호암미술관에서 열린 <한 점, 하늘 김환기> 전을 관람하고 김환기 블루에 흠뻑 취해있던 나로서는 먼 미국 땅 샌프란시스코에서 그의 작품을 다시 만나자 말할 수 없이 기뻤다. 마침 비행기 안에서 <경성 드 살롱>이라는 책을 읽었던지라 김환기와 그의 아내 김향안 여사의 로맨스가 주는 여운도 나의 감동을 배가시켰다. 작가가 사망하자 그의 아내는 남편을 알리기 위해 세계 각지의 유명 미술관에 남편의 작품을 기증하였다고 한다. 샌프란시스코의 현대미술관에서 김환기의 작품을 만나게 되다니 뜻밖의 선물이었다. 김향안 여사님 감사해요!


김환기의 26-1-70


거기다 호박조각으로 유명한 일본인 작가 쿠사마 야요이 작품이 특별전시되고 있어 눈호강을 하였다. 작가는 어렸을 때부터 호박이 좋았다고 고백하고 있었다. 작가에게 영감을 준 것이 호박이었다니 참 신기한 느낌이었다.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조각 작품


그 후 우리는 블루바틀 커피점에서 커피 한 잔을 하고 피셔맨즈 와프를 거쳐, 피어 39로 향했다. 피어 39는 왜인지 모르지만 방문자의 수가 세계 3위로 SF의 대표적인 관광지라고 하였다.


마침 해가 지고 있었다. 피어 39의 저 앞에 유명한 알카트라즈섬이 보였다. 저곳이 영화 <The Rock>의 무대가 된 범죄자 수용소였다고 한다. 알카트라즈섬을 바라보는데 피어 39에 모여있는 바다사자의 킁킁거리는 소리가 마치 영화장면에 반주를 넣는 듯 기괴하게 들렸다.

      

피어 39의 낙조, 왼쪽에 알카트라즈 섬이 있고 그 뒤로 금문교가 보 인다.


피어 39에 자리하고 있는 바다사자들




아들이 오늘 본 샌프란의 가장 인상 깊은 풍경이  무엇인지 물었다. 나는 보라색이라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식구들이 마주 보며 의아해하였다. 

나는 나의 주장을 입증할 자료가 필요했다. 그러다 흥미로운 사진 한 장을 찾았다. 그것은 2023년 <매일경제>에 소개된 샌프란시스코의 축제 장면 사진이었다. 신문은 샌프란시스코를 소개하면서 한 행사에 참가한 예술가의 사진을 실었는데, 그 사나이가 머리에 바로 보라색 꽃을 꽂고 있었다.     

     

SF의 축제에 참가한 한 예술가 : 매일경제 2023년 2월 23일


꽃의 도시 샌프란시스코에서 보라색 꽃들을 많이 보았다. 1960년대 히피문화가 이곳에서 기승을 부릴 때 꽃은 히피를 뜻했다. 그러면  샌프란시스코에서 내가 만난 보라색 꽃들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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