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은 헤아림을] 헤아림은 필경 환대가 되리

제 2장. 중요한 건 나의 것이 무엇인지야

by 별똥별 shooting star


내가 언제, 어디에서 다양한 문화권에 속해 있는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겠는가?

4차산업혁명 청년체험단원으로 미국 실리콘밸리를 방문 후, 우리의 경험을 어떻게 지역 사회에 전달해 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 각자의 계획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그 당시 나는 이 경험을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게 소통해서 눈을 넓혀주고 싶다는 계획에 대해서 발표를 하게 되었었다. 나의 발표를 듣고 궁금증이 생긴 다른 체험단원이 다문화 가정 아이들과 어떻게 만나게 되었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당시 너무 긴장을 하고 있던 탓일까, 나도 모르게 마치 내가 아이들을 도와주고 케어하고 있는 것처럼 말을 해버렸다. 그리곤 나는 그 발표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와 내가 했던 발언에 굉장히 후회를 하였었다.


물론 겉으로 보기에는 아이들을 돕고 있는 것이 맞기는 하지만, 정작 나는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한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내가 아이들을 통해서 배운 것이 더 큰 것 같다. 내가 언제, 어디에서 다양한 문화권에 속해 있는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겠는가? 이러한 경험은 나의 생각을 크게 넓혀주는 중요한 시간이 되었었다.



갈등은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통해서 수많은 갈등을 겪었고, 또 그러한 갈등들을 목격하기도 하였다. 워낙 다양한 문화권에 속해 있는 아이들이 한자리에 모였기에 서로의 생각도 많이 달랐던 탓인 것 같다. 그래서 새벽까지 아이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일은 다반사였다. 조금 잠잠하다 싶으면 아이들끼리 서로 갈등이 생겨 이를 중재한다고 또 새벽까지 중재하기도 하였다. 아이들과 수많은 갈등을 겪고, 중재를 하다 보니 저절로 깨달아진 사실이 있다. "갈등"은 아이들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것이다. 복잡하게 뒤얽힌 갈등을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아이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더듬어볼 수 있을 것이다. 즉, 환대가 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그리고 갈등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갈등의 원인이 되는 근원적으로 잘 못된 생각이 있다면, 관점을 바꿔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는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간다. 그러니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대부분 갈등을 겪는 아이들 혹은 사람들을 보고 "문제아"라고 단정 짓고 넘어가는 것 같다. 혹은, 같은 말이기는 하지만 "안될 녀석"이라고 단정 짓고 넘어가는 것 같다. 다른 누군가의 갈등을 풀어나가는 것이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기에 회피하는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갈등이 얼마나 중요한 기회인지 모르기 때문일까?


학창 시절에 사회과학이라는 과목을 통해서 "낙인이론"이라는 것을 배운 적이 있다. 이론의 내용은 주변의 여러 사람들로부터 "야 너는 문제아야"라고 낙인을 찍으면, 그 말을 들은 당사자도 자신이 문제아인 줄 알고 문제아처럼 살아간다는 것이다. 정말로 일리가 있는 이론이다. 실제로 주변 사람이 어떻게 대하는지에 따라서 인생이 달라지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히 조금의 영향에도 크게 반응하는 시기인 청소년 아이들에게는 쉽게 미래를 단정 지어서 이야기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갈등 속에서 헤아리지 못하는 것이 무능한 것이지, 청소년은 성장해 나가는 가능성이 넘치는 시기라는 것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헤아림은 필경 환대가 되리

말은 이렇게 해도 나 또한 처음에는 갈등을 중재하지 못한 채 나의 기준과 생각을 강요하기만 하였던 적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함께 동고동락하면서 갈등을 헤아림으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조금이나마 생긴 것 같다. 그래서 앞서 오히려 내가 아이들을 통해서 배운 것이 더 큰 것 같다는 말을 한 것이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내 인생에 있어서 마주하게 되는 모든 갈등을 헤아리고자 한다. 사실 아이들은 나보다 나이가 어리기에 헤아리기가 쉽지만, 나와 나이가 비슷하거나 더 많은 사람들은 나잇값을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기에 조금 더 어려운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고정관념마저 깨버리고 헤아림을 가져야 할 것이다. 헤아림은 필경 환대가 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높은 자리에 올라갈수록 쉽게 말해 리더가 될수록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것 즉, 환대를 받는 것이니 말이다.

keyword
이전 17화[갈등은 헤아림을] 사람이 온다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