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대만 게임쇼를 다녀와서
차이나조이는 세계 3대 게임쇼라는 명성을 갖고 있진 않아도 참관객 수로 다른 게임쇼를 압도하고, 도쿄게임쇼는 참관객 수에서 조금 밀릴지라도 세계 3대 게임쇼라는 명성과 서브 컬쳐 게임의 테스트 베드라는 굉장한 신뢰도를 갖고 있으므로 정작 게임에 관심 없는 사람도 이 두 게임쇼에는 한 번쯤 관심을 가질지 모른다. 하지만 대만 게임쇼는 차이나조이보다도 참관객 수가 많아 보이지도 않고, 애초에 참관객 수를 논하기도 전에 이런 게임쇼가 열리는지조차도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 같은 데다가 중화권이다 보니 중국어라는 높고 큰 장벽이 그사이를 막고 있어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가 어렵다.
그래서 난 한번 가보기로 했다. 예전엔 꺼무위키라 놀림당하던 나무위키가 이제는 대한민국 트래픽 순위 6위를 차지한 지금, 대부분 사람이 어지간한 정보는 나무위키에서 찾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런 나무위키에서도 몇 줄 적혀 있지 않은 대만 게임쇼다 보니 어떻게 표를 사고, 언제 열리는지 등 자세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스스로 발품 팔아 직접 부딪히는 수밖엔 없었지만 말이다.
비교적 가까운 아시아권에서 열리는 대형 게임쇼라는 것도 대만 게임쇼 참관의 이유가 되긴 했지만, 그것보다도 홍콩, 마카오, 대만으로 묶어 부르는 만큼 대만에서 열리는 게임쇼는 중국 대륙에서 열리는 차이나조이와 분명 다른 점이 존재할 거라는 확신, 그리고 직접 가보지 않으면 그 이유를 평생 알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가장 큰 이유였다.
마침 2023년 차이나조이와 도쿄게임쇼를 모두 참관해 봤으니, 이어 열리는 2024년 대만 게임쇼는 뭐가 다른지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해 보고 싶었다.
공백 제외: 5580자
1. 대만 게임쇼란?
2. 대만 입국부터 대만 게임쇼 입장권 구매까지
- 입국 신고서 QR
- 대만 여행 지원금
- 대만 게임쇼 참관 가능 날짜 및 운영 시간
3. 2024 대만 게임쇼, 그 소감은?
4. 그래서 아쉬움은 없었나?
- 참고 문헌
대만 게임쇼라고는 하지만 타이베이에서만 개최되기 때문에 정식 명칭은 타이베이 게임쇼다. 타이베이 게임쇼는 타이베이 컴퓨터 협회가 주최하는데, 2003년 불과 수천 명의 방문객으로 시작한 전시회가 지금은 대만 최대의 게임 전시회로 성장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게임쇼라는 모토를 내걸고 매년 1월 또는 2월에 개최한다.
세계 3대 게임쇼도 아니고, 그렇다고 차이나조이처럼 규모가 엄청나게 큰 것도 아니고, 도쿄게임쇼처럼 서브 컬쳐 게임의 테스트 베드격 위상을 가지고 있지도 않은 것 같은데, 굳이 대만 게임쇼를 가봐야 할까? 나도 대만 게임쇼에 직접 가보기 전까지는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직접 가보고, 또 집계된 참관객 수를 보고서 그런 생각이 싹 사라졌다. 그 규모가 대단하다는 차이나조이의 2023년 참관객 수가 약 35만 명 정도로 집계되고, 서브 컬쳐 최고의 위상을 가진 도쿄게임쇼의 2023년 참관객 수가 약 23만 명 정도로 집계된다. 그럼 대만 게임쇼는 한 20만 명쯤 될까? 아니, 대만 게임쇼의 2024년 참관객 수는 약 36만 명으로 집계된다.
게다가 지금까지 대만 게임쇼는 타이베이 세계무역센터 건물만 사용했지만, 올해부터는 난강 전람관을 같이 사용하기 시작했다. 즉, 실질적인 규모가 더 커지기도 했고, 절대적인 참관객 수도 차이나조이, 도쿄게임쇼 뺨을 후려갈기는 수준이다.
대만은 처음 와보는 곳이기 때문에 사실 뭐가 필요한지 잘 몰랐지만, 표준 중국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만 믿고 아무런 준비도 안 한 채 대만으로 떠났다.
그래도 알면 편한 정보가 있다면 대만도 입국 신고서를 QR로 미리 작성하고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난 이번에도 멍때리며 날아왔기 때문에 그런 게 있는지도 몰랐다. 입국 신고서를 작성할 때가 돼서야 부랴부랴 '이런 것도 있었지' 하며 종이 입국 신고서를 찾아 작성했는데, 휴대전화를 로밍해서 간 게 아니다 보니 QR코드를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입국 신고서를 미리 작성해서 QR 코드를 가지고 있으면 굳이 종이 신고서를 작성하지 않아도 되고 편리하니 만약 대만에 갈 일이 있는 사람은 입국 신고서를 대체할 QR 코드가 있다는 걸 알고 가면 좋을 것 같다. 또 하나 더 알아야 할 정보는 입국하고 나서 출국장으로 나오는 즉시, 입구에서 확률형 뽑기를 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 난 정말 대만 게임쇼만 바라보고 갔던지라 출국장에서 나올 때 사람이 줄 서 있는 걸 보고도 '뭐 하는 거지'라며 별생각 없이 지나쳤는데, 나중에 대만에서 일하는 친구와 밥을 먹는데 친구가 묻더라.
그래서 20만 원 받았어?
그게 뭔데? 20만 원?
...
진짜 게임쇼만 보러 왔구나?
나중에 알아보니 출국장에서 뽑기를 통해 5000 대만 달러(약 한화 20만 원) 가량을 여행 지원금으로 받을 수 있더라. 게다가 확률이 낮진 않은지, 그 친구가 아는 한에서 대만에 놀러 왔던 지인은 모두 받았다고들 한다. 물론 나는 전혀 몰랐기에 귀중한 기회를 날려버렸지만 말이다. 대만에 갈 사람이라면 잊지 말고 꼭 받아 가도록 하자.
2024 대만 게임쇼의 입장권은 대만 게임쇼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링크를 통해 제휴 판매처인 ibon과 KLOOK로 이동하여 구매할 수 있다. ibon의 경우, 글로벌 플랫폼이 없어서 입장권 구매 시에 대만 현지 전화번호를 입력해야 하니, 대만 현지 전화번호가 없는 사람은 꼭 KLOOK에서 구매하자.
KLOOK은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서 현지 전화번호 없이도 표를 구매할 수 있으며, 휴대전화에다가 앱을 설치하면 PC 버전에서 구매한 표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데다가 한국에도 서비스하고 있어서 한국어판 앱이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참관 가능 시간: 09:00~17:00
입장권 온라인 구매 가능 기간: 2023.12.13 10:00 ~ 2024.01.24 23:59
대만 게임쇼 입장권 가격
1인 입장권: 200 대만 달러(한화 약 8,500원)
1인 굿즈 입장권: 350 대만 달러(한화 15,000원)
4일 패키지 입장권: 1,250 대만 달러(한화 52,500원)
대만 게임쇼는 굉장히 다양한 입장권 옵션을 제공하는데, 위에 세 개를 제외한 나머지는 뭐 노약자 동반이라든지, 오후 2인 입장권이라든지 비교적 특수한 상황을 고려한 옵션이기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1인 입장권은 가장 일반적인 입장권이다. 2023년 지스타 입장권이 15,000원이라는 걸 생각하면 거의 반값인데, 참가사는 2023년 지스타에 비해 호화로움 그 자체였기 때문에 가성비는 지스타와 비교 불가다.
1인 굿즈 입장권은 1인 입장권에 굿즈 하나를 끼워주는데, 현장 굿즈샵에서 해당 표를 보여주고 일정 금액에 맞는 굿즈를 하나 고를 수 있다. 그 굿즈 가격이 1인 입장권과 1인 굿즈 입장권의 차액인 150 대만 달러보다는 비싸므로 손해보는 입장권은 아니다. 대만 게임쇼에 온 겸, 기념 굿즈라도 하나 갖고 싶은 참관객이라면 이걸로 구매하는 걸 추천한다. 1,000장 한정으로 판매하긴 하는데, 내가 분명 대만 게임쇼 일주일 전에 표를 샀는데 그때까지도 안 팔리고 남아 있더라...?
4일 패키지 입장권은 1일권 4장에 가로세로 30*60 혹은 40*60 마우스 패드 굿즈를 증정하는 입장권인데, 만약 4일 모두 참관할 사람이라면 고려해 볼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굳이 살 필요는 없는 입장권이다. 조금 차갑게 말해서 대만 게임쇼 마스코트가 귀엽게 생기진 않았기 때문에 별로 갖고 싶지 않기도 하고, 단 하나의 희소가치라면 대만 게임쇼 현장 굿즈 샵에서도 판매하지 않는다는 점 정도라, 음... 개인의 판단에 맡기도록 하자.
대만 게임쇼 참관 첫날 숙소로 돌아와서 가장 먼저 떠올린 말은 바로 이거였다.
이게 바로 대륙과의 차이인가?
대만 게임쇼를 참관하겠다고 결정한 이후에도 별다른 기대를 품은 적 없었다. 우리가 익히 들어 아는 유명한 게임사가 참가하는지 어떤지도 찾아보지 않았다. 난 오히려 비교적 관심에서 벗어난 대만의 게임 시장에 대해서 알아보겠다는 생각으로 내가 모르는 게임사, 그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대만 현지의 어떤 이름 없는 개발사가 나올 거라는 가정하에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 예상을 단번에 깨버리듯 대만 게임쇼를 채우는 건 당대 최고 게임들이었다. 아직 제대로 입장하지도 않은 건물 입구에서부터 한국에선 소식을 감춘 소녀 전선 2의 광고가 떡하니 있는 것은 물론, 입장하자마자 하이퍼그리프의 명일방주와 소녀 전선 2 부스가 우릴 기다리고 있더라. 소녀 전선 2 부스가 게임쇼에 나온 건 여기서 처음봤다.
이것뿐만 아니라 참가 게임사의 라인업부터가 입이 떡 벌어지는데, 바로 옆 광저우에서 쿠로 게임즈에서 개발되는 원신 라이크 명조,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 리니지라이크에 위믹스 사태로 시끄럽긴 하지만 일단 덩치만큼은 큰 위메이드의 나이트 크로우, 라이엇 게임즈의 와일드 리프트, 한국에서는 카카오 게임즈가 서비스하는 우마무스메와 시프트업의 니케, 넷마블 퍼블리싱의 페이트 그랜드 오더, 이름만 들어도 서브 컬쳐 게임의 최고 퍼블리싱인 반다이 남코, IP의 최강자 닌텐도, 게다가 원신으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호요버스의 젠레스 존 제로 등 서브 컬쳐의 테스트 베드격 위상을 가졌다고 칭찬을 늘어놓았던 도쿄게임쇼에서도 보지 못했던 게임들을 대만 게임쇼에서 볼 수 있다는 것부터가 사실 말이 안 된다고 느낄 정도로 굉장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차이나조이와는 당연히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차이나조이에서는 게임사를 찾아보는 것조차 힘들었고, 게임사가 있다고 해봐야 저 정도로 관심받는 작품들이 출품되지도 않았다. 오히려 서브 컬쳐 게임의 테스트 베드격 위상을 지닌 도쿄게임쇼와 충분히 견줄 정도로 그 규모와 라인업이 대단했다.
물론 운 좋게 각종 게임의 출시 날짜와 게임쇼의 개최일이 맞아떨어져서 이처럼 호화로운 라인업이 만들어졌다고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게임쇼의 참가 신청과 준비가 하루 이틀만에 뚝딱 되는 것이 아니다. 최소 몇 개월 전에 신청하고 소통해야 하는 굉장히 품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인데, 이걸 시기가 운 좋게 맞아떨어졌다는 식으로 해석한다는 건 굉장히 성급한 해석이다.
같은 중화권이지만 차이나조이와 다른 점이라고 하면 홍콩, 마카오, 대만은 비교적 규제에서 벗어난 자유로움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차이나조이에 출품한다는 건 중국 정부의 규제 아래 게임을 출시하겠다는 말과 같기에 서브 컬쳐 게임이 매출 상위권을 점유하는 지금 게임 시장에서 차이나조이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은 선택이다.
하지만 대만은 다르다. 동아시아 게이머풀을 포함하고 있음은 물론, 중국 정부의 직접적이고 강한 규제를 벗어난 지역이기에 인구수라는 가장 강력한 무기를 가진 중화권의 게이머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돌파구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지역인 만큼 간체자와 번체자 정도의 차이는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고 바라보면 중화권 진출을 원하는 서브 컬쳐 게임의 개발사가 대만 게임쇼를 선택한 이유도 이해가 된다. 대만 게임쇼에 출품해서 중화권 게이머들의 관심을 끌어들일 수만 있다면, 그 거대한 인구수가 만드는 매출 상승이 적지 않을 거라는 사실은 계산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당연한 원인과 결과이기 때문이다.
참가사 라인업은 물론, 게임쇼의 구성까지 정말 만족하지만 단 하나의 아쉬움이 있었다. 바로 게임쇼의 운영 질서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도쿄게임쇼의 경우, 페르소나 부스에 정말 발 디딜 틈 없이 사람이 가득했음에도 적지 않은 안전 요원이 부스 근처에서 상주하며 참관객들이 멈추지 않고 이동하도록 안내한 덕분에 인파에 갇혀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대만 게임쇼에서는 아쉽게도 그런 안전 요원이 배치되어 있지 않았다.
이처럼 안전 요원이 통행을 유지하지 않을 경우, 인기 많은 부스에 사람이 몰리고, 사람들이 몰린 채로 이동하지 않고, 다른 참관객이 그사이를 지나갈 수 없으니 더 사람이 몰리고, 그 구간 일대가 마비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수십만 명이 참관하는 대형 게임쇼 특성상 일방통행만 가능한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그런 상황에서 특정 부스에 사람들이 몰려 이동의 흐름이 막히면 앞으로도 못 가고 뒤로도 못 가는 정말 답답한 상황이 발생한다.
난강 전람관 전체를 사용한 게 2024 대만 게임쇼가 처음이라고 했으니 관리 경험이 부족해서 발생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아마 대만 게임쇼 주최 측도 36만 명이나 참관할 줄은 상상도 못 했겠지. 운영 경험이 누적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아쉬움이 있긴 했지만 그럼에도 2024 대만 게임쇼는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바로 옆에서 열리는 차이나조이에 재방문 의사가 있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갸우뚱할 것 같은데, 비행기 타고 두 시간 날아와야 하는 대만 게임쇼에 재방문 의사가 있냐고 묻는다면 부담 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그만큼 대만 게임쇼는 게임쇼로서도, 또 서브 컬쳐 게임 신작을 공개하는 테스트 베드로서도 정말 생각 외로 굉장히 풍부한 콘텐츠를 제공했다. 만약 차이나조이와 대만 게임쇼 중 하나가 세계 3대 게임쇼에 들어가야 한다면 당연히 대만 게임쇼가 들어가야 하지 않나 싶다.
1. 대만 게임쇼 참관객 36만 명
2. 차이나조이 < 대만 게임쇼
3. 도쿄게임쇼 참가사 라인업 < 대만 게임쇼 참가사 라인업
참고 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