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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태성 Nov 09. 2024

9일. 다들 힘들다

다들 힘들다. 거꾸로 말해도 다들 힘들다. 사람들은 모두 힘들다. 그런데 유독 글쓰기를 저주하는 말이 자주 보인다. 특히 작가들이 하는 말들. 예를 몇 가지 들어 보겠다.

“내가 쓴 모든 글은 나를 괴롭히는 저주”라고 프란츠 카프가가 말했다. 단편소설 <변신>으로 유명한 그 작가가 맞다.

“글쓰기는 고통스러운 일이다. 나는 매일 아침 글을 쓰기 위해 싸운다”라고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말했다. <노인과 바다>라는 명작을 남겼고,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가 그렇게 말했다.

어째서 글쓰기를 저주하는 말은 이토록 많으며, 가슴에 절절이 와닿을까.     


내가 생각하기에 글쓰기는 다른 일보다 더 어렵거나 덜 어렵지 않다. 사람에게 가장 힘든 일은 자기 자신이 하는 일이다. 따라서 작가들에게 가장 힘든 일은 글쓰기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글쓰기를 저주하는 말들은 이토록 오래 남는 걸까. 오래전에 있었던 직업들, 예를 들자면 굴뚝 청소부들은 왜 그런 말을 남기지 못했을까.

간단하다. 작가들은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보다 더 표현력이 뛰어나다. 그렇기 때문에 글쓰기를 저주하는 말이 오래도록 남아있는 것이며, 듣는 사람이 섬뜩할 만큼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나는 물론 작가는 아니지만, 내가 상상하기에 글쓰기나 출근이나 똑같이 어렵다고 본다. 그저 회사원은 작가보다 표현력이 뛰어나지 못할 따름이다. 그에 더해 글쓰기를 저주하는 문장을 남긴 작가들을 보면 이름만 봐도 누구인지 알 수 있다. 이름을 모르더라도 대표작을 보면 누군지 알 수 있다. 그만큼 뛰어난 작가가 남긴 저주이니 듣는 사람이 와닿지 않을 수가 없다.     


정말 다들 힘들다. 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지금 나처럼 일하지 않고 빈둥빈둥 노는 사람은 힘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마음이 불편하면 몸도 불편해진다. 그에 더해 인간은 조금이라도 움직여야만 한다. 꽃에게 햇빛이 있어야 하듯이 인간도 움직임이 있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딘가 병이 들고 만다.

억지로 움직이려고 해도 나갈 일이 없다. 나가면 돈만 쓰지 더 할 일이 없다. 산책을 한다고 하면 혼자 있는 내가 한심하게 여겨진다. 밖으로 나가는 일은 다른 사람을 만나는 일이고, 나와 다른 그들을 보고 스스로를 깎아내릴지도 모른다.     

인간이 어째서 힘들게 살아야 하는지는 알 수 없다. 내가 보기에 길을 잘못 들어서 그런 듯하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길을 가도록 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병이 나고 탈이 나는 게 아닐까 싶다. 가끔 가다 운이 좋은 사람들은 자기 일을 금방 찾지만 어떤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찾지 못한다.

나 또한 그중 하나로 행복하지 못하게 살고 있지만 글쓰기를 만나고 나서 조금 달라졌다. 적어도 내가 행복하지 않다는 걸 알았고, 그렇다면 어떻게 행복해져야 하는지를 묻게 됐다.     


나에게 글은 까만 피다. 쏟고 나면 몸이 한결 가벼워진다. 다들 힘들게 사는 세상에서 그나마 덜 힘들고 나답게 살 수 있는 이유는 글쓰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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