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학과 의사. 현재 제주살이 3년 차 전업맘.
떠오르는 생각을 글로 남기지 않으면 계속 그 생각이 떠다닌다. 평소에도 편안한 사람을 만나면 말이 아주 많고, 쓰는 것은 고등학생 때부터 매일 마음을 다스리려 일기를 쓰다 보니 즐거운 습관이 되었다.
조태호 작가 님의 “당신의 이유는 무엇입니까”라는 책이 제7회 브런치 대상작이었다는 것을 보고 브런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한 소절 한 소절, 얼굴도 한번 본 적 없는 작가님의 글에서 진심으로 응원을 받았다. 나의 기록도 누군가에게는 울림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지금까지 기록해온 글 몇 편을 담아 지원했더니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인생의 1/3을 의과대학&병원에서 보내고 가정의학과 의사가 되었다. 의료와 관련된 피드를 올릴 것도 아니고 현재는 전업 중이기 때문에 기록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작가로 지원을 하다 보니 우리 가족이 제주도에 온 이유를 설명을 위해서는 의사라는 정체성을 언급해야 이해가 될 것 같았다.
의과대학에 다니고, 대학병원에서 수련을 받으며 인생이 유한하다는 것을 눈으로 보고 겪었다. 특히 남편은 응급의학과 의사로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도 수많은 죽음을 마주하고 있다.
유한한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우리 부부에게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자연을 누리는 시간"
이 중요했다. 아이들이 초등학생만 되어도 친구와 놀기 바빠지는데,
부모와 즐거이 함께하고,
부모를 필요로 하는 어린 시절
을 꼭 함께 자연 속에서 부대끼며 살아보고 싶었다. 당시 5세였던 아들, 2세였던 딸과 자연을 누리며 살아가기에 제주도가 적합한 지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상북도 대구가 고향인 나와
전라남도 광주가 고향인 남편.
우리는 경기도 수원의 대학병원에서 수련을 받고,
두 아이와 함께 제주도로 향했다.
제주도에 언젠가 한번 살아보고 싶다면 미루지 말고 지금 살아보자는 마음으로.
아이들과 함께라면 더 풍성한 제주살이를 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안고.
그렇게 1년을 계획하며 내려왔는데 3년 차가 되었고, 지금 마음 같아서는 계속 살고 싶다.
처음 내려왔을 때 돌이었던 둘째 딸이 차에서만 낮잠을 잤기 때문에 낮잠 드라이브를 하게 되었고, 그 덕에 제주 구석구석을 다니며 아름다운 곳들을 보게 되었다. 아이가 잠들고 나면 주차를 하고, 차 안에 앉아 잠든 아이의 고른 숨소리를 들으며 아름다운 제주 풍경을 사진으로 담고, 떠오르는 생각을 기록했다.
낮잠 드라이브의 목적지는
"아이가 낮잠에서 깨어나면 함께 걸을 수 있는 곳"
이었는데,
봄에는 샛노란 유채꽃과 분홍빛 벚꽃이 환상적인 녹산로를 달렸고,
여름엔 애월 해안도로를 달리며 푸른 하늘에 뜬 하얀 뭉게구름과 시원한 바다를 보았다. 구름이 뜨거운 해를 가려주는 날이면 바다에서 깜깜해질 때까지 놀았다.
가을에는 은빛 억새가 일렁이는 새별오름으로 달려가 딸에게 인생 첫 억새를 보여주었고,
겨울에는 한라산 설경을 보러 1100 도로를 달려가 습지 산책로를 걸었다.
낮잠 드라이브 덕분에 제주 구석구석을 알게 되었고,
알고 나면 기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만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을 사진에 담고,
떠오르는 생각을 기록하고 나면 속이 시원해졌다.
(인스타그램 personal_jeju 계정에 기록해왔다.)
그렇게 제주살이 3년 차.
기록하고, 성장하고, 사랑하며 살아가고 있다.