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멘토로 일한 적이 있다. 어떤 일인지는 하기 전까진 몰랐다. 구직 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려놓으니 면접을 보러 오라며 제안이 왔다. 그래서 그 일을 하게 됐다. 그때 당시 나는 취직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너무 배가 고파서 뭐든지 집어삼킬 만큼 궁했다. 사실 정말로 그러진 않았다. 배고파야 한다는 의무감만 있었다. 백수인 나 자신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있지도 않은 의무감이 생긴 이유는 그 탓이다.
'아카데미'라고 부른다. 쉽게 말하면 학원이지만, 국어나 영어를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예체능 계열을 가르치는 곳이다. 교육멘토가 하는 일은 가르치는 일이 아니라 학생을 모으는 일이다. 학생을 학원에 등록시키고, 학생에게 맞는 커리큘럼을 짜는 일을 한다. 그래서 멘토라고 부르는 듯하다.
고용 형태는 프리랜서. 그렇다고 해서 출퇴근을 하지 않는 건 아니다. 출근도 하고 퇴근도 한다. 그만큼 회사에 머무는 날에 따라 일당을 따로 지급한다. 1일 기준 팔만 원.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정말로 중요한 건, 실적을 쌓는 일이다. 얼마큼 많은 학생을 학원에 등록시키는가, 나의 풀(Pool)에 넣는가, 그것이 중요했다. 월급은 오롯이 그로부터 정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멘토들은 서로에게 별 관심이 없다. 팀이 있다고는 해도 어디까지나 개인전이다.
여러모로 신기한 곳이다. 아침 청소를 하고 나면 회의를 하고, 회의가 끝나면 노래를 엄청 시끄럽게 튼다. 사무실이 노랫소리로 넘칠 만큼 음악을 크게 튼다. 사람들은 각자 할 일은 한다. 학생, 다시 말해 고객에게 전화를 하거나 면담을 하러 나가거나 하는 식으로.
내가 그만둔 이유는 블로그 때문이다. 애지중지 키운 블로그에 학생을 모집하는 글을 올려야 한다는 사실이 놀랍도록 힘들었다. 끝내 올리긴 했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괴로웠다. 그때 당시 블로그는, 뭐랄까, 나에게 자식 같은 것이었다. 그런 블로그에 당치도 않은 홍보글을 올려서 마음이 뒤숭숭했다.
고작 그것 때문은 아닌 듯하다. 회식과 야근이 없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했으나 출근한 지 이틀 만에 그것들을 마주한 까닭도 있을 것이고, 팀장이 맘에 들지 않은 탓도 있을 것이다. 이유야 뭐가 됐든 그때 나는 괴로워서 죽을 작정이었다.
죽을 작정으로 동네 슈퍼에 가서 연탄이나 그런 것을 사려고 했는데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과자 한 봉지를 사서 집으로 갔다. 얼마나 수치스럽던지, 골목에서 울었다. 자취방으로 돌아가서 내내 울었다. 왜 그렇게 슬펐는지는 모르겠다.
결론은 죽거나 퇴사하거나. 둘 중 하나였고, 그렇게 퇴사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때 당시 내가 왜 그토록 괴로웠는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정말로 괴롭긴 했다. 진짜로 죽을 생각이었다. 사람은 별 일 아닌 일로 죽는다. 거창한 일로 죽는다면 역사에 남겠지만, 대부분은 그렇게 죽지 않는다.
이튿날 일찍 일어나 회사에 갔다. 팀장 자리에 사직원을 놓고 회사를 빠져나와 버거킹에 가서 햄버거를 먹었다. 햄버거를 먹는 동안 팀장에게 전화가 왔지만 그냥 무시했다. 그러고 나니 나는 더 이상 교육멘토가 아니었다. 생각해 보면 말만 그럴싸한 영업직이었다.
세상은 원래 그런 식이다. 그럴싸한 능력이 없는 사람은 그럴만한 일을 받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